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이야기꽃 피우다 뜨끔했던 친구의 말… “조금씩 내 삶이 달라졌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9월 5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가십’, 그러니까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 뒤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한 행동이 아님을 언제쯤 알게 되었는지 기억하시나요? 아주 어린 나이라도 집단생활을 시작한 순간 우리는 모두 어렴풋이 그것을 깨닫게 됩니다. “A가 B에게 C에 대해서 안 좋은 말을 했다”라는 것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정당한(?) 싸움거리가 됩니다. 모두가 비슷한 시기에 알게 되지만, 그 이후 ‘뒷담화의 죄’를 저지른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은 아마 찾아보기 어려울 겁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도 살면서 한 번쯤은 ‘무서운 선생님 별명 지어 부르기’나 ‘모두가 싫어하는 상사 욕하기’에 참여한 적이 있을 겁니다.
가십이 그저 자연스러운 본능이라거나, 가십에도 순기능이 있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그저 가십을 합리화하려는 얄팍한 시도가 아닙니다. 가십은 엄연한 학계의 연구 주제이기도 합니다. 가십을 “자리에 없는 제3자에 대한 개인적인 정보 교환”으로 정의한 스탠퍼드대와 메릴랜드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가십에는 사회 구성원의 평판에 관한 정보를 널리 퍼뜨려, 협력적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이기적인 사람을 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며 공동체의 협력을 강화하는 순기능이 있습니다.
뒷담화는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긍정적인 뒷담화와 구성원들로 하여금 스스로 단속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뒷담화가 있는데, 실상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나누는 가십은 부정적인 경우보다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경우가 더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종교 지도자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비밀을 지키기 위해 가십을 죄악시했고, 그 어원부터 남성 중심적 사회상을 반영한다는 해석도 있죠. 경험을 공유한 이들이 서로 자신의 경험을 알리고 목소리를 내게 되면서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로 이어진 미투 운동이나 내부 고발이 가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놓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어떨까요? 남 이야기를 하지 않고 내 삶에 더 집중함으로써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에디터 미칼 리보위츠가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가십 디톡스’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수소문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전문 번역: 인간의 본성인데 안 한다고? ‘뒷담화’하지 않는 사람들
과연 고행의 길은 쉽지 않습니다. 친구를 잃고 소외된 이도 있었고, 직장에서는 승진에 타격을 입은 이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들의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우아함, 타인에게서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을 보려는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고, 가십 줄이기를 직접 실천에 옮기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 불평하거나 타인을 평가하고 싶은 욕구도 줄어들었고, (함께 남을 흉보지 못하니, 재미없는 사람이 되었음에도) 유지된 관계는 더 돈독해졌다고 고백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에서 공통의 지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던 중,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죠.
우리 다른 사람 얘기 그만하고, 우리 얘기 하자. 여기 있는 사람들 얘기.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몰래 나쁜 짓 하다가 들킨 아이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딱히 험담을 한 것도 아닌데 지적을 받은 것 같아서 조금 무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우리가 그 자리에 있지도 않은 사람들 이야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고, 이내 분위기가 전환되어 서로의 근황에 관해 좀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세상을 이롭게 하고 몸과 마음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가십이 분명히 있겠지만, 좋지 않은 줄 알면서도 그냥 하고 마는 ‘길티 플레저’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노력에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단번에 고기를 끊고 엄격한 채식주의자가 되지 않더라도 주 1회 고기 없는 날을 정해 채식주의의 의미와 명분을 되새겨보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 노력이 조금씩 쌓여서 내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다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