오늘은 조금 가벼운 이야기입니다. 바로 점점 더 눈에 많이 띄는 전기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기술전문 웹진인 아스테크니카는 피렐리의 품질책임자 이언 코크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차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조건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피렐리는 140년의 역사를 지닌 이탈리아의 타이어 회사로 지난 2015년 중국 국유기업이 인수했습니다. 노란 바탕에 빨간 글자의 P 글자에서 머리가 옆으로 길게 늘여진 피렐리 상표는 누구나 한 번쯤은 보았을 겁니다.
사진=Unsplash
꼭 테슬라가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전기차가 자동차의 미래가 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입니다. 지구 온난화는 탄소 저감 기술의 중요성을 더 높이고 있으며, 발전 산업의 구조가 변하고 있고, 전기차의 필수품인 배터리 기술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자율주행도 있습니다. 각각의 기술이 반드시 전기차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시대의 흐름은 그렇습니다. 이언 코크는 인터뷰에서 타이어 역시 이런 흐름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늘 자동차를 타고 다니지만 타이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저로서, 이 기사를 통해 타이어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코크는 먼저 타이어는 자동차의 특성을 따라가야 한다고 분명하게 말합니다. 그러고 보니, 겨울에는 윈터 타이어를 써야 한다는 충고를 몇 번 들어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나라는 겨울에 길이 그리 많이 얼지 않고, 제가 포장도로가 아닌 곳을 갈 일이 거의 없어 그 충고를 무시해도 큰일은 없었네요. 하긴 십년 전 쯤, 눈이 많이 내린 날 교차로에서 커브를 돌다 차가 미끄러진 적은 있습니다. 그러니 윈터 타이어를 쓰는 건 적어도 나쁜 선택은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곧, 상황에 따라 타이어가 달라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전기자동차는 날씨보다 더 명확한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전기차는 같은 크기의 다른 차보다 무겁습니다. 바로 배터리 때문입니다. 잠깐 검색해보면, 테슬라 3의 기본/장거리 모델이 1,645kg/1,847kg인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같은 크기의 아반떼는 1,190kg이니 대략 50%는 더 무겁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몸무게가 70kg 언저리인 한 명의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 이 정도의 무게가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자동차는 본질적으로 비환경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가 더 환경적이라 말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전기차는 더 무겁기 때문에 타이어에도 더 큰 부담이 갑니다.
전기차의 두 번째 특징은 주행 가능거리가 특히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타이어의 구름저항(rolling resistance)이 중요해집니다. 구름저항이 20% 커지면, 주행거리는 5~8%가 줄어들기 때문에 구름저항을 무작정 크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의 토크, 즉 가속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역시 구름저항을 낮출 수만은 없습니다. (이 부분은 깊게 이해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위 두 가지 특징 때문에 기존의 타이어를 전기자동차에 사용할 경우 매우 빨리 닳게 됩니다. 간단히 말하면, 차가 무거울수록, 그리고 저항이 클수록 마찰력은 커집니다. 마찰력이 커지면 마모되는 양도 많아지고, 그래서 타이어가 더 빨리 마모되는 것입니다. 코크는 전기차를 몇 년 몬 사람들은 벌써 타이어를 한 번 이상 갈았을 거라고 말합니다.
전기차의 또 다른 특징은 조용하다는 것입니다. 이건 분명 장점이지만, 그래서 기존의 차량에서는 허용되던 타이어 소음이 전기차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즉, 더 조용한 타이어를 만들어야 하지요. 사실 소음은 타이어와 지면의 마찰에 의한 직접적인 결과이며, 이를 조절하려면 타이어의 성분과 형태를 바꿔야 합니다. 코크는 타이어 표면의 패턴과 내부 구조 변경을 통해 소음을 조절하는 기술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합니다.
결국에는 트레이드 오프라는 이 세상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 중의 하나로 귀결됩니다. 트레이드 오프란 이율배반, 상충관계, 딜레마 등으로 표현되며 “다 가질 순 없다(You can’t take it all)”는 표현으로도 설명되는 개념입니다. 즉, 하나를 택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배터리를 많이 실을 경우 차가 무거워져 반응이 느려지고 연비도 나빠집니다. 자동차의 반응을 개선하려고 구름저항을 높이면 다시 주행거리가 낮아집니다. 소음 역시 마찰과 마모와 관련이 있으며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합니다. 어쨌든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