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범죄, 기록이 필요한 이유
수년간 감소세였던 아시아계 및 태평양 도서지역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LA 카운티의 한 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카운티 내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범죄가 2014~15년 3배나 늘었다고 합니다. FBI의 보고서도 같은 기간 무슬림에 대한 증오범죄가 67% 증가했다고 지적한 바 있죠. 다른 집단에 비해 두드러진 증가세지만,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범죄 관련 전국적인 통계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새롭게 출범한 인권 비영리 기구 “정의를 실현하는 아시아계 미국인(Asian Americans Advancing Justice, AAJC)”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웹사이트(standagainsthatred.org)를 만들었습니다. 미국 각지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 사건 및 범죄 사례를 수집하는 것이 웹사이트의 목적입니다. 자신의 경험을 올리면 관리자의 검토를 거쳐 익명으로 웹사이트에 게시됩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범죄 기록은 1800년대로 거슬러올라갑니다. 백인우월주의 단체가 중국인들이 백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며 중국계 남성 4명을 산채로 불태워 살해한 사건이 있었죠. 1987년에는 뉴저지에서 갱 단체가 저지시티에서 인도계를 몰아내겠다며 인도계 주민들이 운영하는 가게만을 골라 파손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남아시아계 청년이 벽돌에 머리를 맞고 식물인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법집행 기관의 편견도 수면으로 떠올랐습니다. 2014년에는 24세 일본계 대학생이 뉴욕 경찰의 차에 치어 사망했죠. 당시 경찰이 사건을 덮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혐의가 제기되었지만, 법원은 피할 수 없는 사고였다며 경찰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올 초에는 차 안에서 모바일 게임을 하던 60세 중국계 남성이 경찰의 안전 요원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은 미국 사회에서 “영원한 이방인”으로 인식되며, 이는 증오범죄로 이어진다고 AAJC 관계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이방인에 대한 반감은 이번 정부 들어 더욱 강해졌죠. AAJC에 등록된 사례를 보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시내 한복판에서 젊은 아시아계 여성에게 다가온 백인 남성이 들고있던 책으로 여성의 머리를 내려치는 제스처를 취하며 “나는 아시아계를 증오한다, 이제는 우리가 이 나라를 장악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조지아 주에서는 무슬림 교사가 “스카프로 목을 매달아 죽어라”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요.
이런 끔찍한 사례들이 실재함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증오범죄는 전국 통계에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피해자 자신들이 사법 당국을 불편하게 느끼거나, 과하게 민감한 사람으로 보일 것을 두려워해 신고 자체를 꺼리는 것도 한 원인입니다. 불행히도 침묵하는 이들은 더욱 타겟이 되기 쉽습니다. 인종차별적인 범죄가 일반 범죄로 신고되고 기록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AAJC는 전국적인 “증오 지도”를 그려가고 있는 남부빈곤법률센터(Southern Poverty Law Center)와 수집한 데이터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생각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음을 널리 알려가겠다는 계획입니다. (N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