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너머의 미래로 향하는 페이스북
2021년 8월 9일  |  By:   |  IT, 경영  |  No Comment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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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사업은 소셜 네트워크 기업인 페이스북을 수조 달러 규모의 공룡 기업으로 만든 원동력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이 새로운 시도를 바탕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까요?

페이스북은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 특히 정치인들은 페이스북의 어두운 얼굴을 비난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거대 소셜 미디어에서 퍼진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비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짜뉴스의 유포를 막고 공식적인 백신 접종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페이스북의 해명을 수용해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습니다)

페이스북의 또 다른 면은 사용자, 광고주, 투자자들이 보는 활짝 웃는 얼굴입니다. 지난 7월 28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투자자와 광고주의 미소를 자아냈습니다. 지난 4월 애플(Apple)이 페이스북을 비롯한 개별 앱에서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이용하려면 사전 동의를 받도록 규정을 바꿨습니다. 이 조치가 페이스북의 광고 실적에 나쁜 영향을 주리라 우려했지만, 페이스북의 2분기 매출은 작년보다 56%가 증가한 290억 달러(33조 4천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전체 매출은 1,000억 달러(115조 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분기 순이익은 104억 달러(12조 원)로 전년보다 2배나 뛰었습니다. 비록 다음 분기 매출 성장세가 현저히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밝힌 뒤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크게 흔들렸지만, 페이스북은 올해 초 가입한 시가총액 1조 달러 (1,152조 원) 클럽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짜뉴스를 퍼뜨린다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는 기업이 어떻게 그런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페이스북의 양면적인 얼굴이 대답이 될 것입니다. 전 세계 29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 사진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Instagram), 메신저 서비스인왓츠앱(WhatsApp)과 페이스북 메신저는 마치 인간 본성을 보여주는 구슬 같습니다. 이 구슬은 인간 본성의 선한 면(팬데믹을 함께 이겨내려는 이웃 간 선한 도움) 뿐만 아니라, 악한 면(음모론과 엉터리 치료법)도 증폭합니다. 그리고 광고주들이 전 세계 소비자들을 들여다보는 렌즈이기도 합니다. 만약 페이스북이 현실 세계와 3D 디지털 세계를 통합하는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면, 이런 양면성은 더 심해질 것입니다.

 

페이스북 사업의 핵심은 광고 플랫폼입니다. 인터넷 광고가 매출의 98%를 차지합니다. 투자 자문회사인 키방크(Keybanc Capital Markets)가 추산한 페이스북의 지난해 광고 매출은 550억 달러(63조 원)라는 천문학적 규모입니다.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의 광고 플랫폼입니다. 그리고 지난 2012년 페이스북이 10억 달러(1조 1,500억 원)에 인수한 인스타그램은 현재 최소 200억 달러(23조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있으며, 2017년 10%를 조금 넘던 광고 매출 점유율을 30%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이마케터(eMarketer)의 데브라 아호 윌리엄슨(Debra Aho Williamson)은 페이스북의 타겟 광고가 “놀랍도록 정확하다”라고 극찬했습니다. 광고주들은 이 능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페이스북이 사용자 1명당 벌어들이는 광고 수입은 분기 평균 8달러입니다. 경쟁하는 소셜미디어인 트위터의 2배에 달합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자사의 앱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하는 모든 행동을 추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 사용자에게 광고할 제품을 선택하고, 비슷한 관심을 가진 다른 사용자를 찾고, 광고가 구매로 이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팬데믹 이전에도 페이스북의 광고는 엄청나게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페이스북의 1,000만 광고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 업체들은 정교한 마케팅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페이스북의 마케팅 시스템에 기댈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페이스북의 광고는 글로벌 대형 브랜드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광고대행사인 그룹앰(GroupM)의 브라이언 위저(Brian Wieser)는 중국의 제품 판매자들이 페이스북 광고에 수십억 달러를 집행한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중국 정부가 페이스북 이용을 금지할지 모른다는 리스크도 있지만, 중국 상인들은 광고, 결제, 배송을 지원하는 위시(Wish)와 같은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페이스북의 광고 사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이마케터는 자가격리 중인 미국인들이 작년 한 해 페이스북을 하루 평균 35분 동안 이용했으며, 이는 전년보다 2분 늘어난 것이라 밝혔습니다. 미국의 모든 사용자의 이용 증가 시간을 합치면 1만 시간이 넘습니다. 물론 팬데믹으로 상당수 기업이 파산하거나 광고 지출을 줄였지만, 팬데믹 이후에만 660만 개의 기업이 창업했습니다. 베른슈타인(Bernstein)의 브로커인 마크 시물릭(Mark Shmulik)은 이렇게 강조합니다.

“오늘날 타겟 광고 없는 온라인 상점은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오프라인 영업에서 매대를 두지 않고 장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판매자와 기업들은 점점 더 큰 자금을 페이스북과 구글의 온라인 광고에 지출할 것입니다. 광고업계 종사자들은 이러한 온라인 광고비를 “새로운 시대의 임대료”라고 부릅니다.

페이스북에 광고비를 지출하는 임차인들은 지난 15개월 동안 200만 명 이상 늘어났습니다. 팬데믹 이후 경제가 정상화되면 더 늘어날 것이고, 현재 미국 전체 광고비의 60%를 차지하는 디지털 광고는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 광고를 점점 더 밀어낼 것입니다. 좋은 뉴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페이스북은 애플의 개인정보 추적 투명화 조치가 “부정적 영향”을 미치리라 경고했습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들의 온라인 활동에 대한 개인정보 추적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죠. 데이터 분석 기업인 플러리(Flurry)의 예상에 따르면, 아이폰 사용자 5명 중 4명이 자신의 온라인 개인정보 추적에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투자은행인 에버코어(Evercoe isi)의 마크 마하니(Mark Mahaney)는 애플의 조치가 페이스북의 타겟 광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고,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이 경쟁사보다 크게 하락하는 일은 없으리라 전망했습니다.

지난 6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페이스북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증거 부족으로 패소했습니다. 비록 7월 말에 3주간의 자료 보완 기간을 얻게 됐지만, 현행법으로 페이스북의 반독점 행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 정부와 민주당의 반독점 공세에도 불구하고 의회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는 한 민주당 단독으로 반독점법을 개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가장 우려하는 위협은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지루해하는 사용자들이 다른 서비스로 떠나는 것입니다. 이 경우 페이스북에 광고를 맡기던 광고주들도 고객을 따라 페이스북을 떠날 것입니다. 지난 2년 동안 페이스북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경쟁 소셜미디어들이 등장했습니다. 페이스북의 미국 광고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글로벌 소셜미디어 광고는 2016년부터 서서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클럽하우스(Clubhouse)와 디스코드(Discord) 등 오디오 채팅 서비스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는 스냅챗과 틱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쟁사들이 페이스북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 업체인 앱애니(App Abbie)는 틱톡 사용자들이 월평균 21시간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반해,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18시간도 채 안 된다고 언급했습니다.

과거였다면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합병했던 것처럼 신흥 경쟁사를 인수해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반독점 규제기관의 서슬 퍼런 감시 속에서는 이런 대응이 어렵습니다. 페이스북은 경쟁 기업을 합병하는 대신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프로젝트로 경쟁사들의 추격을 뿌리치려 합니다. 첫 번째 시도는 “크리에이터 경제”입니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돈을 버는 생태계를 갖추려는 것이죠. 크리에이터 경제 모델은 페이스북의 기존 광고 사업의 연장선에 있지만, 그동안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분야였습니다. 경쟁 서비스인 틱톡과 유튜브가 사용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크리에이터들을 끌어들이는 능력이 더 뛰어났습니다. 지난 4월 페이스북은 청취자들이 진행자에게 팁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6월에는 서브스택(Substack)을 겨냥한 뉴스레터 플랫폼인 불레틴(Bulletin)을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크리에이터들에게 내년 말까지 10억 달러(1조 1,500억 원)를 지원할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페이스북의 두 번째 프로젝트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입니다. 온라인 판매자들의 광고를 유치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이 직접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는 이미 120만 개의 온라인 상점이 입점했습니다. 아마존(Amazon)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쇼피파이(Shopify)와 같은 사업 모델입니다. 쇼피파이에는 170만 명의 판매자가 온라인 상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달 전 페이스북은 고객이 가상으로 옷을 입어볼 수 있는 서비스를 공개했습니다. 나아가 페이스북은 온라인 “상점(Shops)”을 다양한 판매 채널과 연계할 계획입니다. 온라인 판매자들이 기존 개인 간 거래(P2P) 플랫폼인 “장터(Marketplace)”는 물론, 왓츠앱이 지향하는 채팅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인 “대화형 쇼핑(Conversational Commerce)”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말에는 결제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논란을 불러온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디엠(Diem)을 온라인 쇼핑에 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페이스북은 온라인 쇼핑 판매자들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내년에 수수료를 받기 시작하면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비광고 분야 매출이 늘어나면서 애플의 개인정보 추적 투명화 조치가 빚어낸 광고 부문의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고객들이 페이스북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데이터를 남긴다면, 페이스북은 자사의 플랫폼에서 충분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다른 웹에서 고객 정보를 수집하지 못해도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베른슈타인의 브로커 시물릭은 앞으로 전자상거래 서비스가 쇼핑과 광고를 결합한 소수의 플랫폼에서 이뤄질 것이며, 빅테크들이 이런 플랫폼 서비스를 장악하리라 전망합니다.

 

경쟁사의 추격을 저지하기 위한 저커버그의 가장 큰 프로젝트는 메타버스입니다. 페이스북은 2014년 20억 달러(2조 3,000억 원)를 들여 가상현실(VR) 기업인 오큘러스(Oculus)를 인수했습니다. 당시 많은 전문가는 저커버그가 장난감을 구입한 정도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페이스북은 여러 가상현실 기업을 인수했고, 가장 최근에는 포트나이트(Fortnite)와 유사한 슈팅 게임 “파퓰레이션원(Population: One)”을 개발한 빅박스(BixBox vr)를 사들였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인수합병을 통해 페이스북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AR)을 구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 플랫폼 역량을 갖추게 됐습니다. 스마트안경으로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용자들에게 디지털 정보를 제공하게 된 것이죠.

이커머스를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목표는 애플을 비롯한 하드웨어 제조업체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메타버스 산업의 잠재적인 수익도 매우 큽니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가상현실 기기인 오큘러스 헤드셋 판매로 거둔 이익은 10억 달러(1조 1,500억 원)에 달하며, 앞으로 계속 기술이 발전한다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게임 산업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게임은 이미 전 세계에서 1,800억 달러(207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산업입니다.

저커버그 CEO의 야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메타버스를 단지 게임과 몰입형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공간으로만 여기지 않습니다. 앞으로 사람들이 생활하고 일하는 공간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메타버스란 용어가 미국의 SF 작가인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소설에서 처음 등장한 1992년 이후 사람들이 품어온 꿈입니다.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이 5년 내 소셜미디어 기업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 탈바꿈하리라 선언했습니다.

만약 이런 계획이 성공한다면 페이스북은 다시 한번 성공 가도를 달릴 것입니다. 동시에 독점력을 비판하는 측의 감시는 더 심해질 것입니다. 사용자들이 현재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하루 평균 35분이 아니라 일주일에 35시간을 가상 세계에 빠져 살기 시작하면 실제로 규제 당국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메타버스는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이 가장 경계하는 “경쟁”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로블록스(Roblox)와 에픽(Epic Games) 등 게임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빅테크들도 속속 메타버스 선점 전쟁에 참전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증강현실 안경을 개발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이미 증강현실 고글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만약 페이스북이 경쟁에서 승리해 메타버스 패권을 차지한다면 야누스의 두 얼굴 중 웃는 얼굴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고 경쟁에서 밀린다면 페이스북은 찡그린 얼굴만 보여줄 것입니다.

 

  • 마크 저커버그 CEO가 지난 6월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계획에 대해 더버지(The Verge)와 인터뷰한 내용을 김경달 대표님이 씨로켓에 번역했습니다. 저커버그 CEO가 생각하는 메타버스와 페이스북의 계획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링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