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빈부 양극화를 부추기는 코로나바이러스
2021년 7월 8일  |  By:   |  경제, 세계  |  No Comment

(Economist)

원문보기

한때 코로나19가 가난한 나라보다 부유한 나라에 더 큰 피해를 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바이러스는 선진국을 추격하는 신흥국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미국의 1인당 실질 GDP는 작년 한 해 약 4% 감소했는데, 3.5% 감소한 신흥 시장과 차이는 0.5%P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올해 성장률은 신흥국을 앞지를 것으로 보입니다. 브라질, 인도를 포함한 신흥 시장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가난한 나라의 성장은 미국보다 크게 뒤처질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격차를 벌리는 방향으로 세계 경제를 재편할지도 모릅니다. 전염병은 물론 기후변화를 비롯한 잠재적인 미래의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가난한 나라에 특히 나쁜 소식입니다. 부유한 국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주목해야 합니다.

경제학자들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난한 국가들이 부유한 나라의 소득을 자연스럽게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과거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국가는 영국이었지만,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며 산업화에 뒤처진 국가들이 영국의 경제력을 따라잡거나, 때로는 앞서 나갔기 때문입니다. 후발 주자들은 선도국의 성공 노하우를 모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축적된 자본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할 자본만 있으면 막대한 이익을 거뒀습니다. 1950년대에는 로버트 솔로우(Robert Solow)와 트레버 스완(Trevor Swan)이라는 두 명의 경제학자가 경제성장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가난한 국가의 자본 수익률이 부유한 국가보다 더 높기 때문에 투자가 더 활발하게 일어나고, 이에 따라 빈국이 더 빨리 성장해 부국과의 소득 격차를 따라잡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이 더 많은 국가의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세기는 결코 추격과 수렴의 시대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옥스퍼드 대학(Oxford University)의 랜트 프리챗(Lant Pritchett) 교수의 말처럼 차이가 벌어지는 “거대한 격차”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수렴이라는 개념을 거의 포기한 바로 그 때 가난한 나라들이 부유한 나라의 성장률을 추월하는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시카고 대학교의 마이클 크레머(Michael Kremer) 교수, 컬럼비아 대학교의 잭 윌스(Jack Wills) 교수, 홍콩 대학교의 양유(Yang You) 교수는 국가별 1인당 소득 증가율을 연구했습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1985~1995년 10년간 신흥국의 1인당 소득은 부유한 나라들보다 매년 0.5% 뒤처졌습니다. 그러나 2005~2015년까지 소득 격차는 매년 0.7%씩 좁혀졌습니다. 부유한 국가의 성장 속도가 정체된 것도 한 가지 원인이었지만, 가난한 나라의 성장 속도가 많이 증가했다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데브 파텔(Dev Patel) 교수와 국제개발센터(Centre for Global Development)의 저스틴 샌드퍼(Justin Sandefur)는 극도의 경기 침체를 겪는 국가의 비중이 급격하게 줄었다고 분석했습니다. 1980년대에는 저소득 국가 증 42%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2000년대와 2010년대에는 이 비중이 16%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반전은 글로벌 빈곤율 저하와 지정학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갑자기 가난한 나라의 성장률이 증가한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러한 양극화 축소 현상이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전망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 빈국과 부국 간 성장률 격차의 수렴 추세도 혼란스러웠습니다. 2000년대에는 저소득 국가의 1인당 소득 증가율이 고소득 국가보다 1.5%p나 높았습니다(중간 소득 국가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에는 이 격차가 줄었습니다. 저소득 국가의 소득 증가율은 고소득 국가보다 0.65%p 높은 수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2010년대에는 부국을 추격하는 빈국들이 나타나는 지역도 줄어들었습니다.  아시아와 유럽의 신흥국의 소득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미국과의 격차를 좁혔지만, 라틴 아메리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은 2013년경부터 성장이 뒤처지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1인당 실질 생산이 감소하면서 경기 침체의 공포가 드리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성장이 뒤처지던 저소득 지역에서 향후 10년 간 예상됐던 소득 증가분에 해당하는 생산이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백신 보급이 지연되고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와중에도 일부 국가는 빠른 속도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업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무역의 기회가 넓어지고, 상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자재 수출국의 소득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크레머 교수와 공동 연구진은 지배구조, 거시경제 정책, 금융 발전에 관련된 32개 지표를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1985년부터 2015년까지 32개 중 29개 지표에서 부유한 나라보다 가난한 나라의 성과가 더 훌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국가 간 빈부의 수렴 현상은 불평등과 일을 인식하는 관점을 비롯한 문화적인 지표에서도 나타났습니다. 가난한 나라들이 부유한 나라와의 격차를 좁히면서 고소득 국가처럼 안정적이고 평탄한 성장율을 기록하는 경향도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와 2010년대 성장을 촉진한 다른 현상은 다시 찾아오기 쉽지 않습니다.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 글로벌 공급망의 확산에 따른 무역의 폭발적인 증대가 대표적입니다. 부유한 세계는 최근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물류 대란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이 약화되면 전 세계 무역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가난한 나라는 이런 충격을 감당하기 쉽지 않습니다. 파텔 교수와 공동 연구진은 비록 지난 20년간 국가 간 빈부격차가 급속하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 도상국들이 부유한 세계와의 소득 격차 절반을 따라잡는 기간이 평균적으로 17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경제 성장도 가난한 세계의 원조 의존도를 크게 낮추지 못했습니다. 백신 보급률의 글로벌 양극화는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더구나 기후변화에 따른 부담은 아직 제대로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이번 세기 초 개발도상국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부유한 국가들은 신흥 경제권을 원조 대상으로만 보던 과거의 시각에서 벗어나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나 전략적 경쟁자로 인식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달성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선진국의 무역, 원조 정책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