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들에게 묻습니다. “오늘 할 일 다 하셨나요?”
맞벌이 부부의 집안일 나누기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맞벌이더라도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이 대개 상대적으로 더 긴 남편들은 ‘밖에서 일에 치이다 왔는데 집안일까지 시키는 건 너무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남자들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닐 겁니다. 최근 미국인들이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를 조사해봤더니, 모든 종류의 노동을 하는 시간에 있어서는 남녀 사이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지 평균을 냈을 때 홑벌이 가정의 경우 남자가 밖에서 돈을 벌고 여자가 가정주부인 경우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남자보다 여자가 육아와 가사를 더 많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남자들은 이런 의문을 가질지 모릅니다. “(당신이) 집안일 하는 동안 나도 밖에서 놀지 않았다는 게 숫자로 증명이 됐잖아. 거기에 집안일까지 돕고 있는 나는 만점 남편 아닌가?”
여자들이 이 논리를 받아들일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같은 양의 시간을 보내더라도 남자와 여자가 이를 아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겁니다. 똑같은 시간 동안 집안일을 하더라도 느긋하게 청소기를 미는 것과 우는 아이 기저귀 갈아주고 밥 먹이고 목욕 시키는 일의 강도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떠올린다면 쉽게 이해가 되시겠죠. 조사 결과 특히 어린 아이들의 육아는 아빠보다 엄마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의 숙명과도 같은 야간 불침번(아이가 울면서 깨면 아이를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다시 재우는 일)을 예로 들어볼까요? 마찬가지입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엄마가 밤에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아빠가 돌보는 시간보다 세 배 많았습니다. 전업주부들 사이에서는 이 차이가 더 커져 주부 엄마가 밤에 아이를 돌보느라 깨는 일이 주부 아빠보다 여섯 배 많았습니다. 여성이 홑벌이를 하는 가정이더라도 밤에 우는 아이를 다시 재우는 건 엄마의 몫인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평균 일주일에 10시간 정도 이른바 멀티태스킹을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분명 똑같은 시간을 썼는데도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많이 한 쪽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쌓이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필요할 떄 도와주지 않고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남편”, “할 때 한 번에 착착 일처리를 못해놓고 온종일 잡다한 일에 쫓겨 사는 아내”라는 핀잔 섞인 편견이 생길만 한 구조인 셈이죠. UCLA 연구진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cortisol)을 측정한 적이 있습니다. 남자들은 주말에 딱히 할 일 없이 푹 쉬고 나면 코티솔 양이 크게 줄었지만, 여자들에게는 휴식의 효과가 별로 크지 않았습니다. 여자들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남편들이 상대적으로 한가한 일 말고 진짜 힘을 들여 해야 하는 집안일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겁니다. 물론 같이 나눠서 해도 좋겠죠. 남편들은 몇 개 안 되는 그릇 식기세척기에 넣는 데 20분 가까이 쓸 게 아니라 아내의 고된 집안일을 더 적극적으로 분담해야 합니다. (Wall Street Jour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