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뱀의 진짜 색깔
1천만 년 전, 피부색이 녹색과 검은색이 섞인 뱀 한 마리가 스페인의 어느 덤불 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한때는 고생물학자들이 화석의 색깔을 알 수 없어 제약을 받았던 적이 있지만 이제 고생물학자들은 이 뱀이 어떤 모습인지 알고 있으며, 어떻게 행동했는지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3월 31일 <커런트 바이올로지 (Current Biology)> 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어떤 화석들의 경우 다양한 색소에서부터 구조색까지 피부색에 대한 증거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여 색깔의 진화와 기능에 대한 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색소를 가지고 고대 지구라는 색칠공부 책을 칠하던 과학자들은 유기물인 멜라닌이 남아있을 경우 갈색, 검은색, 그리고 붉은진흙색만을 쓸 수 있었습니다. 다른 색소들은 화석화 과정을 견뎌내지 못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뱀의 피부는 인산 칼슘으로 화석화되어 있는데, 인산 칼슘은 세포보다 더 작은 수준의 세부사항까지 보존해주는 광물입니다.
화석화된 뱀 피부는 여러 종류의 색소체들의 독특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 색소들은 이 뱀이 살아있을 때 노란색, 녹색, 검은색, 갈색, 그리고 무지개색을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색소 자체는 분해되었지만 색소체의 형태 — 각 색소의 종류에 따라 특정한 모양을 가진다 — 는 광물화되어 그 색깔을 재구성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전해줍니다.
“이 정도로 미세한 구조까지 보존되어 있는 화석 조직을 손에 넣게 되면 현미경으로 표본을 들여다보다가 경악하게 되지요.” 제1저자인 유니버시티 칼리지 코르크의 고생물학자인 마리아 맥나마라의 말입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눈으로 보고있는데도 믿을 수 없을 정도였죠.”
맥나마라는 스페인의 리브로스 유적지에서 발견된 화석을 가지고 박사과정 연구를 수행하던 도중 뱀 화석을 처음 만나게 되었지만 표본을 분석한 것은 최근에 와서였습니다. 맥나마라의 연구팀은 고해상도 주사전자현미경으로 화석을 살펴보다가 광물화된 피부 세포를 발견하고 그 형태를 현생 뱀의 색소체와 비교하여 각 색소들이 어떤 색을 만들어냈을지를 결정했습니다.
“광물화된 조직이 생물의 색깔에 대한 증거를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보고 있는 겁니다.” 맥나마라의 말이다. 연구자들은 화석화된 뱀의 피부가 세 종류의 색소체를 가지고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멜라닌 색소를 가지고 있는 멜라노포어, 카로티노이드와 프테린 색소를 가진 잔토포어, 그리고 무지개색을 만들어내는 이리도포어가 세 가지 색소체들입니다. 전반적으로 이 뱀은 녹색과 검은색의 얼룩무늬, 그리고 배쪽은 창백한 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낮시간에 보호색으로 유용했을 것입니다.
“이번 발견이 있기 전에는 피부색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멜라닌과 관련된 유기물질의 잔해밖에 없었습니다.” 맥나마라의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광물화된 조직에서도 색깔이 보존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아주 흥미롭게 되었죠.”
인산 칼슘은 주로 화석 뼈와 조개껍질류에서 발견되지만 이른바 인산화된 피부의 화석도 발견되곤 합니다. 이번 발견으로 색깔이 보존되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다양한 곳의 여러 생물에서 발견되는 인산화된 화석을 재분석할 수 있는 문이 열렸습니다. 동물의 색깔을 알게 되면 연구자들은 그 동물의 행동과 진화의 일부 측면들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이전에 간과되었을지도 모를 수많은 표본들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맥나마라의 말입니다. (사이언스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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