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는 SF인가
다른 여러 이들처럼 나 역시 새 스타워즈 영화를 기대하고 있으며 첫 3부작이 주었던 감동을 다시 느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록 스타워즈가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기임은 사실이지만 SF로는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스타워즈가 좋은 SF 의 조건인 ‘과학과 기술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SF 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가지는 오해가 있습니다. 나는 최근 SF 영화에 대한 인터뷰에서 쥐라기 공원을 언급했습니다. 상대방은 시큰둥했습니다. “쥐라기 공원은 진짜 SF가 아니지 않나요? 그 영화에는 우주선이 나오지 않잖아요.” 그는 여느 SF 비하론자처럼 도구와 목적을 혼동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어느 장르와 마찬가지로, SF 에도 고유의 특징이 있습니다. 주로 첨단기기가 그 역할을 하지요. 우주선, 레이저 건, 타임머신 등이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텔레비전과 휴대폰도 여기에 속했지요. 그러나 그런 요소들은 SF와 무관합니다. 티비 드라마에서 집과 거리가 중요하지 않은 것 처럼 말이지요.
다른 많은 소설들처럼, SF 도 결국은 어떤 위기상황에 처한 인간이 어떻게 이를 극복하는지를 다룹니다. 유일한 차이라면 SF 에서는 주인공이 사람일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경우에도 사실상의 인간에다가 겉모습만을 바꾼 것이 대부분이겠지만 어쨌든 SF 에서는 이런 시도가 있어 왔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SF 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주인공이 겪는 위기가 곧 과학 기술에 의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즉, 줄거리 자체가 극단적이거나, 혹은 우주에서 일어나는 사건이어야할 필요는 없습니다. 생물학적 사건, 혹은 심리적 사건도 가능합니다. 다수의 훌륭한 SF가 지구 혹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그렇다고 과학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SF에 흔히 등장하는 시간여행이나 초광속 여행이 근미래에 가능할 가능성도 없지요. 하지만 시간여행이나 초광속 여행에는 어떤 과학적 맹점이 존재합니다.
물론 SF 에 사용되는 기술이나 과학적 세부묘사가 언제나 정확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SF는 과학(Science)과 소설(Fiction)의 합성어이며, 이 두 단어 중에 소설이 더 중요한 단어입니다. 좋은 SF는 어쩌면 가능할지 모르는 과학기술에 최대한 의지하지만, 과학적 정확성을 위해 이야기를 희생하지는 않습니다. 이때문에 SF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이들은 이를 문제삼기도 합니다. 그들은 SF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 합니다. 그러나 SF의 목적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측은 어려운 것이다. 특히 미래를 예측할 때 더욱 그렇다”고 닐스 보어는 말했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가장 뛰어난 SF 영화중의 하나이지만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우리는 우주정거장을 오가는 비행선이나 비디오폰, 달기지, 목성으로 향하는 인공지능 유인 우주선 등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즉 과학적인 정확도를 가진 예측은 SF의 목적이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어떤 기술을 그럴듯하게 보이게하는 시도는 있어야합니다. 스타트렉의 USS 엔터프라이즈호를 움직이는 워프 엔진은 실제 과학은 아니지만 적어도 과학적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만약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처럼 자연의 법칙을 깡그리 무시하겠다면, 그 영화는 판타지 장르로 가야할 것입니다. 마법의 세계에서는 에너지 보존을 고려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좋은 SF 는 인간이 어떻게 과학과 기술의 도전에 반응하는가를 다룹니다. SF에서는 “만약?”이라는 질문을 즐겨 사용하며, 그로 인해 일어나는 사건들을 즐깁니다. 초기의 SF 인 H.G. 웰즈의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을 봅시다. 보통의 소설에서는 투명해지는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장난을 치거나 은행을 터는데 사용합니다. 그러나 웰즈는 그 능력이 어떻게 개인에게 영향을 끼치는가를 보았습니다. 그는 투명인간이 된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탐구했습니다.
또한, 우리는 매우 빠른 속도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즉, 우주를 여행하는 이들은 곧 미래로 여행하는 것과 같습니다. 평범한 SF들은 이 사실을 무시하거나, 혹은 그저 미래가 어떤 형태일지를 상상하고 맙니다. 하지만 조 홀드만의 “영원한 전쟁(The Forever War)”같이 뛰어난 SF에서는 우주 전쟁에 보내진 군인들이 다시 지구로 돌아왔을 때 그들이 알던 이들이 모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겪는 심리적 충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다시 전쟁을 하러 나가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있을까요?
위의 예들은 다소 어두운 미래를 다룹니다. 그러나 좋은 SF가 밝은 미래를 다루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중요한 점은 주인공이 처할 위기가 과학기술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가벼운 사랑이야기인지 전쟁이야기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마 첫 시작이 나쁜 SF 였지만 결국 좋은 SF가 된 가장 좋은 예는 “배틀스타 갈락티카”일겁니다. 초기의 배틀스타 갈락티카는 그저 스타워즈의 TV 판으로 돈을 좀 벌어보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작자들은 표절로 고소를 당했지요. 실제 과학 기술을 적용하려는 시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수많은 로봇과 우주선이 등장했지만, 인디언과 짐마차로 그들을 바꾸어도 줄거리는 전혀 바뀌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새로 만들어진 이 시리즈는, 비록 몇 가지 단점들은 있었지만, 기술의 발전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본질적으로 다루었습니다. 최악의 SF 에서 가장 인상적인 SF 로 바뀐 것이지요.
이제 스타워즈가 돌아왔습니다. 다른 자신의 복제자들과 마찬가지로, 스타워즈에서 과학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SF라는 늑대의 탈을 쓴 요정 이야기라는 양 입니다. 오래된 이야기에 우주소설을 덧 씌운 것이지요. 제다이는 마법사이고, 포스라는 마법이 등장하며, 심지어 공주가 등장합니다. 스타워즈에 사용되는 가장 뛰어난 기술은 반짝이는 마법의 칼입니다. 그리고 마법을 통해서만 이를 동작시킬 수 있으며 제다이는 빛의 속도로 쏟아지는 총알을 불가능한 반응시간으로 피합니다. 과학과 기술이 주인공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그저 우주 공간을 이동할 때, 그리고 놀라운 무기를 사용할 때 뿐입니다.
사실 스타워즈는 1920년대 대중잡지에 실렸던 SF에서 출발합니다. 이야기는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이 장르는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었고, 스타워즈는 전통적인 이야기에 과학적 외피를 입힌 이야기일 뿐입니다. 1950년대 들어 과학소설들은 꽃을 피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제대로 된 SF 영화들도 만들어졌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었지요. 나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훌륭한 SF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모험영화이길 기대합니다.
(허핑턴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