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새로운 우파의 등장
보수주의자들은 자본주의를 자가 치료 기능이 있는 기계로 생각합니다. 사회적 이동성은 줄어들고 불평등은 커지는 구조적인 문제에는 눈을 감아왔죠. 그러나 최근 한 무리의 개혁적 보수주의자들이 이런 문제를 직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출간된 “제한적인 정부와 중산층의 번영을 위한 보수주의적 개혁”이라는 부제를 단 <성장의 여지(Room to Grow)>는 이번 세기 들어 미국의 우파가 내어놓은 가장 설득력있는 어젠다 모음집입니다.
책의 서두 부분을 맡은 피터 웨너(Peter Wehner)는 미국이 열심히 일하는 기업가와 게으른 기생충으로 이분되어 있다는 전통적인 보수적인 관점에서 탈피해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중산층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기존의 보수주의자들에게는 무척 불편한 진실, 즉 미국의 빈곤층은 덴마크의 빈곤층에 비해 빈곤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인정하죠. 이와 같은 현실 인식을 기반으로 서두의 두 번째 필자인 유발 레빈(Yuval Levin)은 진보주의자들의 해결책과 차별화되는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레빈에 따르면 좌파적 이상이란 “중앙 전문가들의 지식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이들에게 문제 해결을 맡기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보수의 대안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지식에 적당한 신뢰를 가지고, 이들이 점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는 것이죠. 진보가 개인과 국가를 강조하는 반면, 보수는 개인과 국가 사이에 있는 시민 사회의 기구들에 자원을 투자하는 것이죠. 이후의 열 개 챕터는 의료보험, 교육, 빈곤 등 여러 주제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복지 국가의 권력을 분권화하는 해결 방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필자들은 시민 행동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티파티보다 왼쪽인 동시에, 보다 근본적인 개혁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보수 개혁의 좋은 출발점이지만 필자들은 몇 가지 현실을 놓치고 있습니다. 첫째, 사회적 자본의 쇠퇴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돌봐주는 보모국가(Nanny State)가 시민사회를 고갈시켰을지는 몰라도, 보모국가가 사라진다고 당장에 시민사회가 복구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사회의 기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존재해야 합니다. 둘째, 보수주의자들은 죄악에 대해 순진한 태도를 가져서는 안됩니다. 오늘날 사회는 정부기관, 기업, 노조와 같이 여러 계급을 아우르는 조직들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네트워크로 단단하게 얽힌 권력들이 지배하는 사회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사회는 이런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과 속하지 못한 사람으로 이분되어 있죠. 이런 환경 속에서 역동적인 이민 정책,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 혁신을 촉진하는 도시 디자인 등을 통해 단단한 네트워크를 흔들고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정부의 역할은 분명 필요합니다. 개혁적 보수주의자의 대안 제시는 의미있는 일이지만, 분권화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조금은 덜어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