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공평한 월드컵 조 추첨 결과는 어떤 모습일까?
이번 월드컵 조 추첨 결과는 미국을 포함한 몇몇 팀에 매우 불공평합니다. 미국은 8개 조 중에서 독일과 포르투갈, 그리고 가나가 포함된 가장 강한 조에 편성되었습니다. 미국이 속한 G조가 죽음의 조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덜 알려진 사실이 있습니다. 미국이 강력한 조에 편성된 것인 단순히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FIFA의 조 편성 규칙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FIFA는 우선 가장 강력한 여덟 개 팀을 골라 서로 다른 조에 배정을 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실력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서 팀을 나눕니다. 유럽을 제외하고서는 같은 대륙에서 온 팀들이 같은 조에 편성될 수 없습니다. 유럽의 경우 최대 2개 팀까지 같은 조에 편성될 수 있습니다.
너무 강력하거나 혹은 너무 약한 팀이 한 조에 몰리지 않도록 조 편성을 좀 더 공평하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프랑스 수학자인 줄리엔 구욘(Julien Guyon)은 조별 실력 차이가 현재보다 균형 있게 분배될 수 있는 조 편성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현재 FIFA의 규칙에 따른 조 편성(왼쪽)과 구욘의 규칙에 따른 가상의 조 편성(오른쪽)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구욘의 방법론은 현재 FIFA의 방법론에 비해 매우 간단한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월드컵에 참가하는 모든 팀이 FIFA 랭킹에 따라 1번부터 32번까지 시드를 배정받습니다. 그런 다음에 팀들은 다른 주요 스포츠 경기에서 조를 편성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높은 시드의 국가가 낮은 시드의 국가와 한 조가 되도록 편성합니다. 구욘은 FIFA의 지역 안배를 조를 편성하기 전에 대륙을 무작위 추출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자세한 방법론은 이 링크를 참조하세요. 이와 관련된 학술 논문도 있습니다).
FIFA의 조 편성과 비교해서 구욘의 방법은 상위 8개 시드를 배정받지 못한 잉글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고 미국과 같은 강팀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을 예로 들어서 구욘 방법론과 FIFA의 조 편성 방법론이 미국이 속한 조가 얼마나 강팀이 될 수 있는지를 1만 번 이상의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비교했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X축은 편성된 조가 약한지 강한지를 나타냅니다. 짙은 파란색은 구욘의 방법론에 따랐을 때 미국팀이 배정될 수 있는 조의 강한 정도의 분포를 나타내고, 옅은 파란색은 FIFA 방법론에 따랐을 때 미국이 배정될 조의 강함 정도를 나타낸 분포를 나타냅니다. 가운데 수직의 검은 선은 미국이 속한 G조의 실제 수준을 보여줍니다. FIFA의 방법론에 비해 구욘의 방법론을 따르는 것이 편성되는 조의 강력함 정도의 변화(variance)가 적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 미국의 조 편성은 전체 가능한 조 편성을 모두 고려했을 때 그리 나쁜 편은 아닙니다. 미국에게 가장 유리했을 조 편성은 프랑스, 카메룬, 그리고 브라질과 한 조가 되는 것이고 가장 불리했을 조 편성은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그리고 네덜란드와 한 조에 편성되는 것입니다. 구욘의 방법론에 따른 조 추첨의 단점은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보는 재미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몇몇 팬들은 “죽음의 조”라고 불리는 조의 경기들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도 있는데, 구욘의 방법론에 따르면 이런 죽음의 조가 편성될 가능성은 현재의 규칙보다 적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주 약체 조에 어떤 국가가 편성될 가능성도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룹 H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