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2021 뉴욕타임스 부고 기사 모음
2022년 5월 2일  |  By: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  No Comment

한해를 정리하는 다양한 방법 중에는 우리 곁을 떠난 이들을 기리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오늘은 뉴욕타임스가 꼽은 “2021년 우리 곁을 떠난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말 그대로 올 한해 쓴 부고 기사를 정리한 건데, 뉴욕타임스는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 부고 기사를 잘 쓰기로 유명한 신문사라서 아는 사람의 부고 기사는 클릭해서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이 가운데 눈에 띈 몇 명을 골라봤습니다.


12월

E.O. 윌슨(E.O. Wilson)

원래는 진화생물학자 E.O. 윌슨 박사의 부고 기사를 소개하려다가 이 시리즈를 보게 됐던 겁니다. 윌슨 박사는 곤충을 주로 연구한 생물학자로 수십 가지 새로운 개미를 발견하는 등 종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린 학자입니다. 윌슨 교수에 관해서는 주로 업적을 정리한 글과 업적을 둘러싼 엇갈린 평가를 소개한 글을 총 두 편 썼습니다.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

건축가 로저스는 파리에 있는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와 런던에 있는 밀레니엄 돔(Millennium Dome)을 지었습니다. 지난 2007년엔 건축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꼽히는 프리츠커(Pritzker) 상을 받았습니다.

샐리 앤 하우스(Sally Ann Howes)

영화배우 앤 하우스는 1968년 치티치티뱅뱅(Chitty Chitty Bang Bang)의 주연 배우로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데스몬드 투투(Desmond Tutu)

남아프리카공화국 성공회 대주교를 지낸 투투 사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악명 높은 인종분리정책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를 종식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11월

버질 아블로(Virgil Abloh)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LVMH 최초의 흑인 수석 디자이너로 활약한 아블로는 41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전두환

기사 제목과 부제로 설명을 대신합니다. “한국의 군인 출신 독재자 전두환, 90세로 사망(Chun Doo-hwan, Ex-Military Dictator in South Korea, Dies at 90)”.

한국의 군부 독재정권의 상징과도 같은 악명 높은 인물인 전두환은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찬탈한 뒤 1980년대 대부분 철권 통치를 이어갔다.

 

10월

노태우

전두환과 함께 일으킨 쿠데타의 주역이었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을 향한 뉴욕타임스의 평가는 좀 더 후했습니다. 제목은 “한국 민주화로 가는 길에 정치 지도자를 지낸 노태우, 88세로 사망(Roh Tae-woo, 88, South Korean Leader in Move Toward Democracy, Dies)”이었습니다.

그는 1980년 한국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한 데 책임이 있다. 전두환 정권의 2인자로서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를 진두지휘한 노태우는 퇴임 후엔 내란과 반란죄로 징역형을 살았다.

콜린 파월(Colin Powell)

흑인 최초로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파월 전 장관에 관한 부고 기사들을 묶어 저희도 소개했습니다.

사진=뉴욕타임스 웹사이트 갈무리

9월

미키스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

그리스의 작곡가인 테오도라키스는 1964년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의 음악으로도 유명하지만, 음악과 글로 군부 독재정권에 저항한 것으로 더 유명합니다. 군부는 마르크스주의자였던 테오도라키스를 투옥하거나 그리스 밖으로 추방했습니다.

조용기

한국 메가처치의 상징과도 같은 조용기 목사의 죽음에 뉴욕타임스는 “한국에 기독교를 대중화한 조용기 목사, 85세로 사망(Cho Yong-gi, Who Spread Christianity in South Korea, Dies at 85)”이라고 썼습니다.

조용기 목사가 세운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한때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남한에서 종교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를 바로 보여준다.

 

8월

미셸 라끌로트(Michel Laclotte)

루브르박물관(Louvre)의 관장을 지낸 라끌로트는 아이엠페이(I.M. Pei)의 유리 피라미드를 설치하는 작업을 완수했습니다. 앞서 더는 쓰지 않는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바꿔 오르세 미술관(Musée D’Orsay)을 개장하게 한 주역도 라끌로트였습니다.

카지 마키(鍜治 真起)

대학교를 중퇴한 카지 마키는 1~9 숫자를 이용해 푸는 스도쿠(sudoku) 퍼즐을 전 세계에 알려 “스도쿠의 대부”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7월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

표준 모형(Standard Model)을 세우는 데 토대가 된 이론을 정립한 공로로 20세기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와인버그 박사는 197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표준 모형이란 우주의 모든 소립자를 분류해 물리학이 연구하는 힘의 원천을 정립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와인버그 박사는 “최초의 3분”을 비롯한 대중서로도 유명합니다.

 

6월

로라 포맨(Laura Foreman)

1970년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Philadelphia Inquirer) 기자로 일하던 포맨은 펜실배니아주 상원의원이던 헨리 치안프라니(Henry J. Cianfrani)와 연인 사이였습니다. 필라델피아 정계의 거물이던 치안프라니 의원은 포맨 기자에게 2만 달러어치 넘는 선물을 줬습니다. 포맨이 취재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미국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에 관한 윤리 강령을 제정했습니다.

도널드 럼즈펠트(Donald Rumsfeld)

럼즈펠트 국방장관은 총 4명의 대통령 아래서 장관직을 수행했습니다. 잘 알려진 건 냉전이 한창이던 포드 대통령 시절(1975~77)과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2001~6)입니다.

 

5월

위안룽핑(袁隆平)

중국의 식물학자이자 잡종 벼 교배 전문가인 위안룽핑 원사는 작물 생산량을 늘려 수많은 이들이 기근에서 벗어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중국 인민일보 한국어판에 실린 부고 기사도 함께 싣습니다.

폴 반 도렌(Paul Van Doren)

반 도렌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운동화 브랜드 반스(Vans)의 창업주입니다. 1970년대 스케이트 보더들에게 인기를 끌던 반스 신발은 1982년 션 펜(Sean Penn)이 주연한 영화 “리지몬드의 연애소동(Fast Times at Ridgemont High)”에서 주목을 받아 전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가 됐습니다.

 

4월

필립 왕자(Prince Philip)

영국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인 필립공은 지난 4월, 99세를 일기로 숨졌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지난주 성탄 메시지에서도 남편 필립공을 추모했습니다.

 

3월

조안 월시 앵글런드(Joan Walsh Anglund)

시인이자 동화 작가인 앵글런드는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그림책을 남겼습니다.

 

2월

아를 린 파이퍼(Arlene Pieper)

1959년 파이퍼는 콜로라도 마니투 스프링스에서 열린 산악 마라톤 대회 파이크스 픽 마라톤에 참가해 완주했습니다. 산 중턱에서 시작해 해발 4270m인 정상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코스를 9시간 16분에 완주한 파이퍼는 세계 최초로 마라톤을 완주한 여성으로 기록됐습니다.

 

1월

래리 킹(Larry King)

방송인 래리 킹은 본인 이름을 딴 인터뷰 쇼 래리 킹 라이브를 50년 가까이 진행했습니다.

행크 애런(Hank Aaron)

애런은 1974년 4월 8일 산 715번째 홈런을 쳐 베이브루스의 기록을 넘어섰는데, 흑인 선수의 기록을 인정할 수 없다며 수많은 비난과 협박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행크 애런은 역대 통산 최다 홈런(755개)이라는 금자탑과 같은 기록을 30년 넘게 지켰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노골적이던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이룩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애런의 업적은 더욱 빛납니다.

토미 라소다(Tommy Lasorda)

야구인 한 명만 더 소개하고 마무리합니다. 메이저리그의 명장이지만, 특히 우리나라 팬들에게도 친숙한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입니다. 라소다 감독은 박찬호 선수를 발탁해 메이저리그에 데뷔시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