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게임화(gamification)에 대처하는 법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주변 환경을 변화시킵니다. 여기서 말하는 환경에는 같은 종의 다른 개체가 포함되며, 특히 인간을 비롯한 사회적 동물은 사회적 상호작용, 곧 다양한 종류의 의사소통을 통해 같은 목적을 실현합니다.
게임의 요소를 이용해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화(gamification)도 그 연장선에 존재합니다. 물론 개체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의사소통이 그 개체에 반드시 부정적 효과만을 가져오지 않는 것처럼 게임화 역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Hooked”의 저자 니르 아얄이 말하는 것처럼, 오늘날 다수의 기업이 게임화를 이용해 고객을 자신들의 제품으로 유혹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게임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 분야에서 많은 베스트셀러를 저술한 스티븐 존슨은 올해 초 라이프해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중요한 것은 자신이 게임화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과 그 게임화의 규칙을 파악함으로써 자신에게 이익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라 말합니다.
기업이 게임화 기술을 사용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게임화는 고객의 엔돌핀을 자극해 고객이 해당 기업의 제품 혹은 서비스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줍니다. 이는 고객으로 하여금 의학적 의미의 중독은 아니더라도 자신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게임화에 어떤 기술들이 쓰이는지 알아야 합니다.
게임화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가변적 보상’입니다. 쥐를 이용한 유명한 실험에서 쥐들은 음식이 일정하게 나오는 막대보다 가끔 나오는 막대를 더 많이 눌렀습니다. 카지노의 슬롯머신이 이런 특성을 이용한 것입니다. 가변적 보상에는 다른 요소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우리에게 일정 시간 어떤 기대를 즐기게 하는 것입니다. 슬롯머신이 바로 결과를 알려주지 않고 한참을 빙글빙글 돌아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때로 화면이 뜨는 시간이 걸리는 것은 프로그램이나 인터넷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바로 이런 요소를 이용하기 위해 해당 앱들이 고의로 시간을 끄는 것입니다.
어떤 서비스에서 특정 행동을 할 때마다 경험치를 높이고 일정 정도에 다다르면 보상을 주거나 레벨을 올려 주는 것, 그리고 특히 경험치 바를 통해 성취감을 주는 것도 게임화의 일종입니다.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먹을 때마다 도장을 받는 것이나 항공사의 마일리지를 쌓기 위해 때로 더 비싼 항공권을 사는 것도 비슷합니다.
이보다 한 차원 더 나아간 것으로 ‘연속 X일’과 같은 신호를 줌으로써 고객이 계속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때 고객은 하루라도 이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그동안 쌓아온 것이 사라지기 때문에 강박적으로 이 서비스를 사용하게 됩니다.
타인과의 경쟁은 대표적인 게임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물론 경쟁은 우리의 삶에서도 중요하며, 건전한 종류의 경쟁 또한 매우 많습니다. 그러나 어떤 서비스는 사용자들끼리 경쟁을 시켜 불필요한 혹은 무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곤 합니다. 존슨은 웰스 파고 은행이 직원끼리 고객 유치 경쟁을 하게 한 결과 수백만 개의 가짜 계정이 만들어졌으며, 이는 수억 달러의 비용 지출로 이어졌다고 말합니다.
흥미롭게도 경쟁의 양면인 커뮤니티 또한 게임화의 요소입니다. 물론 무언가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혹은 어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많은 서비스는 의도적으로 사람들에게 주는 정보에 영향을 주어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소셜미디어에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만 뭉치게 만드는 필터 버블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런 다양한 게임화의 요소들은 우리 뇌에 새겨져 있는 욕망을 자극하며, 따라서 이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지금 이 서비스가 게임화 기술을 내게 쓰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과, 이 서비스가 주는 보상이 실제로 내게 중요한 것인지 스스로 생각함으로써 자신에게 이익이 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좀 더 쉬운 말로 하자면, 지금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한번 의심해보자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