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외교관 체포 논란, 진짜 피해자는 따로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Swati Sharma의 칼럼입니다.
미국에서 인도 외교관이 체포당한 일로 인도인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인도 총리까지 나서서 한 마디 하는 등, 양 국 관계가 흔들릴 정도의 파장입니다. 뉴욕의 인도 총영사관의 부총영사 데브야니 코브라가데는 보모의 비자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고 법정 최저임금을 지불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 주에 체포되었습니다. 그녀는 “수갑이 채워지고 알몸 수색, 구강 세포 채취를 당했으며 일반 범죄자, 마약 중독자들과 한 곳에 머무르는 모욕을 겪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당한 “모욕”이라는 것은 표준 절차에 가까워보이지만, 여성의 명예가 곧 가족의 명예이고 명예가 훼손될까봐 강간 피해자도 신고를 꺼리는 인도 사회에서 외교관이 이런 상황에 처했다는 것은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또 이번 사건과 더불어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쓴 터번을 벗으라는 요구를 받았던 인도 외교관의 사건 등 과거의 일들이 함께 떠오르면서 인도인들의 반감을 자극했을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코브라가데가 외교 면제를 누릴 수 없었던 이유를 국제 협약을 통해 설명했지만, 인도 정부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미국 의원들의 방문도 거부했고, 미국대사관 둘레의 바리케이드도 철수시켰습니다. 보수적인 정당의 한 의원은 “미국 외교관들의 동성 파트너들에게 보복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인도에서는 여전히 인건비가 매우 낮기 때문에, 꼭 상류층이 아니더라도 보모나 운전기사를 쓸 수가 있죠. 따라서 보모가 낮은 임금을 받았다는 것이 인도인들에게는 큰 문제가 아닌 것 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코브라가데가 받고 있는 혐의는 결코 사소한 혐의가 아닙니다. 코브라가데가 함께 갇혀있었다는 “마약 중독자”들이 오히려 미국에서 흔한 “일반 범죄자”에 가깝죠. 이 사건의 진짜 피해자는 법정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일했던 보모입니다. 인도인들은 지금 엉뚱한 “피해자”의 편을 들어주느라, 진짜 피해자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힘있는 사람이 고용인에게 돈을 제대로 주지않고, 이런 일이 밝혀져도 특권을 누리는 현실이야말로 인도인들이 분노하고 저항해야 할 불의입니다. (Washington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