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기후 위기 앞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2023년 7월 1일  |  By:   |  SBS 프리미엄  |  No Comment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5월 6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원자력은 우라늄과 같은 방사능 물질이 뿜어내는 열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내는 발전방식입니다. 원자력은 적은 양의 연료로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발전소 유지비용이 적어 효율이 높고, 무엇보다도 이산화탄소 배출이 화석 발전보다 훨씬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원자력은 에너지원의 에너지 밀도가 높은 만큼 이를 잘못 다뤘을 때 치러야 할 대가도 매우 큽니다.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2011년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자력 발전이 가진 위험성을 사람들에게 매우 깊이 각인시켰고, 독일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더는 원전을 짓지 않겠다고 선언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인류는 인류에 의해 초래된 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인류 전체가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기후위기입니다. 인간이 지난 수백 년 동안 뿜어낸 이산화탄소로 인해 지구의 온도는 올라가고 있으며, 지금 당장 인류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우리와 우리의 후손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을 겪으리라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주의자들에 의해 퇴출될 위기에 처했던 원자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주장에 반대하는 이들이 아직 많지만, 적어도 기후변화를 막는 데 원자력 발전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는 다수가 동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후과학자들이 원자력 발전을 지지하고 있으며, 전체 전력의 70%를 원전에 의지해 원전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인 프랑스는 한때 중단했던 원전 건설을 재개하려 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이 위험한 에너지원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문제는 그 위험의 정도를 어떻게 판단하며, 그 자체가 가진 효용과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입니다. 일상에서 개인은 자신의 직감으로 이를 판단합니다. 어떤 이는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어떤 이들은 비행기를 무서워합니다. 인간은 확률적 사건을 잘 판단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런 개인적 판단의 책임은 개인이 지기 때문에 사회는 무리 없이 돌아갑니다.

하지만 원자력과 같이 그 효용과 피해를 사회 전체가 져야 할 문제의 경우에는 소수 책임자의 직감에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곧 보다 엄밀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확률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의 경우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과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입을 피해를 곱한 기대값으로 정량화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그 기술이 주는 효용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물론 문제는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같이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사고는 확률을 정확히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과, 또 그 사고가 일어날 경우의 피해를 정확히 측정하기도 어렵다는 점입니다.

원자력이 에너지 생산 비용과 탄소 배출량에 있어 다른 에너지원보다 장점이 큰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원은 발전량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늘 일정한 양을 발전할 수 있는 원자력이 기저 발전원으로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원자력의 또 다른 단점은 바로 원자력 발전으로 발생하는 폐기물입니다. 어떤 이들은 원자력 발전으로 만들어지는 핵폐기물이 수만 년에서 수십만 년 동안 밀봉되어 있어야 하며, 이는 인류의 기술로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 28일 뉴욕타임스의 오피니언 란에는 친환경 원전 캠페인의 창립자인 메디슨 힐리가 사람들이 핵폐기물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힐리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우리가 가진 핵폐기물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려 합니다.

전문번역: 핵폐기물에 대해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것들

 

힐리는 우선 발전이 끝난 우라늄 알갱이는 금속 튜브에 담아 냉각수에서 5~10년을 식히고, 이 튜브는 발전소 내의 철제 콘크리트 통에 담아 보관하며 어떤 자연재해나 인간의 공격으로도 파괴되지 않도록 튼튼하게 설계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이 방사성 폐기물의 보관이 잘못되어 일어난 사고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또 발전소가 주기적으로 방출하는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 역시, 이 물을 매일 4L 정도 마셔야 바나나 하나를 먹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방사능에 노출되는 것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의 폐기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안전해지며, 암모니아는 시간과 무관하게 유독한 산업 폐기물임에도 우리가 이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마지막으로 힐리는 핵폐기물 드럼통 하나에 담긴 핵 연료로 만든 전력을 화석 연료를 이용해 만들었다면 220만 톤의 탄소를 배출했을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핵폐기물은 양이 많지 않고,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빠르게 안전해진다는 결정타를 날립니다.

기후위기는 이제 학계 다수가 동의한 과학적 사실입니다. 동시에 인류의 기후위기 대처 방식이 충분하지 않으며, 각국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도 분명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이라는 양날의 검을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폐기물 또한 마찬가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