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스프]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 지난해 11월부터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글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2월 9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세상은 빠르게 변했고,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이 있습니다. 그중 인간의 활동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간다는 건 이 흐름의 한 측면을 매우 잘 포착한 말입니다. 1990년대에 보급되기 시작한 PC와 인터넷은 지난 수천 년간 인간 활동과 문화가 대부분 정보 교환으로 환원될 수 있음을 보여줬고, 그 흐름은 모바일을 거쳐 이제 메타버스로 향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시기는 질문으로 넘쳐나며, 적절한 질문을 고민한 이들은 그 대가로 커다란 보상을 받게 됩니다. 아마존은 일찌감치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물건, 특히 책을 사게 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난 30년은 아마존의 질문이 옳았음을 증명한 시기입니다. 이제 아마존은 책을 포함한 모든 미국 소매 시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물론 아마존의 성장 이면에는 경쟁사들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바로 오프라인 서점들입니다. 미국 전역에 500개 이상의 매장을 가지고 있던 보더스는 2011년 문을 닫았고, 100년의 역사를 가진 서점 체인 1위 반스앤드노블은 지난 10년 동안 매출이 절반으로 깎였습니다.
팬데믹과 오프라인 서점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사람들은 다시 책을 찾기 시작했고, 반스앤드노블도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는 2019년 취임한 제임스 던트 CEO가 있습니다. 던트는 어려움을 겪던 영국의 서점 체인 워터스톤스를 구해낸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서점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그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 서점이 가고 싶은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출판사들이 돈을 내고 매대를 사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사람들이 출판사가 팔고 싶은 책이 아니라 정말 좋은 책을 발견할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각 매장에 자율적인 권한을 줌으로써 매장 직원들이 서점을 사랑하게 했고, 또 해당 지역에 맞는 책을 구비하도록 했습니다.
전문 번역: 문 닫기 직전까지 갔던 반스앤드노블 서점은 어떻게 부활했나
지난 1월 28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에즈라 클라인은 반스앤드노블의 부활이 어떤 의미인지를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한국 나이로 갓 마흔이 된 그는 20대 초반에 블로그로 유명해졌고, 서른 살에 복스(Vox)를 창간한 언론계의 아이돌 같은 인물입니다. 그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며 오프라인 서점의 중요성을 말한 부분은 가슴을 울리는 점이 있습니다.
그는 학교를 싫어했고, 친구들이 여는 파티에도 초대받지 못하는 아이였습니다. 대신 그에게는 반스앤드노블이 있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책 속에 파묻혀 있고 싶은 만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그는 널찍한 반스앤드노블이 마치 ‘여기 앉아서 책을 읽다 가세요.’라고 말하는 공간이었다고 말합니다.
저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클라인의 반스앤드노블에 대한 기억이 마치 어떤 이상향에 대한 묘사처럼 들립니다. 그리고 그가 그 장소에 얼마나 매력을 느꼈는지도 이해합니다. 한편, 이런 공간이 사라질 수도 있었다는 사실에 기업가의 의무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반스앤드노블도 자칫 보더스처럼 폐업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럼 제2, 제3의 에즈라 클라인과 같은 아이들에게 다른 곳에서 가질 수 없는, 즐거우면서도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을 것입니다.
망할 수밖에 없는 사업은 없다
기업가는 고객 만족을 극대화할 책임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그 고객 만족을 지속가능한 것으로 바꾸어야 할 책임이 포함됩니다. 사실 이 질문은 반스앤드노블이 없는 우리나라의 여러 서점 체인과 독립 서점이 맞닥뜨린 질문이기도 합니다.
클라인은 글 말미에 위의 질문에 충분히 동의할 만한 답을 줍니다. 곧,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세상이 바뀌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라도, “필연적으로 망할 수밖에 없는 사업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오프라인은 온라인이 영원히 줄 수 없을 무언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훌륭한 서점, 가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며,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충분히 풀 수 있는 과제라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