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노조의 도전과제
1979년, 전미자동차노조(United Auto Workers, UAW)의 회원수는 150만명에 달했고, 베스트셀러 모델 10종 중 9종은 미국산 자동차였습니다. 오늘날 UAW의 회원수는 40만명으로 급감했고, 작년 기준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10종 중 7종이 외국 브랜드의 모델이었습니다. 오늘날 미국인들은 외제차를 구입할 뿐 아니라,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는 자동차 공장들 가운데 다수가 해외 기업의 공장입니다. UAW의 외국 기업 진출 성과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벤츠에 부품을 공급하는 독일 회사와 프랑스 회사에서는 노조가 결성되었지만, 테네시주와 미시시피주의 닛산 공장에서는 성과가 없었습니다. 이후 UAW는 폭스바겐을 중심으로 한 독일 회사를 중심으로 노조 결성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UAW는 테네시주의 폭스바겐 공장에서 노사협의회(works council)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독일식, 또는 유럽식의 노사협의회는 개별 공장 단위의 단체로, 파업을 선포할 권한이 없고 사측과의 관계도 노조에 비해 원만한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AW는 노사협의회 설립이 노조 결성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외국 자동차 업체의 공장들이 주로 반노조 성향이 강한 남부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처음 외국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에 진출했을 때, UAW는 자체 협상한 임금을 이들 공장에도 적용할 수 있을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디트로이트의 몰락과 함께 과거의 영향력은 약화됐고, 물가가 비교적 싼 남부에서 외국 기업들은 노조가 요구하는 수준보다 적은 임금으로도 얼마든지 노동력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노조가 차등 임금제를 받아들인 이후로, 미국 업체와 해외 업체의 임금 수준은 모두 시간 당 27달러 정도로 평준화되었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이 남긴 것은 퇴직한 자동차 노조원들에게 지급할 연금 부담입니다. 연금 비용까지 계산하면 미국 업체의 임금 부담은 해외 업체에 비해 훨씬 큽니다. 해외 업체들이 주로 진출해있는 남부주에서는 주지사들이 노조 의무 가입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UAW에서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조심스러운 접근법을 취하고 있지만, 해외 업체들을 포섭하지 않으면 UAW의 미래도 없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듯 합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