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마스크 논란은 과학의 문제 그 이상이었다
* 지난해 11월부터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3월 2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코로나19는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처럼 인류의 역사에 한 페이지를 분명히 장식할 것입니다. 그 페이지에는 바이러스의 원인과 특성, 변종들, 의료체계의 대응 등이 들어가겠지만 마스크를 둘러싼 논쟁도 반드시 포함될 겁니다.
어떤 사회적 논쟁에 있어 사람들의 이익과 손해가 분명한 경우, 혹은 취향과 관련될 경우 에는 어려운 문제가 되며 쉽게 답이 나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민주주의, 다수결, 사법 절차 등의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논쟁의 상당한 부분이 과학적 이론이나 실험으로, 적어도 확률적으로라도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라 하더라도 아주 약간의 정치적 의미가 더해질 때 이 문제는 앞서의 어려운 문제로 바뀝니다. 수년 전 우리가 겪었던 광우병이나 천안함이 한 예가 될 것입니다. (이 문제들이 명확한 과학적 결론이 났다는 뜻은 아닙니다.)
마스크 역시 같은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얼핏 보면 이 문제는 순수한 과학적 문제로 보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곧 사망자를 최소화해야 한다는데 모두가 동의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바뀌며, 이는 이론적 예측과 실험적 검증이 가능한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개인의 마스크 착용을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매우 중요했고, 이는 정부와 개인의 관계라는 정치적 질문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진영의 문제로 바뀌었습니다. (동아시아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주제가 될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스크가 코로나19 피해를 줄일 수 있느냐는 과학의 질문이고, 지난 1월 말, 바로 그 질문에 대해 여러 연구를 종합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결과는 흥미롭게도 마스크 정책이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2월 21일, 퓰리처상 수상자인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는 이 연구를 바탕으로 마스크 지지자들을 강하게 질타하는 칼럼을 썼습니다.
마스크 정책은 효과가 없었다
사실 이 결론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을 통해 전파되며 따라서 마스크는 감염자의 바이러스 전파를 크게 막습니다. KF94나 N95와 같은 바이러스를 막는 마스크가 아니라 그저 천으로 입을 막기만 하더라도 효과가 있으며 이는 실험적으로 증명된 과학적 사실입니다. 즉, 개별적 상황, 곧 감염자와 비감염자가 같은 공간에 있을 때 둘 중 한 사람이라도 마스크를 쓸 경우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연구결과는 마스크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사회 전체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이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정책으로 인한 다른 비용이나 리스크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지요.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그 정책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 일정 비율 이상 된다면 결과적으로 사회가 입는 피해가 큰 차이가 없을 가능성입니다. 예를 들어, 가족 중 한 명이 감염되었을 때 같이 사는 나머지 가족이 쉽게 감염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즉, 가족이 모두 마스크를 잘 쓰더라도 한 명이 쓰지 않는다면 다른 가족이 평소 마스크를 열심히 쓰는 것이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지요.
다른 이유로는,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는 것입니다. 식당이나 카페가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무언가를 먹고 마시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벗어야 합니다. 사실 테이블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있다가 카운터나 화장실을 갈 때 마스크를 쓰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이들은 매우 많을 겁니다.
물론 마스크 지지자들은 정책을 따르지 않는 마스크 반대자들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회적 정책이란 이런 ‘수용성’을 고려해서 계획되고 시행되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수용성에 주목한 ‘넛지’와 같은 개념도 있지요.
더 나은 정책을 찾아서
사실 마스크는 인간에게 가장 눈에 띄는 얼굴을 가리는 것이므로, 곧 누군가가 마스크를 썼는지 안 썼는지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에 넛지가 필요하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착용자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압박이 너무나 컸기에 몇 년 동안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것은 눈을 씻고 봐도 쉽지 않았지요. 그러나 오미크론이 유행할 때는 마스크도 효과가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스크 자체의 비용과 위험이 있습니다. 마스크로 인한 추가적 지출은 둘째로 하고, 마스크 자체가 숨을 쉬기 힘들게 만드는 것은 모두가 경험하는 사실입니다. 물론 정부는 마스크로 인한 호흡곤란을 겪는 이들에겐 마스크를 권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이를 따르지 않기는 쉽지 않았지요. 마스크 자체가 가진 화학물질도 있습니다. 장시간의 마스크 착용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아직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코로나19는 인류의 역사에 남을 사건이자 하나의 거대한 사회실험이었습니다. 마스크 착용의 효과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더 나올 것 같습니다. 마스크 착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나, 얼굴을 가리는데 익숙해짐으로써 생겨난 정신적 영향 같은 것도 관련 연구가 나오겠지요. 적어도 인류가 다음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는 더 나은 전략을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