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라드 호주 총리, 정말 여성 권익의 수호자인가?
“야당 당수는 뭐라고 했죠? 낙태를 결정하는 여성은 생각없이 편한 길만 택한다고 폄하했고, 여자는 집에서 집안일이나 해야 한다는 견해를 굳이 숨기지 않으셨죠. 선거운동 기간엔 저를 향해 뭐라고 했습니까. “마녀를 몰아내자”고 떳떳하게 유세했죠? 이런 여성혐오주의자(Misogynist)가 야당의 당수라는 것부터 저는 굉장히 모욕을 느낍니다.” 호주 최초의 여성 총리인 노동당의 길라드(Gillard)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야당인 중도우파 자유당 애보트(Abbott) 당수를 향해 말그대로 사자후를 토했습니다. 짧은 발언 자체만 놓고 보면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고, 사회적으로 여전히 만연한 성차별 관념에 직격탄을 날리는 명연설이었습니다. 전 세계 페미니스트들로부터 환영 받을 만한 내용이죠. 하지만 두 가지가 길라드 총리를 찜찜하게 만듭니다. 먼저 Misogynist라는 단어입니다. 우리말 사전을 찾아봐도 “여성을 극도로 혐오하는 남성”을 지칭하는 뜻으로 나오는데, 야당 당수 개인을 콕 찝어 Misogynist라고까지 말한 건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여당에서는 Misogyny라는 단어 자체를 혐오주의자보다는 “여성에 대한 갖은 편견”을 지칭하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호주의 맥쿼리 사전은 이번 일을 계기로 Misogyny의 뜻을 아예 바꿔버렸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노동당 하원의장이었던 피터 슬리퍼가 의장실 직원에게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수준의 성희롱 문자를 보냈던 일로 불신임 투표까지 부쳐진 뒤 사임했는데, 길라드 총리는 슬리퍼를 옹호했다는 점입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여성의 권리보다 앞세웠다는 비판이 길라드 총리를 향하고 있습니다.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