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불매운동)은 방글라데시 빈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3년 5월 6일  |  By:   |  경영, 세계  |  17 Comments

방글라데시 공장 붕괴사고의 사망자 수가 600명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관련 뉴스페퍼민트 기사 보기) 유럽연합(EU)이 방글라데시에 무역 제재를 선언하고 소비자의 저가 의류브랜드 불매운동이 일자 이런 결정이 방글라데시에 더 악재가 될 것이라고 비판한 FT의 문답형 사설을 소개합니다.

“정말 끔찍한 사건이죠. 그렇지만 방글라데시와 관련된 다른 숫자들도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신생아가 5살이 되기 전에 사망할 확률은 1,000명당 46명으로, 5명인 영국보다 41명이 많습니다. 방글라데시의 열악한 경제상황이 이 41명을 사망으로 몰고 가는데, 연간으로 환산하면 12만 3천명이죠. (이번에 붕괴된) 라나 플라자가 매일 하나씩 무너지는 셈입니다.”

– 그럼 이 노동력 착취의 현장조차도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고 결국 경제발전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주장하시는 건가요?

“EU가 무역제재를 하면 방글라데시 인건비가 상승하고 경제 발전이 더뎌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방글라데시는 개발도상국 경제 발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제가 언급한 5살 이하 유아 사망률은 지금의 4.6%도 열악하지만 20년 전에는 무려 12%였습니다. 이렇게 빨리 빈곤에서 벗어나고 있는 나라도 드뭅니다. EU를 비롯한 국제 단체가 요구하는 수준이 방글라데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면 다행이지만, 요구가 지나치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이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옷을 만들어온 서구 브랜드들이 잘못한 건 맞는 것 같은데요.

“우리 선진국 사람들의 생활에 익숙한 물건과 인류의 고통을 연결시킬 수 있을 때만 유난스럽게 반응하는 건 아닌지요? 애플의 중국 공장인 폭스콘에서 2010년 10명의 노동자가 자살했습니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이 공장은 40만 명의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었고, 자살률은 중국 평균의 1/6에 불과했습니다. 유난 떨 이유가 없었다는 거죠.”

– 선진국 사람들이 이 비극을 극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삶에 끌어들였다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다국적기업이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건 아니자나요.

“어떻게 하길 바라세요? 나이키의 예를 들어보죠. 나이키는 아프리카의 노동력을 착취한다고 지속적인 비판을 들어왔고, 노동 환경을 개선하려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복잡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괜찮은 공장을 찾아도, 다시 몰래 라나플라자 같은 곳의 의류 공장에 하도급을 주기 십상입니다. 브랜드가 중요하지 않은 기업은 최대한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려 할 것이고, 대기업은 그냥 위험국을 떠나버릴 겁니다.”

– 그러나 이런 다국적기업의 움직임이나 정부차원의 제재가 현지 정부의 노동법을 바꿀 수도 있잖아요.

“그럼 다행이죠. 세계은행 같은 원조단체가 방글라데시 정부가 스스로 관리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노동법을 개정하게 도와주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흔히 “Capacity Building”이라고 하는데 스스로 관리하게 하는거죠. 아, 그리고 방글라데시에서는 노동 운동이 탄압받는데, 제대로 된 노조를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 의외네요. 대처주의자인 줄 알았습니다만?

“노조가 혼란과 장기 경기 침체의 원인이 되는 상황이 있죠. 2013년의 방글라데시는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서구 의류브랜드들이 어떻게 하던간에 결국 노동환경은 공장에 있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 때 개선될 겁니다.” (FT)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