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만 종종 간과하는 장수의 비결: 마음가짐
자기 또래보다 몸을 많이 움직이며 활동적으로 사시는 편인가요? 덜 활동적인가요? 아니면 또래 평균 정도인 것 같나요?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가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난 뒤 실제 활발한 정도와 무관하게 때이른 죽음을 맞느냐 혹은 더 오래 사느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스탠포드대학교의 옥타비아 자트와 알리아 크럼의 연구는 지난달 20일 <건강 심리학>에 실렸습니다.
연구진은 자신이 또래에 비해 더 활동적으로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실제 활동량이 비슷한 경우에도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수명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공저자인 크럼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오랜 격언의 실질적인 증거가 하나 추가됐다고 말했습니다.
“마음가짐이랄까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운동을 얼마나 더하거나 덜하는지에 관한 믿음 혹은 견해가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죠. 최근 이처럼 마음 먹기에 따라 건강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가 많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심리학과 조교수인 크럼과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자트는 미국 전국 단위로 진행한 세 가지 설문조사를 모아 총 6만여 명의 답변을 분석했습니다. 설문에 답한 응답자의 건강 상태, 활동 정도, 출신 배경 등이 함께 기록돼 있었습니다. 한 설문에서 참가자들은 일주일 동안 활동량을 측정하기 위해 속도계를 차기도 했습니다.
연구진이 특히 관심을 둔 부분은 특히 사람들이 스스로 얼마나 활동적이라고 여기는지였습니다. 또래 평균에 비해 몸을 어느 정도 움직인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어 기록한 뒤, 21년이 지난 2011년부터 설문에 참가했던 사람의 사망 기록을 살폈습니다. 그 결과 스스로 또래 평균에 비해 활동량이 적다고 답한 사람은 활동량이 많다고 답한 사람보다 관찰 기간 동안 사망할 확률이 71%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이, 체질량 지수, 만성 질환을 비롯해 다른 건강 관련 지표를 감안한 통계 모델을 활용해 실제 그 사람이 얼마나 활동적인지 도출해 이를 통제 변인으로 썼습니다.
옥타비아 자트는 처음 스탠포드에 왔을 때 경험에서 느낀 바를 토대로 연구 주제를 정했습니다. 독일 태생으로 프랑스와 영국에서 공부했던 자트는 학교까지 자전거로 통학하고 가끔씩이라도 꾸준히 운동을 하며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데 신경을 쓰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스탠포드에 왔더니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던 겁니다.
“사람들이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믿을 수 없을 만큼 활동적인 사람들밖에 없었죠. 제가 해오던 건 운동이라 부르기도 뭣한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니 얼마 후에는 지난 몇 년간 내가 뭔가 크게 잘못한 건 아닐까 덜컥 겁이 났죠. 이내 몸 어디가 고장난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운동을 의무로 여기고 가뜩이나 바쁜 스케줄에 운동 시간을 더 우겨 넣었더니 스트레스까지 쌓였죠. 부정적인 마음가짐의 덫에 걸려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헤맸던 겁니다.”
크럼 교수의 건강 심리학 수업을 들으면서 자트는 실제 건강에 관한 마음가짐의 효과에 관해 배웠습니다. 예를 들어 크럼은 앞서 사람들의 마음가짐에 따라 매일 운동 효과도 달라질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여기서 마음가짐이란 적당한 운동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에 관한 주관적인 판단을 뜻합니다. 2007년 크럼은 연구의 일환으로 실험을 했는데, 호텔 객실 청소부를 모아놓고 그들이 일 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하루 권장 운동량에 모자람이 없다고 말해줬습니다. 청소부 대부분은 사전 조사에서 자신들의 운동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크럼이 해준 말에 인식이 바뀌었고, 그 결과 많은 참가자에게서 몸무게와 체지방량이 줄고 혈압이 낮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자트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처럼 훨씬 더 활동적인 주변 사람과 자신을 비교해서 압박을 받고 부담을 느끼며 자신의 운동량에 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실제로 건강도 나빠지는 건 아닐지 궁금했습니다. 그녀가 수업 중에 낸 보고서에 크럼 교수가 큰 관심을 보였고, 당장 협업을 시작해 이번에 연구 논문이 발표된 겁니다.
자트와 크럼은 마음가짐과 인식이 건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먼저 인식에 따라 그 사람이 무언가를 해내려는 유인 동기가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영향을 받습니다. 자신이 이미 건강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2007년 크럼의 연구에서 호텔 객실 청소부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를 기반으로 운동을 더 할 유인동기가 생깁니다. 반면에 자기가 운동이 부족하고 그래서 건강하지도 않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계속 운동을 잘 안 하게 되고 두려움과 스트레스, 우울증에 시달리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습니다.
연구진은 위약 효과의 영향력도 언급했습니다. 즉, 뭔가 치료를 받고 있다고 믿는 것만으로도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아도 아픈 데가 낫는 것처럼 자기가 충분한 운동을 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자신이 운동 부족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에 비해 똑같은 운동을 해도 효과가 더 좋습니다.
“위약 효과는 특히 의료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죠. 건강한 습관을 들이거나 실제로 운동을 하는 데서 오는 효과를 내는 데도 위약 효과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다만 이번 연구가 데이터를 관찰해 나타난 상관관계만을 밝힌 것일 뿐, 운동 부족 때문에 일찍 사망한다는 식의 인과관계는 전혀 증명된 바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2007년 크럼의 연구 같은 실험 연구에서 자신이 얼마나 운동을 하는지에 대한 인식과 실제 건강 사이의 인과관계가 밝혀진 경우도 있습니다.
크럼은 건강 관련 정책이나 캠페인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밝혔습니다.
“건강한 음식을 먹어라, 운동 더 많이 해라, 스트레스 받지 말아라,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공중보건 관련 캠페인이나 정책은 대개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춰 왔죠. 하지만 정말 중요한 변수 한 가지를 지금까지 모두 간과해 온 거예요. 바로 사람들이 건강한 습관, 운동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죠.”
실제로 예를 들어 스트레스나 식습관, 비만 등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마음가짐이나 인식을 통해 예측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실험과 연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생리 현상이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는 일견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크럼은 우리가 매일 무언가에 대한 믿음이나 아주 간단한 생각의 변화 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실제 효과를 경험하며 사는지 생각해보면 이런 실험 결과가 결코 놀랄 만한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스트레스를 예로 들어볼까요?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사람은 땀을 더 흘리고 더 잘 떨게 됩니다. 심박수도 올라가죠. 성적인 흥분 상태도 그렇죠. 단순한 상상이나 어떤 생각만으로도 단번에 몸이 반응하니까요. 우리는 줄기차게 이런 경험을 합니다. 생각의 지배를 받는 거죠. 다만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사실을 좀처럼 인식하지 못할 뿐이죠. 이원론 때문일 수도 있고, 우선 순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우리는 결국 우리의 생각과 마음가짐, 기대치가 매일매일 우리의 삶과 몸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자명한 사실을 좀처럼 인식하지 못합니다.
이번 발견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제대로 된 운동이라고 하면 그저 헬스장에서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될 때까지 하는 강도 높은 운동만 떠올리는 미국인이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계단 오르내리기, 걷기, 자전거 출퇴근, 집안 청소 등 여러분이 일상적으로 하는 가벼운 운동, 단순한 움직임도 이를 곰곰히 뜯어보고 여기에 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마음먹기에 따라) 상대적으로 훨씬 더 높은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겁니다.
“건강과 관련해 마음가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우리 모두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입니다. 건강한 행동, 습관이 건강과 장수에 중요한 건 두 말 할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건강한 생각, 정신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스탠포드 비즈니스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