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클로부샤르 “이제는 도무지 못 미더워진 빅테크”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주말판에 “소셜미디어,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How to Fix Social Media)”라는 제목아래 여러 전문가의 칼럼을 한데 실었습니다. 이 가운데 지난해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던 에이미 클로부샤르 상원의원의 글을 소개합니다. 클로부샤르 의원은 올해 초 자신의 반독점 정책 기조를 상세히 밝힌 책 “반독점: 도금 시대부터 디지털 시대에 이르는 독점 기업 규제의 역사(Antitrust: Taking on Monopoly Power from the Gilded Age to the Digital Age)”를 펴냈습니다.
페이스북 계정이 있으세요? 그렇다면 당신은 지난 분기에만 페이스북에 51달러를 벌어준 셈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당신의 데이터가 그렇게 한 거죠.
페이스북은 이렇게 편리하고 좋은 서비스를 모든 고객이 공짜로 이용하고 있다고 늘 광고하지만, 사람들이 페이스북 플랫폼에 머물며 활동한 모든 내역이 데이터로 남고, 페이스북은 그 데이터로 맞춤형 광고를 팔아 막대한 이윤을 챙깁니다.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뭔가를 하는 모든 순간이 페이스북에는 돈이 되는데, 개인정보보호법이나 데이터 수집에 관한 규제가 미비한 탓에 페이스북은 마음껏 이윤을 독식해 왔습니다. 법과 규제가 엄격한 나라의 이용자보다 미국 이용자들은 페이스북에 돈을 두 배나 더 벌어다 줍니다. 그만큼 미국에선 플랫폼 사업자가 고객의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하는 데 제약이 덜한 거죠.
페이스북이 고객들의 개인정보로 돈벌이를 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습니다. 고객들을 플랫폼에 머물게 하기 위해 페이스북은 말그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지난달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의 폭로로 드러났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페이스북 파일 기사 보러 가기) 하우건이 의회에 제출한 페이스북 내부 자료를 보면,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가장 격렬하게 반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더 많이 보도록 알고리듬을 짰습니다. 사람들이 플랫폼에 오래 머물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모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았기에 그렇게 한 겁니다. 페이스북은 사람보다 회사의 이윤을 우선시하는 결정을 반복해서 내렸습니다.
“우리가 다 알아서 잘 처신할 테니, 우리를 믿고 지켜봐 달라.”
오랫동안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해온 말입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기업을 믿어줄 수 있는 시대는 이제 갔습니다. 이미 전혀 미덥지 못한 존재가 됐죠.
의회에선 소셜미디어와 빅테크를 개혁해야 한다는 기조에 이미 당적을 막론하고 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물론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다양한 문제가 얽혀있는 복잡한 방정식을 푸는 일인 만큼 다각도로 접근해야 합니다. 우선 개인의 데이터 보호 문제부터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시민이 자신의 데이터가 수집되고 사용되는 기준을 정할 수 있다는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이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해도 되는지 이용자 본인에게 허락을 구하는 방식을 도입하자, 이용자의 75% 이상이 ‘내 데이터’를 수집하지 말라며 데이터 수집을 거부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지금이라도 국가 차원의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7~9세 어린이들도 무려 세 명 중 한 명이 소셜미디어 앱을 이용합니다. 온라인에서 어린이를 보호하는 법은 더 강력해야 합니다. 이미 미국 어린이들은 여러모로 해로운 콘텐츠에 그대로 노출돼 있지만, 우리는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고객의 데이터로 무얼 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이윤을 개인의 사생활이나 개인정보보다 앞세우는 건 막아야 하는 일이지만, 그 대상이 어린이라면 더욱더 시급히 조처해야 합니다.
페이스북이 엄청난 비판에도 꿈쩍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페이스북이 싫어도 소비자들이 옮겨 갈 만한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2008년에 마크 저커버그는 이메일에서 직접 “경쟁사와 경쟁하는 것보다 사들이는 편이 낫다”고 말했습니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하지 못했다면,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의 경쟁 플랫폼으로 성장해 개인정보보호에서 훨씬 더 나은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디지털 경제에서도 공정한 경쟁은 시장의 활력을 유지하고 경제 권력의 집중을 막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그러려면 반독점법, 경쟁촉진법을 디지털 경제에 맞춰 업데이트하고, 관련 기관에도 규제를 집행하는 데 드는 예산과 자원을 지원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일상을 사실상 지배하고 관장하게 된 알고리듬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감독해야 합니다. 페이스북은 팬데믹 동안 건강에 관한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는 걸 스스로 막지 못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10대 여자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몸을 혐오하게 만들고, 식이장애를 조장했습니다. 잘못된 소셜미디어 알고리듬을 방치하거나 바로잡지 못하면, 반드시 현실세계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해로운 콘텐츠가 걸러지지 않고 어디까지 얼마나 부풀려지고 유통되는지 의회가 지금이라도 철저히 조사해야 합니다.
의회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기 전까지 기업들은 한데 뭉치기 힘든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이용해 계속해서 돈을 벌려 할 겁니다. 문제를 인지하고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무언가 조처를 해야 한다는 데 민주당과 공화당의 생각이 일치한 지금이야말로 의회가 행동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