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을 찾아 나선 테크 업계의 선각자
2022년 1월 25일  |  By:   |  IT, 경영  |  No Comment

(애틀랜틱, Charlie Warz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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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의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트위터를 떠나기로 한 잭 도시(Jack Dorsey)의 결정은 미래의 인터넷이 향하는 방향을 보여줍니다.

지난해 말 트위터(Twitter)의 CEO 자리에서 물러난 잭 도시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괴짜로 불립니다. 언론인 애슐리 파인버그(Ashley Feinberg)는 잭 도시와 대화가 이해하기 어렵거나 혼란스러울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이 특별히 현학적이거나 관념적이라서가 아니라, 마치 그래야 하는 것처럼 말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평가는 제가 잭 도시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조용하고 내성적이었습니다. 허세가 넘치는 CEO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말수가 적을뿐더러 매우 사려 깊은 대답을 하는 편이었죠. 그러나 말투가 아무리 진지하더라도, 절대 질문에 시원하게 직설적인 답을 내놓는 일이 없었습니다. 기자로서는 만족하기 어려운 인터뷰이기도 했습니다. 플랫폼의 특정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물어보면 대화가 아니라 낱말 잇기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도시 CEO가 답변을 회피하기 위해 빙빙 둘러서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루려는 이상적인 꿈과 현실의 소셜미디어에서 난무하는 온갖 해로운 소통의 간극을 자신만의 함축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죠. 잭 도시는 이상적인 트위터의 모습을 마음에 그리고 있지만, 그것을 정확히 전달할 용어가 부족해 보입니다. 마침내 잭 도시가 트위터를 떠나면서 창업자가 꿈꾸는 이상적인 소셜미디어와 현실의 트위터 간의 긴장도 사라지게 됐습니다. 다른 빅테크의 수장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창업한 지 십수 년이 지나 거대하게 성장해서 다양한 문제에 시달리는 플랫폼 기업을 떠나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습니다. 그간 트위터의 CEO 자리에서 보였던 도시의 태도는 마치 한눈파는 애인 같았습니다. 운영하는 회사의 경영보다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상에 온통 관심을 쏟았으니까요.

잭 도시는 항상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으로 유명했습니다. 트위터로 성공 신화를 거둔 후, 도시는 2006년 분권형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를 창업했고, 이 회사는 나중에 스퀘어(Square)가 됩니다. 그는 테크 분야의 선각자이면서 괴짜로도 알려졌습니다. 금식을 하고, “소금 주스”라 불리는 영양 성분이 의심스러운 음료를 마십니다. 그리고 8km를 달려서 출근합니다. 긴 수염과 코걸이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그는 선견지명을 가지고 두 회사 CEO를 겸직하는 ‘두 집 살림’을 했습니다. 자신만의 비전으로 몇 년 전부터 암호화폐에 관해 열정적으로 트윗을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8월에는 비트코인이 결국 “세계를 하나로 통합할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잭 도시가 그리는 테크 분야의 다음 시나리오이자,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다음 회사를 염두에 둔 그의 큰 그림일지도 모릅니다.

2021년에 트위터의 최고경영자로 기업을 이끄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가 대규모 지분을 인수해 성장 목표를 달성하라고 잭 도시를 압박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출시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트위터는 이미 큰 규모로 성장한 기업입니다. 트위터와 같이 성숙한 기업, 특히 정치와 문화적인 영향력이 높은 기업을 경영할 때는 성장이 아니라 운영과 위기관리에 많은 힘을 쏟아야 합니다. 일종의 악몽이기도 합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도시는 트위터에서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가짜뉴스의 홍수, 의회에서의 다양한 증언, 전직 대통령의 계정 폐쇄 결정 등 하나같이 쉽지 않은 사건들을 헤쳐 왔습니다. 우리가 잭 도시의 노고에 대해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어려운 시기에 트위터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대중들에게 비판도 받았고, 이런 상황은 혜안을 가진 선각자인 CEO가 원하는 일이 아닙니다.

기존 테크 플랫폼 기업은 수억 명의 사용자로부터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다양한 문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플랫폼을 떠올려보면 어떤 문제인지 알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해야 하고, 주기적인 업데이트와 이용 규정을 끊임없이 제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서비스 변화를 싫어하고 쉽게 짜증 내는 사용자의 구미에 맞춰야 합니다. 소셜미디어로 대표되는 웹 2.0은 더 이상 가능성이 넘치는 놀이터도 아니고, 인터넷의 미래도 아닙니다. 벤처캐피털, 프로그래머, 잭 도시를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CEO들이 웹 3.0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입니다.

웹 3.0은 온라인 서비스와 플랫폼 중심의 2세대 인터넷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토큰 중심으로 전환하는 3세대 인터넷을 의미합니다. 이론적으로 보면 분산 네트워크이며, 누구든지 토큰을 보유한 만큼 소유권과 투표권을 가집니다. 투자자와 투기 자산을 기반으로 금융 자산화된 인터넷의 새로운 형태이자, 개발자와 창작자가 본능적으로 몰려드는 혼란스러운 공간이기도 합니다.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들은 종종 혼란스럽고, 암호화폐 전용 지갑 등 진입장벽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독특하고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웹 3.0은 새로운 가능성이 넘치는 놀이터입니다.

잭 도시는 대표적인 암호화폐 세계(Crypto world) 전도사입니다. 지난여름 마이애미에서 열린 회의에서 비트코인의 무한한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비트코인이 금융서비스가 열악한 신흥국에서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보편적 자산이자 유틸리티가 될 수 있다고 극찬하면서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비트코인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9년 11월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가나에서 기업인들과 함께하면서 비트코인 기술이 혁신적이면서도 아름답기까지 하다는 점을 깨우쳤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자신이 트위터나 스퀘어의 CEO가 아니라면 비트코인에 전념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잭 도시는 비트코인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견해를 밝혀 왔습니다. 비트코인에 대한 그의 언급은 희망과 가능성으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매우 모호하기도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암호화폐는 하나의 정신이자 체계이며, 매우 희귀하고 특별하고 소중한 것을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바로 제 인생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전 세계 사람들을 위해 엄청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비트코인에 대한 잭 도시의 비전은 트위터에 대한 비전처럼 자신감이 넘치고 이상적입니다. 2019년 트위터에 빈번한 혐오 발언이 문제가 되자, 그는 우물쭈물하며 빙빙 둘러대는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암호화폐 채굴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잭 도시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저는 비트코인이 오늘날에는 물론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재생에너지 이용을 늘리도록 장려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에 대한 인식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사용되지 않고 낭비되는 전력을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인류에게 가치를 주는 무언가로 바꾸는 자유를 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잭 도시가 그가 말한 그대로 믿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잭 도시는 테크 기업의 CEO 중에 비판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했고, 트위터가 혐오 발언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에 대한 그의 견해는 예전에 트위터에 품었던 희망과 비슷합니다. 다시 말해 누군가 그 기술이 가진 가장 큰 문제를 결국 해결하리라는 믿음이 깔려 있습니다. 기술 혁신가이자 몽상가에게 기대할 수 있는 당연한 기대입니다. 그러나 잭 도시의 웹 3.0에 대한 비전과 그가 주장했던 발언의 자유라는 이상주의는 분명한 유사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웹 3.0은 현재의 엉망진창인 인터넷보다 훨씬 평등하고 포용적입니다. 웹 3.0을 주도하는 선각자들은 그들의 계획을 믿고 따라오면 알아서 생각한 대로 이뤄지리라 주장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잭 도시가 트위터를 떠나 임호화폐 시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메타버스 기업으로 재창조한 것과 비슷합니다. 빅테크 창업자들은 비대해지고 지루한 인터넷 2.0을 떠나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상과 야망은 충분히 존경스럽지만, 웹 2.0을 기반으로 기존에 창업했던 플랫폼 기업은 많은 문제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사실 잭 도시와 그가 운영할 기업은 미래의 선구자이며, 우리가 미래에 지나갈 도로와 공공장소를 능수능란하게 설계하는 도시 계획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도시 계획만으로는 실제 도시를 만들거나 공원을 조성하고 길을 내지 못합니다. 도시는 치밀하게 관리되는 인프라의 집합체입니다. 위생을 담당하는 부서는 길에 쓰레기가 나뒹굴지 않도록 관리하고, 교통 담당 부서는 열차가 제시간에 도착하도록 정교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몽상가가 아니라 관료들이 필요한 것입니다.

자신도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비전을 가진 잭 도시가 관료적인 관리 업무를 답답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그리고 인터넷 시대의 선각자이자 몽상가들이 다른 세계로 모험에 나서는 것은 인터넷의 두 번째 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시그널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