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용 감각(interoception): 행복감을 주는 숨겨진 감각
2021년 8월 30일  |  By:   |  과학  |  No Comment

(가디언, David Rob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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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심장이 뛰는 것을 느껴봅시다. 손으로 맥을 짚지 않고도 심장의 움직임이 느껴지나요? 아니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나요? 이 간단한 테스트는 뇌가 내부 장기의 신호로부터 신체 상태를 파악하는 능력을 말하는 “내수용 감각(interoception)” 능력을 확인하는 테스트입니다.

내수용 감각은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과 같은 “외향적” 감각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지만, 한 사람의 기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감각입니다. 과학자들은 내수용 감각이 우리의 우울증이나 불안과 같은 정신건강 상태와 자신의 감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다양한 증거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는 이 하나의 주제를 위해 학회가 열리며, 매달 수많은 논문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오늘날 뇌과학과 심리학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입니다.

“내수용 감각 분야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런던 로얄 홀러웨이 대학의 심리학자 마노스 사키리스의 말입니다.

내수용 감각에 대한 지식은 우리 자신의 신체를 더 잘 알게 해주며, 정신건강 문제의 해결에도 도움이 됩니다. 간단히 말해, 심장의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더 잘 다스릴 수 있게 됩니다.

 

감정의 기원

먼저 몇 가지 개념을 정의해야 합니다. 내수용 감각이란 심혈관계와 폐, 내장, 방광, 신장 등의 모든 체내 장기로부터 오는 신호를 포함합니다. “뇌는 이 장기들과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이 신호들의 상당 부분은 무의식적으로 처리됩니다. 예를 들어 혈압을 낮추기 위해 뇌가 내리는 지시를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혈당을 낮추는 과정도 인지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른 느낌들, 곧 근육의 긴장, 위가 조이는 느낌, 심장의 박동 등은 적어도 한 번씩 의식으로 올라옵니다. 무엇보다도 이 신호들은 당신의 기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제 의사와 과학자들은 이 내수용 감각을 통해 감정적, 신체적 상태가 조절된다는 점에서 내수용 감각이 정신 건강과 육체 건강의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의 헬렌 웽 박사의 말입니다.

내수용 감각은 1990년대 남캘리포니아 대학의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연구에 의해 알려졌습니다. 그는 감정의 변화는 “체감 표지(somatic marker)”라 불리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신체 상태의 변화에 의해 시작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성난 개를 보았을 때 근육은 긴장되고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신체의 반응은 우리가 그 감정을 느끼기 전에 이미 시작됩니다. 뇌는 내수용 감각을 통해 그런 신체의 변화를 파악함으로써 감정을 느끼고 이를 행동에 반영하게 됩니다. 뇌와 신체의 이러한 정보교환이 없다면 행복감이나 슬픔, 흥분 등은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다마지오는 그 근거로 무의식적인 신체 반응을 만들어내는 복내측 전전두엽(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을 이야기합니다. 이들은 무서운 자동차 충돌 사진을 봐도 어떤 신체적 반응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리고 감정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분명 그 사진에서 충격을 받고 기분이 나빠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실제로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특히 이 내수용 감각과 감정 경험에 문제가 생긴 이들은 의사결정(decision making)에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곧, 저녁으로 무엇을 먹어야 할지와 같은 단순한 문제도 쉽게 결정하지 못합니다. 이는 우리의 내수용 감각이 우리의 직감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스스로 설명은 하지 못하지만 무언가 “옳은” 아니면 “그른” 느낌을 이 내수용 감각이 만들어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 우리는 실제 뇌에 사고를 당하지 않은 이들 중에도 자신의 내수용 신호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분 동안 심박 수를 세게 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좋은 테스트입니다. 혹은 어떤 박자를 들려주며, 이 박자가 자신의 심박과 일치하는지 물을 수도 있습니다. 신체의 신호를 얼마나 자주 느끼는지에 관한 설문지에 답하게 함으로써 내수용 감각 능력을 측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여러 테스트에서 사람들은 매우 다양한 점수를 기록합니다. 그리고 이 점수는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제어하는 능력과 관계가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신체 신호를 정확히 파악할수록 자신의 감정을 더 섬세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그럴듯합니다. 또 그런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맞는 최선의 대응을 고르는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수많은 정신 질환과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에 걸린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심박 수를 세는 문제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합니다. 어쩌면 이들은 자신의 신체 신호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무덤덤해지고, 이것이 우울증의 증상인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일지 모릅니다.

반대로 불안증을 가진 이들은 자신의 내수용 감각 신호에 과도하게 민감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신호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작은 심박의 변화를 자신에게 매우 큰 일이 일어난 것으로 느낍니다. 이는 이들이 쉽게 패닉 상태로 빠지거나 감정적 “붕괴”를 경험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브라이튼 서섹스 의대의 휴고 크리칠리는 불안정한 내수용 감각 능력은 정신병의 초기 증상인 “이인증(depersonalization)”과 분열감(dissociation)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환영(delusion)의 전조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내수용 감각이야말로 자기 자신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감각을 가지게 해주며, 이 환자들은 바로 그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치료법

한 사람의 내수용 감각 능력을 키우는 방법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긍정적인 치료법이 있습니다. 크리칠리는 최근 불안증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자폐증 성인 121명을 대상으로 내수용 감각을 향상했을 때 그들의 스트레스 수치가 줄어드는지 연구했습니다. 6번의 치료에서 절반의 환자들은 자신의 심박을 측정하는 연습과 이에 대한 자세한 결과의 피드백을 통해 그 능력을 향상했습니다. 반면, 대조군인 나머지 절반은 다른 이의 감정을 파악하는 훈련인 목소리 인식 훈련을 받았습니다. 이 훈련은 자폐증 환자에게는 매우 유용한 훈련이지만, 그 자체로 내수용 감각 능력을 키우지는 않습니다.

이번 달 란셋(Lancet)에 그 실험의 결과가 실렸습니다. 이들은 3개월 뒤 이루어진 검사에서 내수용 감각을 훈련한 집단의 31%가 불안증에서 회복되었으며, 이는 16%가 회복된 대조군보다 훨씬 나은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내수용 감각 훈련은 자신의 생리적 경험을 인식하게 해주며 ‘자아의 붕괴’를 막아줍니다.” 크리칠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으며, 이 연구 역시 곧 발표될 예정이라 말합니다.

명상으로 내수용 감각 능력의 향상이 가능한지를 연구하는 팀들도 있습니다. 물론 명상에는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어떤 명상은 정신적 경험이나 사고의 흐름에 더 집중하기도 합니다. 워싱턴 대학의 신시아 프라이스는 참가자들에게 신체 영역에 따라 내부의 감각을 순서대로 집중하게 만드는 훈련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실험의 참가자들은 약물중독 문제가 있는 이들입니다. 때로 이들은 감정 조절을 잘하지 못하며, 이는 이들이 약물을 다시 사용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많은 사람은 실제로 자신의 문제가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는 감각과 연관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지금까지 결과를 보면, 내수용 감각에 집중하게 만드는 훈련이 이들의 우울증과 약물에 대한 갈망을 낮추었으며, 1년 동안의 추적 결과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는 비율이 기존의 치료에 비해 크게 높아졌습니다. 프라이스는 이 훈련이 다른 많은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훈련은 각자의 건강 상태와 무관하게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런 훈련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게 해줄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키리스는 귀에 착용하는 작은 클립을 이용해 약한 전류를 피부를 통해 흘림으로써 내장과 심장을 뇌와 연결하는 미주 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이 장치를 이용한 실험에서 약한 전기 자극은 사람들의 심박 지각 능력을 향상했습니다.

“이 자극은 뇌와 신체 사이의 정보 교환을 더 쉽게 만들어 준 것처럼 보입니다. 통로를 넓힌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그는 이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임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그 효과가 확실해질 경우 이 기기는 사람들의 내수용 감각을 훈련하는 명상에 같이 사용될 수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내면의 힘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이 내수용 감각의 존재가 특정한 운동이 우리의 정신 건강에 그렇게 도움이 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규칙적인 운동은 뇌가 받아들이는 신호를 본질적으로 바꾸는 것일 수 있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증과 관련된 증상을 경험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크리칠리의 말입니다. “육체적 또는 감정적 도전을 받았을 때 심장은 더 심하게 흥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규칙적인 운동은 심장이 스트레스에 더 잘 대처하게 만듭니다. 우리 몸이 자칫 감정적 평화를 깨뜨릴 수 있는 환경의 변화에 더 능숙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운동 자체가 신체의 신호에 더 귀 기울이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즉, 신체 변화의 신호를 더 정확하게 읽고 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모든 운동선수들이 뛰어난 감정 조절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닙니다.” 차키리스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내수용 감각은 일반인보다 더 정확하고, 따라서 일반인보다 더 유리한 상황에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유산소 운동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근력 운동이 불안증을 효과적으로 낮춘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런 결과가 그저 신체가 더 보기 좋게 바뀜으로써 나타나는 미적 자신감 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육량과 크기가 비슷한 사람들을 대조군으로 삼았을 때도 차이는 나타났습니다. 이는 운동 자체가 근육으로부터 오는 내수용 감각 신호를 바꾼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근력 훈련을 통해 우리는 신체적 능력이 향상되며 위협에도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자존감과 정신적 탄력성으로 이어집니다.

“근육에서 오는 내수용 감각은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자신감을 전달해주는 셈입니다.”

과학 저술가인 캐롤라인 윌리암스는 최근 펴낸 책 “움직여!(Move!)”에서 운동이 마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근력 운동은 당신의 몸에 자신감을 주며, 삶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느낌을 줍니다.”

내수용 감각은 우리가 가진 가장 중요한 감각 중 하나입니다. 이 신호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는 더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