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야생동물과도 ‘거리두기’ 해야 하는 이유
2021년 7월 21일  |  By:   |  세계  |  No Comment

(Jeremy Dertien & Courtney Larson & Sarah Reed / 더컨버세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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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미국에서도 다시 늘고 있지만, 국민 절반 이상이 백신을 맞은 미국에선 사람들이 지난해 여름에 하지 못한 바깥 활동을 즐기고 있습니다. 렌터카 가격은 치솟았고, 주요 국립공원을 비롯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캠핑장 등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죠.

코로나19로 인한 강력한 봉쇄로 사람들이 집 밖에 잘 나오지 않았을 때 야생동물들은 인적이 끊긴 자연에서 평화로이 지낼 수 있었습니다. 일부 동물들은 심지어 텅 빈 시내 중심가, 놀이터 같은 사람들의 생활공간을 유유히 누비기도 했죠. 그러나 올여름 모여드는 인파에 다시 한번 동물들의 삶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클렘슨 대학교의 제레미 더션, 와이오밍 대학교의 코트니 라슨, 콜로라도 주립대학교의 사라 리드가 야생동물이 인간의 활동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인간은 야생동물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바람직한지에 관한 연구를 한데 모아 살펴봤습니다.


 

백신 보급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방역 수칙이 완화되면서 여름철을 맞아 산으로, 들로, 강으로, 바다로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찾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활동 중 하나는 야생동물과 새를 마주치거나 관찰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자연환경 보전이나 야생동물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활동은 자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인간이 ‘대자연’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야생동물과 식물들은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다양한 동식물종을 연구한 논문 수백 편을 검토한 결과, 우리는 인간이 야생동물과 새들이 사는 서식지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동물의 행동 패턴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야생동물은 인간의 출현에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이 정도 거리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건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많은 경우 틀렸습니다.

몸집이 작은 포유류와 새들은 등산객이나 새를 관찰하는 탐조(探鳥)객들이 100m 이내에 나타나면 행동 패턴을 바꿨습니다. 독수리나 매처럼 몸집이 큰 조류는 400m 안에 사람이 나타나면 영향을 받았습니다. 큰 사슴, 영양 같은 대형 포유류는 1km 안에 사람이 나타나면 서식지를 옮기는 등 행동 패턴을 바꿨습니다.

종 다양성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최근 연구를 통해 잇따라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난 50년 사이에 지구에서 너무 많은 생물이 사라졌고, 현재 지구 역사상 여섯 번째 대량 멸종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물론 이 주장이 아직 정설로 받아들여진 건 아니지만, 여섯 번째 대량 멸종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주요 원인으로 인간의 활동을 꼽습니다.

국가에서 돈과 인력을 들여 보호하고 관리하는 국립공원은 물론이고 근교의 숲과 산, 개울 등 사람들이 자연을 즐기며 바깥 활동을 하기 좋아하는 곳은 모두 야생 동식물의 삶의 터전이기도 합니다. 자연은 인간이 독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며, 바깥 활동을 하더라도 자연을 함께 쓰는 동식물에 피해를 덜 끼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사람의 여가 활동은 야생동물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조류와 몸집이 작은 포유류는 사람이 생활반경 안에 나타나기만 해도 행동 패턴을 바꾸거나 생리적 변화로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그림: 사라 마키스)

 

코로나19로 강력한 봉쇄 조치가 시행된 2020년은 야생동물들에게도 평소와 분명히 다른 한 해였을 겁니다. 사람들이 집안에 갇혀 지냈기 때문이죠. 이스탄불 보수포루스 해협에선 돌고래가 헤엄치는 걸 육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돌고래는 사람도 많고 시끄러운 보수포루스 해협 주변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거리는 사람 대신 펭귄들이 활보했습니다. 아이들도 놀이터에 나와 놀 수 없게 돼 텅 빈 놀이터를 유유히 누빈 건 누비안 산염소들이었습니다. 모두 동물들이 평소와 행동 패턴을 바꿔 인적이 끊긴 공간에 나타났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를 종합해보면 사람의 바깥 활동은 대체로 야생동·식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여기서 말하는 바깥 활동에는 등산, 크로스컨트리 스키, 흔히 산악 차량이라고도 부르는 전지형차량(ATV)를 운전하는 것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야생동물은 사람이 나타나면 곧바로 행동 패턴을 바꿉니다. 사람들에게서 멀리 도망치거나 먹이를 찾는 시간을 줄이며, 둥지나 동굴 같은 서식지를 버리고 떠나기도 합니다.

자신의 서식지나 생활 반경에 인간이 출현한 걸 감지한 동물들은 심박 수가 빨라지거나 스트레스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는 등 생리적인 변화를 겪습니다. 이런 변화는 겉으로 뚜렷이 드러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동물의 건강이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바깥 활동 때문에 동물들이 먹이를 찾고 포식자를 피하거나 번식하는 데 사용하는 서식지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입니다. 사람의 목소리, 목줄을 풀어놓아 막 뛰어다니는 개, 캠핑장에 남기고 간 흔적들은 모두 동물들이 서식지를 버리고 떠나는 이유가 됩니다.

 

우리는 지난 38년간 동료심사(peer-reviewed)를 거친 논문 330편을 검토해 자연을 즐기는 인간의 바깥 활동이 어느 정도부터 야생동물이나 새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봤습니다. 가장 먼저 사람이 동물에 얼마나 가까운 거리에 나타났을 때 혹은 동물이 서식지에서 얼마나 가까운 곳에서 사람이 머물다 간 흔적을 감지했을 때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지 그 거리를 구해봤습니다. 물론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국립공원 등에 일일 방문자가 얼마였는지,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몇 데시벨 정도였는지 등 다른 요인도 살펴봤습니다.

우리가 검토한 논문들은 자동차나 소형 발전기 등 엔진을 이용하는 캠핑 활동과 엔진 없이 상대적으로 조용히 즐기는 바깥 활동을 포함해 다양한 여가 활동이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습니다. 엔진을 가동해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활동이 야생동물들을 더 놀라게 하고 더 나쁜 영향을 미칠 것 같지만, 몇몇 연구들은 등산이나 산악자전거, 혹은 조용히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것도 야생동물이 서식지를 버리고 떠나게 하는 요인이 되는 건 마찬가지라고 지적합니다.

다시 말해 동물들은 사람이 가까이 오기만 해도 불안해하며, 사람들 딴에는 멀리서 조용히 지나가는 것일 뿐이라고 해도 동물들에겐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꼭 엔진을 가동해 요란하게 캠핑을 하거나 사륜구동 자동차를 몰고 산을 달리지 않더라도 동물들은 영향을 받습니다. 오히려 조용히 지나가는 사람을 갑자기 마주치면 동물들이 더 크게 놀랄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노모빌에서 나는 엔진 굉음은 동물들에게 미리 경고가 될 수 있지만, 조용히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고 지나던 사람과 갑자기 맞닥뜨리면 동물들이 더 놀라는 겁니다. 또한, 인간이 오랫동안 사냥해온 동물들은 차량이나 스노모빌을 타고 빨리 이동하는 사람보다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더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보통 몸집이 큰 동물일수록 사람과 더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다만 이런 경향은 새나 포유류에게서 더 분명히 나타나고, 양서류나 파충류에게서는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새들은 몸집이 커질수록 사람이나 사람의 흔적과 더 멀리 떨어져야 했습니다. 야생의 작은 새들은 사람들이 20m 정도까지 접근하는 걸 참아냈지만, 큰 새 중에는 600m 이상 떨어져 있어야만 영향을 안 받는 새도 있었습니다.

다만 도마뱀, 개구리, 거북이, 뱀 등 양서류와 파충류는 조류와 포유류에 비하면 사람과 거리에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양서류와 파충류도 인간의 여가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가 잇따라 발표됐습니다. 다만 양서류와 파충류가 사람과의 거리, 국립공원 방문자 수, 혹은 다른 어떤 요인에 영향을 받는지에 관해서는 아직 좀 더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정확한 해결책을 찾으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야생동물에게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분명한 일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야생동물과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겁니다. 자연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동물들은 사람의 출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종들입니다. 반대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동물들은 대부분 사람이 무서워서 숨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무심결에 하는 행동이 야생동물을 위협해 이들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고, 이는 결국 인간에게도 화살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연을 보호하려고 계절별로 탐방로를 닫아놓거나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몇 년간 탐방로를 폐쇄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이런 곳에선 반드시 허락된 탐방로로만 다녀야 합니다. 사슴이나 새들의 둥지,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탐방로를 폐쇄했는데 이를 어기고 사람의 흔적을 남겼다가 동물들이 서식지를 버리고 떠날 수도 있습니다. 동물들 가운데는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동물도 있습니다.

국립공원의 자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자원봉사를 하면 자연보호구역을 어떻게 지키고 야생동물들과 어떻게 효과적으로 거리두기를 할지 배울 수 있습니다. 자연을 해치지 않고 야생동물의 삶의 터전에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여가 활동을 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실제로 많은 국립공원이 몇몇 구역은 개방해 캠핑객을 받는 동안 다른 구역은 사람의 출입을 금지해 생태계를 보전, 복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여전히 개발을 위해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끊임없이 침범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식생이 변해 동물들이 서식지를 옮기는 일도 잦아졌습니다. 이때 적절한 이동 경로가 보장되지 않으면, 동물들은 또 한번 사람과 너무 가까이에 노출돼 불안에 떨고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기존 연구를 보면, 자연에서 야생동물이 (인간에게 노출되지 않고) 마음 놓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최소한 1km 너비로 보장돼야 합니다.

지척에서 야생동물을 보는 건 분명 경이로운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동물을 해칠 마음이 없다고 해도 많은 동물은 인간이 가까이 있다는 것 자체에 위협을 느낍니다. 그래서 가까이서 카메라를 들이대기보다는 충분히 멀리 떨어져서 쌍안경이나 망원경으로 자연을 관찰하는 데 만족하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