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왜 저 나라가 스포츠 강국이냐… 올림픽 메달 개수보다 조금 더 ‘공정’한 방법은
2024년 9월 12일  |  By:   |  SBS 프리미엄  |  No Comment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7월 26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 하도 뉴스가 많이 쏟아져서 한 달 반 전에 개막한 올림픽에 관해 쓴 글이 지난 세기에 쓴 글처럼 멀리 느껴지네요. 어제 있었던 미국 대선 토론 관전평은 아메리카노 유튜브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세상에는 아주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다들 그렇게 하니까 나도 어쩔 수 없이 따라 하게 되는 것들이 더러 있습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는 건 법을 어기는 일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일은 아니고, – 그런 일이라면 물론 해서는 안 되겠죠. –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뜻합니다.

(하계올림픽 기준으로는) 4년에 한 번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스포츠를 즐기는 순수한 마음 이상으로 승패와 메달, 결과에 신경을 쓰게 되고, 나아가 국가별로 메달을 집계해 낸 종합 순위표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은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이 전쟁 중에도 잠시 무기를 내려놓고 올림피아에 모여 서로 기술을 뽐내고 겨루던 ‘평화의 제전’이었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고대 올림픽은 말할 것도 없고, 근대 올림픽 초기에는 참가하는 선수 개인 간에 혹은 팀별 경쟁은 있을지언정 선수들의 국가별로 성적을 집계하지 않았습니다. “국가대표”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금도 국가별로 메달을 몇 개 땄는지 집계하거나 그를 토대로 순위를 매기지 않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우승국도, 종합 순위도 없습니다. 그러나 정치와 전쟁, 국가주의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으며 인기가 높아졌고, 덩달아 상업적으로 몸집을 불린 오늘날의 올림픽에서는 메달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순위와 성적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는 스포츠 스타로 거듭나고, 나라와 종목에 따라 “영웅” 대접을 받기도 합니다.

메달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스포츠팬인 우리는 순위에, 메달 색깔에 연연하지 않으려 애를 씁니다. 그러나 으레 하는 메달 집계 방식에 익숙해진 탓인지, 아니면 순위를 매기는 것이 정말 사람의 본성인지 올림픽이 시작하고 나면, 종목별 소식, 성적에 이어 꼭 메달 집계 현황이 어떤지 궁금해합니다.

메달 집계 방식도 여러 가지입니다. 정답이 없는, 그래서 ‘취향 차이’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메달 색깔을 중요하게 여겨 금메달 하나가 은메달 100개보다 소중하다는 원칙으로 집계하는 방법이 있고, 메달 색깔에 차등을 두지 않고 전체 메달 개수를 집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국가대표로 선발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얼마나 많으냐, 즉 인구에 따라 메달의 가치를 달리 매겨야 한다는 주장이 인정을 받아 언젠가부터 메달을 그 나라 인구로 나눠 성적을 집계하는 방식도 유행입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금메달을 최고로 치는, 즉 메달 색깔별로 차등을 두는 방식을 여전히 택하는 듯합니다. 전체 메달 개수를 토대로 집계한 순위는 같이 보여주지만, 메달을 인구로 나누는 방식은 인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이 전 세계적으로 보면 인구가 많은 나라에 속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메달을 집계하면 순위가 내려갈 겁니다. 우리한테 불리한 집계 방식을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그런데 메달을 집계해 순위를 매기는 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지금 쓰이는 방식은 전부 다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피터 코이가 이 문제를 소개하며, 기존의 집계 방식을 보완한 새로운 메달 집계 방식을 소개했습니다.

전문번역: 그냥 메달 수 말고 올림픽 순위를 좀 더 ‘공정’하게 매겨 보는 방법

메달 색깔에 차등을 두느냐 마느냐는 적어도 이 글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메달 색깔에 상관없이 전체 메달 개수를 어떻게 집계하는 게 공정할지 탐색한 글이기 때문입니다. 금메달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주장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저도 모든 메달은 똑같이 소중하다는 주장에 조금 더 마음이 기울기 때문에 칼럼에서 다룬 집계 방식의 공정성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스포츠 강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이 있을까요?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스포츠 종목마다 자웅을 겨루는 최고의 무대 올림픽에서 상위에 들어 메달을 많이 따면 스포츠 강국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다는 게 그동안의 통념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 알다시피 지구상의 나라들은 인구도, 영토도, 경제력도, 즐겨하는 스포츠도 제각각입니다.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는 뛰어난 운동선수가 나올 확률이 아무래도 높을 겁니다. 이는 메달 개수를 인구로 나눠 나온 값으로 다시 순위를 매기자는 주장의 가장 중요한 근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메달 개수를 단순히 인구로 나눠 보면, 통계적인 착시가 일어나 진정한 “스포츠 강국”을 가려내기 어렵다고 피터 코이가 소개한 논문의 저자 두 명은 주장합니다. 국가별 메달 획득 가능성을 이항분포 공식으로 산출한다고만 써놓았는데, 이를 좀 더 풀어 설명하자면 이항분포애서 어떤 사건이 독립적으로 일어날 확률이 아주 높거나 낮을 때 (0이나 1에 가까울 때) 분산은 작아진다는 점에 착안한 것입니다. 실제로 대한민국 인구 5천만 명 가운데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몇 명이나 될까요? 이를 토대로 생각해 보면, 개인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확률은 실제로 0에 가까울 만큼 낮을 겁니다. 분산이 작아지면 인구가 적은 나라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집계되던 쏠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메달보다 주목해 볼 만한 것들: 스포츠 정신, 스포츠 저변

던컨과 퍼레스의 모델을 토대로 매긴 순위를 보면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잘 사는 나라, 소위 선진국들이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국민들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저변이 넓게 확보된 나라가 아무래도 높은 점수를 받을 테고, 대부분 남자 종목과 여자 종목이 나뉘어 있고, 같은 수의 메달을 주므로, 특히 여성이 제약 없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나라, 여자 스포츠 저변이 튼튼한 나라들이 높은 순위에 들었다고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잘 사는 나라에서는 대부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려고 운동하는 사람보다 건강을 위해, 취미 삼아 운동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각자 수준에 맞게 취미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운동이 보급된 나라가 잘 사는 나라이기도하고요.

스포츠의 저변이 넓다는 게 무엇인지 실감한 일화가 있습니다. 6년 전 평창 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땄던 “팀 킴” 컬링 국가대표팀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올림픽의 감동이 채 가시기 전인 3월, 캐나다에서 컬링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뉴욕에 살던 저는 “팀 킴”도 참가한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여행 계획을 짰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토론토까지 날아가서 차를 빌려 다시 세 시간을 북쪽으로 운전해 노스베이라는 곳까지 갔습니다.

올림픽 이후 훈련할 시간도 많지 않았고, 컨디션 조절도 쉽지 않았던 탓인지 한국 국가대표 “팀 킴”은 아쉽게도 세계선수권 예선에서 탈락했습니다. 실은 올림픽 예선에서 세계 최강이라는 캐나다 팀을 꺾은 게 바로 “지금 보시는 팀 킴”이라는 이야기를 캐나다 관중과 나누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했습니다. “팀 킴” 경기를 결선까지 보지 못하게 된 건 아쉬웠지만, 캐나다 관중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캐나다가 왜 세계 최강인지 이내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