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키스의 이유에 대한 새로운 근거
2022년 5월 16일  |  By: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  No Comment

오늘날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가장 인기 있는 프레임은 진화적 관점입니다. 이는 인간의 특정한 행동과 그 습성이 인간에게 어떤 진화적 이득, 곧 생존과 번식에 이득을 주었는지 찾아보고 만약 그럴듯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면 이를 가설로 삼아 추가로 증거를 찾는 방법입니다. 이후 충분한 증거가 모이게 되면, 그 행동은 적응이라 불리게 됩니다.

이런 진화적 관점에 다양한 차원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먼저 인간을 이런 생물학적 진화의 결과물로 취급하는 데 반대하는 차원이 있습니다. 곧 인간은 특별한 존재이며, 영혼과 자아 사이에는 초자연적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직 인류의 상당수는 이런 생각을 하는 듯하지만, 적어도 과학계는 이러한 관점을 더는 의미 있게 취급하지 않습니다.

반면 인간의 특정한 행동이 진화에 의한 것이 아닐 과학적인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합니다. 바로 문화입니다. 그리고 이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의 대결은 본능(nature)과 양육(nurture)의 대결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은 왜 키스를 하는 것일까?’하는 질문도 그렇습니다.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요한 전형적인 과정이 있습니다. 먼저 원시 부족을 관찰합니다. 이들은 인류의 조상과 생활양식이 비슷하다고 여겨지므로 이들이 그 행동을 한다면, ‘본능 팀’은 1점을 얻습니다. 그리고 그 행동이 전지구적, 모든 민족과 부족에서 일어나는지도 조사됩니다. 만약 모든 인류가 그런 습성을 가지고 있다면 역시 ‘본능 팀’이 유리해집니다.

다음 순서는 동물들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비슷한 논리로, 인간과 가까운 유인원에게 그 행동이 관찰된다면, 역시 ‘본능 팀’의 득점입니다. 그리고 아직 문화의 세례를 받지 않은 갓난아기들을 관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직은 키스의 이유에 대해 어느 한 진영의 승리를 말하기 힘듭니다. 우선 문화권에 따라 키스를 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있습니다. 주로 열대지방 문화권에서는 키스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동물 중 인간과 매우 가까운 침팬지와 보노보는 키스를 즐깁니다. 어미가 새끼에게 음식을 입으로 전달하는 것은 많은 동물에서 관찰할 수 있는 보편적인 행위입니다.

지난 20일, NPR은 아기들의 키스에 대한 반응을 관찰한 MIT 과학자들의 연구를 소개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귀여움 경보를 발령합니다. 이들의 실험을 읽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웃음이 떠오를 겁니다.

사진=Unsplash

이들은 아기의 시선을 추적하는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아기의 반응 연구에 널리 쓰이는 방법인데, 아기가 보는 상황에서 두 여성이 인형과 상호작용을 하게 한 후 아기의 시선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첫 번째 여성에게는 인형과 공놀이를 하게 했고, 두 번째 여성은 인형 입에 오렌지를 가져가서 깨물게 한 다음 다시 자신이 먹게 했습니다. 그다음, 인형이 울기 시작했을 때 아기들이 누구를 쳐다보는지 보았습니다. 두 여성 중 누가 인형과 더 가깝고 따라서 누가 인형을 위로해줘야 한다고 아기들이 생각하는지를 본 것입니다. 아기들은 오렌지를 같이 먹은 여성을 더 오래 쳐다보았습니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단순히 음식을 같이 먹은 사람을 더 친밀하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님을 보이기 위해 두 번째 실험에서는 첫 번째 여성은 공놀이 대신 서로의 이마를 만지고, 두 번째 여성은 오렌지 대신 손가락을 인형의 입에 넣었다 다시 자기 입으로 가져가게 했습니다. 두 번째 실험에서도 아기들은 손가락을 입에 댄 여성을 더 오래 보았습니다.

물론 이 실험이 키스가 본능이라는 것을 바로 확증해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입을 통해 무언가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친밀한 관계를 나타낸다는 것을 아기들도 알고 있다는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UCLA의 인류학자 앨런 피스크는 이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타액을 공유하는 것은 신체의 분비물을 공유함으로써 신체를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

음… 분비물을 공유함으로써 친밀한 관계를 확인한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해 보이고, 우리가 아주 잘 아는 한 가지 예를 바로 떠올리게 하네요. 바로 아기가 엄마의 젖을 통해 느끼는 무한한 사랑입니다. 아기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