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펀딩] 야근수당 보고서 (3) 일 많이 하는 미국인에게 생명줄과도 같은 시간 외 수당
2016년 6월 24일  |  By:   |  경제, 칼럼  |  No Comment

* 미국 정부의 시간 외 수당 지급 대상 확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 4월 21일 닉 하노어와 로버트 라이시가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썼습니다. 제목은 “너무 일 많이 하는 미국인들에게 생명줄과도 같은 시간 외 수당 (Overtime Pay: A Lifeline for the Overworked American)”입니다.

올여름 노동부는 현재 규정 아래서 시간 외 수당을 받지 못하는 미국인 수백만 명이 시간 외 수당을 받도록 규정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이 규정은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 공화당 지도부는 마치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격렬히 반대하고 나섰다. 테네시주 상원의원이자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라마르 알렉산더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시행령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미국인들이 될 게 자명합니다. 승진이나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할 기회가 사라질 테니까요.”

우파들은 말세라고 혀를 찰지 모르겠지만, 기본급의 1.5배에 해당하는 시간 외 수당의 부활은 과거 미국인들이 오랫동안 누렸던 보호막의 부활과도 같다. 시간 외 수당은 고용 안정성을 더해주고 노동자들의 생산성마저 늘렸던 안전장치다.

50년 전 미국에서 시간 외 수당은 널리 인정받는 규범이었다. 봉급 생활자의 60%가 시간 외 수당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노동조합이 약했던 사무직, 서비스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법이 보장한 시간 외 수당 지급 대상에 속했다. 지난 40년간 시간 외 수당 지급 대상을 정하는 연봉 기준이 점차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오늘날 봉급 생활자 가운데 시간 외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현재 8%에 그친다. 부모님 세대보다 일은 더 많이 하는데 버는 돈은 적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현실을 정확히 인식했다고 보면 된다.

현재 연봉 23,600달러 이상을 받는 봉급생활자는 자동으로 시간 외 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해진 근무시간 외에 추가로 하는 당신의 노동은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한다. 즉, 당신은 회사를 위해 공짜로 일하는 셈이다. 이번에 발표되는 개정안에 따르면, 연봉이 50,440달러 이하인 노동자들은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일한 대가는 기본급의 1.5배만큼 받게 된다. (뉴스페퍼민트: 야근수당 보고서 (1)에 소개한 것처럼 미국 정부는 애초에 정해놓은 기준 50,440달러를 46,476달러로 낮췄습니다)

경제정책 연구소는 새로운 규정으로 노동자 1,350만 명이 새로 시간 외 수당을 받거나 원래 받을 수 있었는데 못 받던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중산층의 소득을 늘리고 고용 안정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물가 인상을 참작했을 때 1975년 수준으로 (시간 외 수당) 지급 대상을 맞추려면 기준 연봉을 69,000달러까지 올려야 한다. 그만큼 인상하는 데는 미치지 못했지만, 여전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용기 있는 정책이다. 마치 중산층의 최저임금이 늘어난 것과 같은 효과가 날 것이다.

미국인들이 너무 많이 일하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지난 2014년 갤럽 조사를 보면 미국인들은 평균 일주일에 47시간을 일한다. 노동법상 기준이 되는 주당 40시간보다 더 많이 일하고 있는데, 노동자의 18%는 일주일에 60시간 이상 일을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다수 봉급 생활자가 시간 외 수당을 받을 수 있던 시절이 있다는 사실이 까마득하게 느껴질 만큼 미국인 대부분은 시간 외 수당을 받지 못했고 그래서 제도 자체를 잊고 살았다.

똑같은 돈을 받으며 더 열심히, 더 오래 일할수록 누군가와 나눌 수도 있던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고 노동자 개개인의 협상력까지 줄어든다는 사실은 꽤 엄혹한 아이러니다. 지난 30년간 기업의 이윤은 전체 GDP의 6%에서 12% 수준으로 두 배 뛴 데 반해 실질 임금은 거의 딱 그만큼 줄어든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야근이 잦아지고 노동자를 보호하는 안전망이 사라지면 결국 불평등이 심화한다. 시간 외 수당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건 이런 추세를 되돌릴 수 있는 정책이다.

고용주는 새로운 규정에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할까? 먼저 초과 근무에 대해 기본급의 1.5배에 해당하는 시간 외 수당을 바뀐 규정대로 지급할 수 있다. 아니면 사람을 더 고용하고 근무시간을 나누어 시간 외 수당으로 지출하는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시간 외 수당을 받으면 노동자의 연봉이 늘어나고 대체 인력을 고용하면 그만큼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발생하며 노동자의 여가 시간이 늘어난다. 어느 쪽이든 경제 성장과 노동자의 삶에 보탬이 된다.

매년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CEO들은 조세피난처에 돈을 쟁여놓지만,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대개 수입이 늘어난다고 그 돈을 어디에 쌓아두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가처분 소득이 높아져 소비 진작 효과가 일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봉급 생활자들의 지갑이 두둑해지는 건 자영업자, 소매업자들에게는 고객의 씀씀이가 커지는 것과 같은 효과다. 손님이 늘어나고 매출이 올라 회사가 커지면 그만큼 직원을 더 뽑아야 한다.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선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나든 보상 없이 일하던 노동시간이 줄어들든 시간 외 수당 지급 대상이 늘어나면 결국 고용이 늘어나고 노동 시장이 활성화되어 실질 임금이 올라갈 것이다. 1990년대 말 이후로 내내 지체되거나 줄어들던 실질 임금이 올라가는 건 꽤 오랜만의 일이 될 것이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노동부의 시행령이 노동자와 고용주 모두에게 해가 될 뿐이라며 이를 가로막을 법안을 제출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일한 만큼 제대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거나 주는 돈에 비에 훨씬 더 많은 일을 시켰던 기업은 새 규정에 적응하는 데 무척 애를 먹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장점이 무엇인가? 새로운 규정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기업이 있으면 규정에 맞춰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새로운 기업이 자연스레 등장하는 것이다. 새 규정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여기에 잘 맞추는 기업이 경쟁에서 앞서갈 것이다.

노동 기준과 관련해서 알렉산더 상원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의원들은 아직도 낙수효과를 이야기한다. 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은 결국 잘못된 것으로 판명 난 지 오래다. 마찬가지로 낙수 효과도 이미 수차례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런데도 이들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여전히 낙수효과밖에 없는 모양이다. (뉴욕타임스)

 

* 칼럼 저자 소개

닉 하노어(Nick Hanauer)는 창업가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로 공공정책 관련 사업을 지원하는 시빅 벤처스(Civic Ventures)를 세워 운영하고 있습니다.

UC 버클리에서 공공정책을 가르치는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으로 일했습니다. 저서로는 “Saving Capitalism: For the Many, Not the Few”가 있습니다. 책 제목을 직역하면 “자본주의 구하기: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하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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