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법원 “구글에 물린 반독점 벌금 옳았다”
(폴리티코, Simon Van Dorpe)
유럽연합 하급법원에 해당하는 룩셈부르크 소재 유럽 일반법원(EU General Court)이 2017년 유럽연합이 구글에 부과한 24억 유로(약 3조 2천억 원)의 벌금은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지난 10일 판결을 통해 구글은 쇼핑 비교 검색 서비스에서 자체 브랜드를 경쟁사 브랜드보다 우대함으로써 유럽연합 반독점법을 어겼다며, 이렇게 밝혔습니다.
“구글은 검색결과를 보여줄 때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과를 보여주는 대신 자사의 비교 검색 서비스를 경쟁 서비스보다 더 잘 보이도록 우대했으며, 이는 경쟁 질서를 해친 불공정 경쟁에 해당한다.”
법원은 구글이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 다른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이 부문에서도 경쟁을 벌였다는 구글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구글은 쇼핑 비교 검색 서비스와 관련해 검색 알고리듬을 변경한 이유는 검색의 품질을 높이려는 조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법원은 그러나 이에 관해서도 구글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구글의 조치로) 경쟁이 저해된 부분이 우려되는 가운데, 반대로 알고리듬을 바꿔 구체적으로 검색의 품질을 어떻게 높였고, 효용이 어디서 얼마만큼 늘어났는지 구글은 입증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유럽연합과 유럽 각국의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규제 당국은 항공권, 맛집, 후기 비교 등 특정 주제에 관한 검색 서비스에서 구글이 경쟁 업체를 차별할 때 개입할 법적 근거를 확보했습니다. 또한, 페이스북이 장터 플랫폼인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애플이 애플 뮤직을 통해 다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차별하려 해도 제재를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까지 프랑스 반독점 규제를 총괄했던 고등행정법원의 이사벨 드실바 판사는 트위터에 “디지털 플랫폼이 플랫폼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경쟁 업체를 차별하고 자신이 소유한 브랜드나 업체 제품을 우대하는 식으로 불공정 경쟁을 펼 때 이를 제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본 이번 판결은 반독점 규제 당국 모두에게 의미 있는 승리”라고 썼습니다.
미국의 식당이나 사업체 후기 서비스인 옐프(Yelp)의 루더 로 공보팀장은 이번 판결을 토대로 구글에 실제로 필요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번 결정이 허울뿐인 승리로 남지 않게 하려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조속히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와 기소에 나서야 한다. 구글은 일반 검색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점유율을 남용해 수직적 검색 시장이나 지역에 특화된 검색 서비스에서도 옐프와 같은 경쟁 업체를 차별했다. – 루더 로, 옐프 공보팀장
구글에 차별받았던 업체들은 그동안 입은 손해에 대한 보상을 넘어 더 공정한 경쟁 환경을 보장받기 원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직접 구글에 플랫폼을 이용하는 업체들을 공정하게 대우하는 더 효과적인 메커니즘을 적용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구글은 전 세계 곳곳에서 규제 당국과 반독점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1년 사이에 미국에서만 세 건의 각기 다른 소송이 진행 중이고, 유럽에서도 이번에 판결이 나온 사건 외에 다른 소송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구글은 “법원의 결정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대응 방침을 정하겠다”면서도 “이번 판결은 매우 특정한 사안 하나에 관한 결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구글이 다른 부문에서도 독점 지위를 남용해 경쟁 질서를 해친다는 식의 일반화를 경계한 것입니다. 또한, 구글은 지난 2017년에 유럽연합 규제 당국이 벌금을 물렸을 때부터 이미 경쟁 업체들을 차별하지 않는 메커니즘을 적용해 운영해 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결정에 맞춰 문제 된 부분을 2017년에 이미 개선했다. 이후 지난 3년 넘게 플랫폼은 문제없이 성공적으로 운영됐으며, 구글 플랫폼을 이용하는 700개 넘는 쇼핑 비교 검색 서비스로 고객들이 수십억 번 유입됐다. – 구글
그러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쇼핑 비교 검색 서비스들은 구글이 실질적인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이번 기회에 구글을 더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승리를 축하한다. 다만 지금 더 고삐를 단단히 쥐어야 한다. 구글이 취했다고 말하는 조처는 제대로 된 경쟁 환경을 복원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여전히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공정하지 않게 배분된다. 지금 구글을 바로잡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플랫폼들을 규제하기도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다. – 리처드 스테이블스 CEO, 쇼핑 비교 검색 서비스 켈쿠(Kelkoo)
이번 소송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를 지지했던 유럽 소비자 연합(BEUC)도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완전하고 치우치지 않은 정보를 토대로 시장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해 경쟁 업체를 몰아냄으로써 방해해선 안 된다는 점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오늘 일반 법원의 결정이 의미가 있다. – 모니크 고옌, BEUC 사무총장
2017년 소송은 유럽연합 반독점 규제 당국이 구글을 대상으로 제기한 세 건의 소송 가운데 가장 먼저 결정이 난 사안으로, 24억 유로는 유럽연합이 단일 기업에 물린 벌금 액수로는 두 번째로 큰 규모였습니다.
오늘 법원의 결정을 통해 구글의 행위가 시장의 경쟁 질서를 해친 불법 행위였음이 다시 한번 명확해졌다. 시장에 법과 규제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도 분명해졌으며, 집행위원회는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다 동원해서 거대 디지털 플랫폼의 전횡에 맞설 것이다. –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구글은 일반 법원보다 상급 법원인 유럽연합 고등법원(European Court of Justice)에 항소할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2017년 구글에 검색 시장 차별 혐의로 24억 유로 벌금을 물린 데 이어 2018년에는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에 독점적인 우위를 부여한다는 이유로 구글에 43억 4천만 유로의 역대 최대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또한, 2019년엔 구글이 다른 웹사이트 광고를 차별한다는 혐의를 조사한 뒤 14억 9천만 유로의 벌금을 물렸습니다. 지난 6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구글의 온라인 광고 행위에서 나타난 독점 지위 남용 혐의에 대해 새로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