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은 뇌 속 전자기장 속에 존재한다(2/2)
(Johnjoe McFadden,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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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병원에 들어가기 전 몇 주 동안 나는 프랜시스 크릭의 흥미로운 책 “놀라운 가설(The Astonishing Hypothesis, 1994)”을 읽고 있었습니다. 이중 나선을 공동 발견한 크릭은 이 책에서 의식적 사고와 지각과 관련된 뇌의 활동을 파악함으로써 의식의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은 눈앞에 있는 무언가를 보지 못한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종종 안경을 바로 앞에 두고도 한참 이를 찾습니다. 어지러운 책상 위를 거의 일 분 동안이나 지켜본 다음에야 안경을 알아보게 됩니다. 나는 내가 안경을 찾지 못하는 동안에도 안경의 모습이 내 망막에 맺혀있으며, 그 색깔과 형태, 질감 등이 감각 신호로 들어오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시간 동안에도 나는 안경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안경을 발견합니다.
크릭은 의식에 앞서 일어나는 뇌신경세포들의 활동과 의식적인 지각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수십 년 동안 많은 신경생물학자는 뇌신경세포의 동시 발화가 의식을 가장 잘 설명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즉 내가 안경을 보지 못하는 동안, 발화하는 안경의 특징을 담은 수많은 뇌신경세포는 동시가 아니라 각자의 시간에 발화합니다. 하지만 모든 뇌신경세포가 동시에 발화하는 순간, 마침내 나는 안경을 찾게 됩니다.
신경이 동시에 발화하건 아니면 각각이 발화하건, 신경세포의 정보처리 과정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만약 의식이 뉴런의 활동에 존재한다면, 이 모든 뉴런이 동시에 발화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의식이 뇌의 전자기장에 존재한다면, 이들은 반드시 동시에 발화해야 합니다. 고요한 연못에 작은 자갈을 던지는 것을 생각해 봅시다. 자갈이 동시에 들어가지 않으면 각각의 파동은 서로를 방해하며 이는 상쇄 간섭이라 불립니다. 그러나 자갈이 동시에 한 곳에 던져진다면, 파동은 더 커지며 이는 보강 간섭이라 불립니다. 뇌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납니다. 안경의 여러 특징을 발견한 뇌신경세포들이 제각각 발화할 때는 그 신호들이 서로 상쇄돼 전자기장의 크기는 거의 0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모든 신경세포가 동시에 발화할 때 이들은 보강 간섭을 통해 매우 강력한 전자기장을 만들어내며 나는 안경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나는 이 전자기장을 “의식적 전자기 정보(conscious electromagnetic information, CEMI)”라 이름 지었습니다.
나는 2000년부터 이 CEMI 이론을 발표해 왔습니다. 이 이론의 핵심은 우리가 ‘자유의지(free will)’라 부르는 것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준다는 것입니다. 철기 시대 왕의 신하였던 카투무와 역시 오늘날 우리와 비슷하게 자신의 초자연적 영혼이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고 믿었습니다. 거의 3천 년이 지난 오늘날, 철학자와 과학자들은 영혼이라는 개념을 쫓아냈고, 자발적인 행동은 뇌신경세포의 발화에 따른 결과일 뿐이며 이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걷기, 눈 깜박이기, 먹기, 문법적으로 올바른 문장을 말하기 등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이라 말합니다.
그런데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의지로 하는 행동들은 왜 다른 행동과 그렇게 다르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2002년 논문에서 나는 자유의지란 우리가 CEMI에 의해 시작하는 행동에 대해 느끼는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전자기장이 뇌신경세포의 발화에 영향을 준다는 근거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0년 예일대 의대 데이비드 맥코믹의 실험과 2011년 칼텍 크리스토프 코흐의 실험은 뇌신경세포가 뇌 속 약한 전자기장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적어도 이 실험들은 뇌신경세포의 정보 처리 과정에서 내가 ‘자유의지’로 경험된다고 주장한 전자기장적 특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인 셈입니다. 즉, 카투무와는 옳았습니다. 그의 뇌 속 정보를 가진 전자기장의 형태로 존재하는 영혼이 바로 그의 행동을 결정하고 있었습니다.
CEMI 이론은 우리의 무의식과 의식이 왜 다르게 작동하는지도 설명해줍니다. 무의식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지만, 의식이 필요한 작업은 한 번에 하나만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카투무와는 오리고기를 먹으며 친구와 대화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1,357을 7로 나누면서 동시에 체스 게임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무의식은 병렬 처리장치지만, 의식은 한 번에 하나만 할 수 있는 직렬 처리장치입니다.
CEMI 이론은 이 두 가지 방식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곧 무의식 작업은 전자기장과 무관한, 뇌신경세포의 연결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여러 작업을 서로 다른 회로에 할당함으로써 각각의 작업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마 인류의 먼 조상은 모든 뇌신경 작업을 이런 병렬 처리 방식을 통해 처리했을지 모릅니다. 면역 체계와 같은 병렬 시스템은 전자기장과 상호작용하지 않으며, 따라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납니다. 그러나 어떤 시점에서 우리 조상의 뇌에는 점점 더 많은 뇌신경세포가 밀집되면서 인접한 뇌신경세포들이 서로의 전자기장에 의해 상호작용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간섭은 기능에 장애를 일으킵니다. 따라서 자연 선택은 생명의 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뇌신경세포들은 간섭을 받지 않도록 절연 기능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우연히, 전자기장의 간섭이 개체에 이익이 되는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예를 들어, 전자기장의 상호작용이 몇 비트 수준이 아닌 매우 복잡한 정보를 전자기장을 통해 계산할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이제 자연 선택은 뇌신경세포가 전자기장에 대한 민감도를 더 높이도록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전자기장이 항상 정보처리에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연못에 던져진 조약돌을 생각해봅시다. 무작위로 던져진 조약돌들은 서로를 상쇄합니다. 즉, CEMI 입장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여러 아이디어는 서로를 상쇄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의식은 결국 한 번에 한 가지만을 처리하는 직렬 처리장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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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MI 이론은 전자기장의 상호작용이 의식으로 이어지도록 자연 선택이 이루어졌을 수 있다는 근거 또한 제공합니다. 의식은 계획하기, 상상하기, 문제 해결, 창의적 행동 등과 관련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진수가 아닌 뇌 전역에 걸친 복잡한 개념의 연산이 필요합니다. 나는 이 의식의 기본이 되는 생각의 단위로 의식의 비트(conscious bits), 혹은 cbits를 제안합니다.
카투무와는 자신의 영혼이 산화 실리콘, 곧 실리카로 이루어진 석판에 담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실리콘이 수천 년 뒤 컴퓨터 시대의 가장 중요한 원소가 될 것이며, 따라서 자기 생각이 완전히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었음을 알았다면 기뻐했겠지요. 딥러닝 AI 연구자인 개리 마커스는 아무리 많은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도 기존의 컴퓨터로는 새로운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일반화된 지식을 의미하는 ‘일반 지능’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최근 한탄한 적이 있습니다. 마커스는 ‘바퀴살에 밧줄이 걸린 자전거를 고치는 가장 좋은 방법’의 예를 들었습니다. 이 문제는 다섯 살 난 아이도 몇 초 만에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지만, 기존의 컴퓨터로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아직 알지 못합니다.
CEMI 이론은 기존의 컴퓨터로는 절대로 일반 지능을 가지지 못하리라 예측합니다. 일반 지능은 CEMI 장이 이진수가 아닌 아이디어들을 cbits 로 다룰 수 있게 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컴퓨터는 전가지장의 간섭을 최소화하도록 만들어졌으며, 따라서 기존의 AI는 전자기장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전자기장의 상호작용 없이는, AI는 절대로 의식을 가질 수 없을 것입니다.
CEMI 이론은 한편으로 인공지능이 언젠가는 의식을 가지게 될 것을 말해줍니다. 물론 지금과는 전혀 다른, 마치 우리 뇌와 같은 구조의, 기존의 논리 소자 외에 전자기장을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전자기장에 민감한 우리 뇌의 구조는 이 새로운 혁명적인 인공지능 뇌가 어떤 형태를 가져야 할지에 대한 힌트를 줍니다. 이 힌트들을 이용함으로써 우리는 의식이 있고 일반 지능을 가진 AI를 마침내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의 카투무와는 사말란의 꿈이었던 정신의 불멸을 가지게 될지 모릅니다. 물론 인간의 뇌가 가진 정보를 역공학으로 끄집어내어 보다 견고한 실리콘 기반의 컴퓨터에 업로드 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어려운 일일 뿐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석판 대신, 전기적 영혼이 불멸로 기거할 무언가가 언젠가는 가능할 수 있습니다. 카투무와의 꿈이 인류의 미래가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