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족 사태가 불러온 자동차 기업과 테크 기업 간 협업
2021년 11월 5일  |  By:   |  IT, 경영  |  No Comment

(월스트리트저널, Asa Fi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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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점점 디지털 기기로 바뀌면서 자동차와 IT 산업 간 협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테크 기업은 자동차 기업이, 자동차 기업은 테크 기업이 필요합니다.”

반도체 공급난이 발생하고 자동차가 디지털 기기가 되면서 반도체 업계와 자동차 업계가 협력을 늘리고 있습니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자동차 업계와 반도체 업계는 공급 부족을 해결하고,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9월 개최된 뮌헨 오토쇼에서 이러한 변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인텔(Intel)과 퀄컴(Qualcomm), 엔비디아(NVIDIA) 등 반도체 기업의 임원진들이 오토쇼에 대거 모습을 드러냈죠. 이들은 새로운 자동차 디스플레이, 주행 보조 기능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자사의 반도체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뮌헨으로 총출동했습니다.

이번 반도체 공급난은 자동차 기업이 얼마나 반도체에 의존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인텔의 팻 겔싱어 CEO는 자동차 산업의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동차 기업이 반도체 업계의 큰손이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2019년에 반도체 비용은 전체 자동차 제조 비용의 4%를 차지했는데, 이 비중이 2030년 고급차를 생산하는 데는 5배나 늘어난 20%가 되리라 덧붙였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필요하고, 당신은 우리가 필요합니다.  자동차가 바퀴 달린 컴퓨터가 되면서 혁신과 생산을 위해 자동차 업계와 반도체 업계가 공생하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 팻 겔싱어, 인텔 CEO

 

최근 수년간 자동차에 사용되는 반도체가 많아졌지만, 자동차 업체와 반도체 업체는 여전히 간접적인 계약 관계만 맺었습니다. 자동차 업체가 반도체 업체와 직접 계약하지 않고, 부품업체를 통해 반도체가 장착된 부품을 납품받았던 것이죠. 자동차와 반도체 업계의 임원들은 이런 관계 단절이 최근의 자동차 반도체 공급난을 야기했다고 분석합니다. 그리고 이제 두 업계가 직접 연결되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의 모회사인 다임러(Daimler AG)의 올라 켈레니우스 CEO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다임러가 반도체 공급망을 파악하기 위해 반도체 업체와 직접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임러의 고급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도 반도체 공급난을 겪고 있습니다. 벤츠의 일부 모델은 차량 생산이 늦어졌으며, 수익성이 높은 모델에 반도체를 우선 공급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휴대폰 반도체를 생산하는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초고속 5G 통신망이 구축되면 자율주행을 포함한 미래차 시장이 활성화되리라 전망했습니다. 아몬 CEO는 “자동차 업체들이 테크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자동차 업체들이 테크 기업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퀄컴은 지난 9월 르노(Renault) 전기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반도체를 공급한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퀄컴은 지난 1월 GM과 디지털 주행과 주행 보조 기능에 관한 협업을 확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퀄컴은 46억 달러(5조 5천억 원)를 들여 스웨덴의 자동차 부품회사인 비오니어(Veoneer) 인수전에 뛰어들며 자동차 산업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과 자동차 산업의 의존이 빨라진다는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인 IHS 마켓은 미국의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올해 520억 달러(61조 원)에서 2027년 850억 달러(100조 원)로 커지리라 전망했습니다.

IHS 마켓의 자동차 애널리스트 필 암스루드는 이렇게 평가합니다.

“자동차 반도체 시장이 기존의 성숙한 반도체 분야보다 확장 가능성이 더 큽니다. 휴대폰 반도체 수요는 사람들의 노후 휴대폰 교체에 의존하지만, 자동차용 반도체는 숫자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인텔의 겔싱어 CEO는 뮌헨 모터쇼에서 인텔이 작년 9억 달러(1조 1천억 원)에 인수한 모빌리티 플랫폼 무빗(Moovit)과 4년 전 150억 달러(17조 7천억 원)를 들여 인수한 자율주행기업 모빌아이(Mobileye)의 기술을 활용해 로봇 택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 자율주행 업체인 모빌아이는 BMW와 포드(Ford) 등 기존 자동차 업체에 자율주행 기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모빌아이는 지난주 유럽 렌터카 기업인 시스트(Sixt)와 내년부터 뮌헨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모빌아이는 자율주행차를 제공하고 시스트가 운영할 계획입니다.

자동차 기업이 테크 기업으로 변해 가면서 포드자동차는 애플과 테슬라 출신인 덕 필드를 영입했습니다. 필드는 첨단 기술 및 내장형 시스템 책임자로서 짐 팔리 CEO에게 직접 보고하게 됩니다.

테슬라는 지난달 자율주행 기술 소프트웨어를 훈련하기 위한 슈퍼컴퓨터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동차에 베팅했습니다. 엔비디아의 대니 샤피로 부회장은 엔비디아가 향후 6년간 80억 달러(9조 4천억 원) 규모의 자동차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고 있으며, 엄청난 사업 기회를 예상합니다.” – 대니 샤피로, 엔비디아 부회장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당장 판매할 자동차에 투입할 반도체가 부족한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초기 반도체 수급난에 잘 대처했던 도요타마저 지난달 반도체 이슈로 전체 공장 1/3 이상의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는 반도체 부족이 1년 더 지속할 수 있다고 언급했으며,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CEO는 자동차 업계가 향후 수년간 반도체 부족에 씨름하리라 전망했습니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수급난 대응에 한창입니다. 인텔은 13일 아일랜드 공장의 일부 생산 물량을 차량용 반도체로 돌린다고 밝혔습니다. 로버트 보쉬(Robert Bosch)와 인피니온(Infineon Technology)과 같은 반도체 업체들도 생산 물량을 늘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