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원들의 성향 차이, 2016 대선에 영향 미칠까?
“열심히 일하면 돈 많이 벌고 잘 살 수 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환경보호에 예산을 지금보다 더 많이 써야 한다고 믿는다, 정부 부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 안 한다, (민주당 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중도, 보수적인 성향의 당원들보다) 동성결혼, 낙태, 유연한 이민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미국이 군사력의 절대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데 예산을 쓰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상은 미국 민주당 내에서도 더 진보적인(liberal) 당원들의 생각을 개략적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사안에 따라 조금씩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이른바 ‘강성 리버럴’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퓨리서치 센터가 조사한 1987년부터 2012년 사이의 가치관 변화를 살펴보면, 민주당원들은 전반적으로 더욱 진보적인 성향을 나타내고 있고, 기업에 대한 규제와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정치의 양극화를 이야기할 때 주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건 티파티 운동에 장악당해 보수 본연의 가치를 지키지 못한 공화당이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내에서도 현 오바마 정부나 당의 기조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진보적인 사안에 행동을 촉구하는 세력이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물론 공화당에 비하면 아직 민주당이 더 중도에 가까운 성향을 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당원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대한 양당의 차이를 보면, 자신이 진보적이라고 답한 민주당원은 34%로, 중도 또는 보수적이라고 답한 민주당원(63%)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공화당원들의 경우 67%가 자신은 보수적이라고 답했으며, 중도 또는 진보적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한 이들은 32%에 그쳤습니다. 더 많은 미국인들이 양당 가운데 어느 당이 더 극단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여전히 공화당(54%)이라고 답했습니다. 민주당이라고 답한 비율은 35%였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내 정치적 성향의 분화가 갖는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같은 민주당원 사이에서도 교육수준과 소득이 높은 백인 여성들이 진보적인 집단의 주요 구성원인 반면 중도, 또는 보수적인 민주당원의 주류는 교육수준이 낮은 남성과 라티노, 또는 흑인 유권자들입니다. 진보적인 당원들은 아직 숫자 상으로는 당의 주류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더 단합된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2008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초반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와 아이오와 주 코커스에 참여한 민주당원들 가운데 50% 넘는 이들이 여기서 설명한 진보적 민주당원들이었습니다. 2016년 대선의 잠재적 후보들 가운데 이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민주당 내에서 성향을 가리지 않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폭발력을 지니고 있는 진보적인 당원들이 힐러리보다 더욱 진보적이고 적극적인 인물에 마음을 빼앗길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잠재적인 후보군으로는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나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이 꼽히고 있습니다. (Washington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