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로부터 듣는 CEO로 일하며 얻은 교훈 (3/3)
난제 중의 난제: 성별과 CEO 리더십
우선 제가 늘 받는 질문부터 함께 생각해 봅시다. 남자의 리더십과 여자의 리더십에 차이가 있을까요? 처음에는 저도 어떤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그 차이를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남녀의 리더십에 어떻게 다르다고 뚜렷하게 구분할 만한 차이는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개개인을 놓고 보면 리더십의 스타일은 물론 각양각색입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CEO를 인터뷰하면서 리더십 스타일을 결정하는 요인은 성별이 아니라 내향적인지 외향적인지, 분석적인지 창조적인지, 혹은 심지어 대가족에서 자랐는지 핵가족에서 자랐는지 같은 요인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렇다고 CEO 자리에 오르는 길이 똑같이 힘들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더 힘겨운 환경을 극복하고 경쟁을 뚫어야 하죠. 게다가 여성에게 힘겨운 환경은 CEO 자리에 오른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성별에 따라 리더십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목표를 세우고, 문화라는 요소를 활용해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을 닦아가며 팀워크를 고양하고 필요할 땐 결단을 내리는 것이 리더의 책무죠.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리더십의 덕목 가운데 하나인 모순투성이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끊임없이 균형을 잡는 것도 포함되고, 조직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얻어가며 일을 추진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이제는 남성과 여성이 리더로서 어떻게 다른지 차이점을 드러내려는 서사를 그만둘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 여성 CEO가 왜 이렇게 드문지를 끊임없이 논의하고 기록하며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성별에 따라 리더십이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은 어떻게 보면 이미 한물간 주제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라면 여성 CEO에게 일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느냐는 식의 질문이 압도적으로 많이 가리라는 점은 어렵잖게 예측하실 수 있을 겁니다. 또한, 남성 CEO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하지만 여전히 좀처럼 그렇게 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도 잘 아실 테고요.
딱 하나만 물어봅시다.
“사람을 뽑을 때 어떻게 뽑으시나요? 무얼 보고 뽑으세요?”
이 간단한 질문을 CEO들에게 던졌을 때 정말 똑같은 답을 내놓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도 저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면접용 질문을 새로 알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버거킹의 모회사인 레스토랑 브랜즈 인터내셔널의 CEO 다니엘 슈와르츠(Daniel Schwartz)는 지난 9월 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면접을 보러 온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고 귀띔했습니다.
당신은 똑똑한 편인가요? 아니면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인가요?
(다니엘은 자기 회사라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말합니다. 정답이 있는 질문인 셈이죠. 그러면서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나는 충분히 똑똑해서 모든 걸 다 바쳐가며 열심히 일할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저도 잘 믿기지 않지만, 그만큼 겸손함도 중요한 덕목입니다.)
갈수록 창의적인 질문이 나오는 이유는 기업에 딱 맞는 인재, 훌륭한 인재를 가려내 뽑기가 그만큼 중요하고 갈수록 어려워졌기 때문일 겁니다. 특히 지원자들은 “당신의 장점과 약점은 무엇인가요?” 같은 뻔한 질문에는 준비가 잘 돼 있습니다. 사람을 뽑는 경영자는 달달 외운 준비된 답변 대신 지원자의 더 진솔한 모습을 보려면 그만큼 질문을 비틀어서 던져야 합니다.
저는 CEO들이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고자 일종의 아케이드게임 혹은 스피드퀴즈 형식을 빌려 CEO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 질문은 간단합니다.
누군가에게 딱 한 가지만 물어볼 수 있고, 오직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토대로 그 사람을 회사에 뽑을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고 할 때 무엇을 물어보시겠습니까?
소프트웨어 회사인 CA 테크놀로지의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인터뷰 당시에는 기록 관리 회사인 아이언 마운틴(Iron Mountain)의 CEO였던 밥 브레넌(Bob Brennan)은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저라면 무엇보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관해 얼마나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싶은지 알고 싶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지금 당신에게 ‘부모님의 특징 가운데 어떤 점이 가장 좋고, 어떤 점은 가장 싫으세요?’라고 물으면, 당신은 그 질문을 불쾌하게 여기며 발끈할 수도 있고, 당신이 정말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할 수도 있을 거예요. 아니면 가감 없이 제게 진솔한 답을 줄 수도 있겠죠. 당신이 저 질문에 발끈한다면 아마도 당신은 그런 환경에 취약한 사람일 겁니다.
이런 식의 질문이 도가 지나친 건지 아닌지는 인사 전문가들이 논의해 결정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다소 곤란한 질문이 아니고서는 누군가를 고용한 뒤 몇 주, 몇 달, 몇 년이 지나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는 데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사람은 부모님의 가치관이나 행동 가운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닮고, 반대로 싫어하는 것은 닮지 않으려고 합니다.
여러 CEO를 인터뷰하면서 그런 생각은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CEO들에게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에 부모님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물어볼 때마다 CEO들은 주저 없이 부모님에게서 배운 삶의 가치관을 이야기했습니다. 광고 에이전시 파트너스 + 네이피어(Partners + Napier)의 CEO 샤론 네이피어(Sharon Napier)는 전통적인 이탈리아 대가족에서 자란 자신의 성장 환경을 빼놓고 지금의 자신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가족끼리라도 의견이 안 맞으면 목청껏 소리를 질러대며 밥상머리에서 싸우는 일도 빈번했죠. 친구네 집에 가서 다른 가족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싸우지 않는 가족이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제가 회사 안에서 적당한 긴장을 창의력의 원천으로 여기고 장려하는 것도 그런 환경에서 자란 탓일 겁니다. 저는 무엇보다 건전한 토론을 좋아해요. 싸우는 것 혹은 마찰 자체를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저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이 정말로 궁금해요. 적어도 이 회사 안에는 토론에 필요한 신뢰가 충분히 쌓여있습니다.
제가 꼽은 최고의 이야기
컨설팅 회사 액센추어(Accenture)의 CEO였던 빌 그린(Bill Green)이 해준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에게도 사람을 뽑을 때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물었고, 이야기를 이어가다 마지막 즈음 그가 겪었던 일화를 전해줬습니다.
1991년에 있던 일입니다. 뱁슨 칼리지에서 채용 행사를 하고 있었죠. 그 날의 마지막 지원자와 짧은 인터뷰를 앞두고 먼저 그 친구의 이력서를 집어 들었습니다. 이력서와 함께 제가 이야기를 나누며 채워 넣어야 할 파란 종이가 들어있었죠. 이력서상으로는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없는 친구였습니다. 클럽 활동도, 스포츠 동아리도 안 하고, 정말 뭘 딱히 한 게 없었죠. 뱁슨 칼리지에서 금융을 전공했고 학점은 3.2였죠. 샘스 다이너(Sam’s Diner)라는 작은 식료품 가게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었고, 그때 같이 일했던 사람이 써준 짧은 추천서가 있었어요.
그 날 제가 만나기로 한 마지막 지원자였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공부한 경험을 비롯해 각종 이력을 화려하게 포장한 학생들로부터 온종일 다소 뻔한 이야기를 내내 듣다 보니 조금 지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학생이었죠. 이름은 샘이었습니다. 제 앞에서 앉은 샘에게 제가 물었습니다.
“먼저 궁금한 게 학교 다니는 동안 학교 공부 말고 한 일이 또 뭐 없나요? 경력 사항에 적은 저 일이 전부예요?”
샘은 말했습니다.
“샘스 다이너가 전부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 가족이 하는 작은 가게거든요. 저는 금요일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가게로 가서 부모님을 도와 가게 문 닫을 때까지 일하고, 토요일, 일요일도 내내 가게를 지켜요. 일요일은 제가 가게 문을 닫고 나와서 학교까지 운전해서 돌아와 다음 주 수업을 준비하죠. 제 주말은 거의 늘 그랬습니다.”
저는 지원자의 인상과 평가를 적는 파란 종이에 딱 한 마디만 썼습니다. “이 사람 뽑을 것.” 무엇보다 경험과 특징이 뚜렷해 다른 학생들과는 다른 친구였습니다. 매번 크고 작은 도전에 직면해 문제를 처리하며 자기 사업을 해온 셈이니, 컨설턴트 일을 하는 데 이보다 좋은 경험도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린 씨는 자신이 묘사한 몇 가지 덕목을 좀 더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일종의 노동관이라고 보시면 돼요. 이 친구는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을 고려해 일을 하고 목표를 정해 이를 달성해야 했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않고 스스로 이를 해냈어요. 너무 힘든 과제라며 불평하거나 핑계를 대지도 않았죠. 샘은 정확히 이렇게 말했어요. “아버지가 하시는 일을 저는 도울 뿐이에요.” 자신감과 뿌듯함을 읽을 수 있었죠.”
그린 씨는 이어 말했습니다.
“자기 시간을 써서 하는 일이지만 이를 불평하고 속상해할 수도 있고, 반대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보람을 느끼며 시간을 훌륭히 쓰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할 수도 있는 거죠. 단순하지만, 두 가지 태도는 정말 엄청나게 다르죠.”
자기가 하는 일에 누구보다도 큰 보람을 느끼며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다른 무엇보다도 존경해 마지않는 태도죠. 샘이란 친구는 이미 그런 자질을 갖춘 인재였던 겁니다.
진로와 인생을 위한 최고의 조언
진로 선택에 참고할 만한 최고의 조언을 꼽으라면 역시 결제 도우미 서비스인 퍼스트 데이터(First Data)의 조셉 플루머리(Joseph Plumeri) 회장과의 인터뷰를 꼽겠습니다. 플루머리 회장은 앞서 윌리스(Willis) 그룹 홀딩스의 CEO를 지냈죠. 그는 진로를 택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나 기회는 우연한 기회에 찾아오곤 한다며 적극적으로 이를 찾아 나서라고 조언했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상에 자신을 내맡겨 보라.”는 것입니다.
혼자 우두커니 있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같이 어울려서 무엇이든 해보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무슨 일이 반드시 일어나게 돼 있어요. 제 인생에 가장 중요했던 사건이 두 가지 있는데, 둘 다 어떻게 일어났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제가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었어요.
플루머리 씨가 처음 이 교훈을 몸소 느꼈던 건 로스쿨에 다니며 일자리를 찾을 때였습니다. 그는 여러 회사에 지원서를 냈는데, 그 가운데 코건-벌린드-웨일&레빗이라는 곳도 있었습니다. 어렵사리 연락을 돌린 끝에 회사의 공동대표 가운데 한 명인 샌디 웨일과 짧게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었는데, 그 자리에서 샌디 웨일은 이 회사가 로펌이 아니라 증권 등 투자업무를 대행하는 회사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야기가 잘 통했는지 샌디 웨일은 플루머리 씨를 계약직으로 채용합니다. 플루머리 씨는 열심히 일해 승진을 거듭했고, 회사는 시티그룹에 인수됐습니다. 32년 동안 플루머리 씨는 주요 임원직을 비롯해 많은 자리를 거쳤습니다. 플루머리 씨가 말하는 세상에 자신을 내맡겨 보라는 건 바로 이런 뜻입니다. “무언가 좋은 기회가 나타날 수도 있죠. 하지만 직접 가서 문을 두드리지 않으면 기회는 그냥 흘러가고 말 거예요.”
마지막으로 인생을 위한 조언은 프레리뷰 A&M 대학교의 루스 시몬스(Ruth Simmons) 총장의 조언을 꼽겠습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경험을 쌓는 것이 가장 값진 선택이 될지 미리 재단해서는 안 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죠. 미리 더 나은 경로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항상 열린 자세로 사소한 경험 하나를 하더라도 내 인생에 꼭 필요한 경험을 한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기회를 활용하고 배우려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코너오피스를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연재한 인터뷰를 통해 유용한 교훈을 얻으셨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적어도 저는 연재를 위해 CEO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겪었던 도전과 실수, 그리고 숱한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에 관해 제게 마음을 터놓고 진솔한 자세로 인터뷰에 임해준 모든 CEO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더 좋은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감명을 줄 것입니다.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훌륭한 리더십이 조직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더 좋은 리더를 배출하기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