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사태를 통해 드러난 서유럽과 러시아의 갈등
심각한 위기에 처한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키프로스는 75억 달러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키프로스 은행에 10만 유로 이상 예금한 사람들의 예금에 9.9%의 세금을 매겨 자금을 모으는 계획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키프로스 사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상태입니다. 키프로스는 느슨한 세금 규제로 인해 러시아를 포함한 많은 외국의 갑부들이나 기업들이 자산을 예치해 둔 곳입니다. 지난 3년간의 유로존 위기 과정에서 남부의 가난한 유럽 국가들이 독일의 지나친 예산 감축과 긴축정책 요구에 불만을 가져 온 것은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키프로스 사태는 독일과 같은 부유한 유럽 국가와 위기에 처한 가난한 유럽 국가의 대립 구도를 넘어 에너지와 군사적인 지정학적 문제까지 포함하는 이슈로 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키프로스의 긴밀한 관계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인구 86만 명이 사는 키프로스는 천연가스를 생산합니다. 천연가스 문제만 나오면 러시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데 중요한 나라가 키프로스인 셈입니다. 지금까지 키프로스는 천연가스 개발권을 달라던 러시아 회사들의 요구를 거부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주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회의에서 러시아 정부는 키프로스가 구제 금융을 받는 데 필요한 돈을 대줄 테니 러시아 기업들에게 천연가스 개발권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에게 영국군 기지가 있는 키프로스는 내전이 장기화되고 있는 시리아의 항구에 대한 접근권을 잃게 될 경우 소규모 해군 기지 부지로서 이상적인 장소입니다. 러시아와 키프로스 사이에 구제금융을 둘러싸고 명확한 협상 결과는 없지만 많은 키프로스 사람들은 러시아를 유럽연합 국가들의 무리한 요구조건에 대항할 수 있는 하나의 기제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키프로스 방송국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론은 유럽 연합보다는 러시아에 훨씬 더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설문에 응한 사람의 2/3 이상이 유로존의 다른 국가들의 태도와 요구를 비난하며 키프로스가 유로존을 탈퇴해서 러시아와 더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지난주 키프로스 의회 밖에서 진행된 집회에서 시위대는 유럽연합과 독일 총리 메르켈을 비난하는 배너를 달고 시위를 했습니다.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