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돈’에 대해 언제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지금 눈 앞에 보이는 멋진 장난감 10개를 다 살 수 없다는 사실부터 아껴쓰고 저축하는 법, 이번주, 이번 달에 쓸 예산을 짜는 법까지, 돈에 관해서 자녀에게 무얼, 어떻게, 어느 시점에 가르쳐야 할지는 부모에게 항상 어려운 과제입니다. 건강하게 자라도록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 인터넷이나 게임을 너무 오래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돈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잘 가르쳐야 합니다. 특히 많은 아이들이 돈에 관한 경제 관념을 확립하는 데 가정교육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아이의 나이에 맞는 교육이 매우 중요합니다. 엄마가 내 장난감을 사주는 데 필요한 돈을 어딘가에 있는 자판기에서 무한대로 뽑아오는 거라고 생각하는 어린이는 돈의 소중함을 깨우칠 기회도 없이 적정한 예산을 짜고 알맞은 소비를 하는 성인으로 자라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들은 다른 모든 분야에서 그렇듯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이해가 빠릅니다. 돈이라는 걸 막연한 개념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어떻게 지금 이 돈을 벌었고, 어떻게 아껴서 지금 우리가 먹을 맛있는 저녁을, 너가 갖고 놀 재미난 장난감을 사는 데 쓰게 됐는지를 차근차근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것과 지금 아이가 ‘원하는’ 것을 구분하도록 한 뒤 우리가 쓸 수 있는 금액에 한도가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것부터 사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걸 설명해주세요. 필요한 걸 다 사고 나서도 돈이 남는다면 그때 원하는 걸 살 수 있다고 일러주고, 원하는 걸 살 돈이 부족하면 다음 번에 사기 위해 지금부터 돈을 아껴서 모아보도록 가르치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정직함, 일관성, 그리고 사실만 이야기해주는 겁니다.
아이들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아있을 첫 설명을 에둘러서 두루뭉수리하게 하고 말 거라면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물론 지나치게 세세한 과정을 다 설명해줘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실 이 점에 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숨김 없이 모든 걸 다 설명해주고 의견을 나눠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요점만 명확하게 이야기해주되 너무 자세한 설명은 피하는 게 좋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라면, 즉, 아이가 자기 주관을 갖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면, 굳이 경제 교육을 미룰 필요가 없습니다.
5~6세 아이들에게 돈이 무엇인지를 직접 설명해주는 건 아무래도 이른 감이 없지 않죠. 그렇다면 “욕구를 참는 법(delayed gratification)”을 가르쳐보세요. 아이들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기다리고 참을 줄 알아야 하는 소중한 깨달음을 체험을 통해 깨우칠 수 있습니다.
7~11세 아이들과는 소비 계획을 함께 짜보세요. 오늘 장 볼 때는 얼마를 쓸 생각인데 무얼 얼만큼 사면 좋을지를 아이와 함께 의논하고 결정하는 겁니다. 그리고 같이 장을 보러 가선 살 목록을 아이에게 쥐어주고, 직접 물건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게 하는 겁니다. 계획한 예산을 넘어갈 때는 왜 그 물건을 오늘 살 수 없는지를 설명해주고, 아이가 예산 범위 내에서 물건을 다 사고 나면 남는 돈은 아이가 원하는 걸 살 수 있도록 작은 선물을 주는 것도 좋습니다.
11~16세 아이들에게는 좀 더 큰 규모의 예산을 짜보도록 해줘야겠죠? 집안 살림살이에 드는 각종 예산을 역시 같이 짜보는 겁니다. 장 보는 목록 뿐 아니라 전기세, 수도세 같은 요금 등 다양한 지출 목록을 알려주고, 매주, 격주, 한 달 단위로 지출 계획을 세워보는 겁니다. 자녀가 사고픈 물건이 있거나 돈을 쓰고픈 일이 있다고 할 때 그것이 필요한 건지, 원하는 건지를 구별해보도록 하고 당장 살 수 없는 거라면 계획을 세워 돈을 모아서 사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습니다. 나아가 후에 대학 등록금이나 여행 자금으로 들 돈을 지금부터 조금씩 모아두는 게 왜 중요한지를 설명해주고 도와주세요. 고등학생 자녀들에게는 계약서에 서명하고, 신용카드를 쓰는 법에 대해서도 가르쳐야 합니다.
아이들은 때로 원하는 걸 영영 손에 넣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배워야 합니다. 돈은 무한히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한정된 범위 내에서 현명하게 소비하는 법을 배우고, 저축하고 기다리는 습관을 몸에 익혀야 합니다. 이런 교훈을 말로만 가르칠 게 아니라 직접 지출 계획을 짜고 돈을 쓰는 과정에 참여시켜 겪어보게 함으로써 가르치는 게 중요합니다. (Washington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