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적 시도 – 뉴스페퍼민트/슬랙
2021년 7월 1일  |  By:   |  Blog  |  No Comment

안녕하세요, 3년 만에 올리는 공지글입니다. 지난 번 글은 4년 만에 올렸었네요. 모든 것이 빠른 이 시대에, 그래도 이렇게 드물게 올라오는 뉴스페퍼민트의 소리가 어딘가의 누군가에게는 가닿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올립니다.

뉴스페퍼민트를 오래 보신 분들은 저희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아시겠지요. 올라오는 글의 수가, 그리고 글을 올리는 사람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습니다. 물론 전에도 글을 올리시는 분들이 주기적으로 바뀌긴 했지요. 그래도 새로 지원하시는 분들과 잠시 쉬시는 – 그러다 잠시가 좀 길어지시는 – 분들의 균형이 어느 정도는 맞았는데, 이제는 더이상 그렇지 않다는 뜻이지요. 그래도 드물어질지언정 끊어지지는 않으려 노력하고 있구요.

저희가 처음 글을 올렸던 2012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한때 뉴스의 시작이던 트위터는 페이스북에 자리를 내주었고, 또 인스타와 유튜브로 사람들은 옮겨갔습니다. 모바일이 표준이 되고 뉴스를 읽는 환경도 바뀌었습니다. AI가 나왔고, AI의 번역은 번역 자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가 등장했습니다. 이제 무언가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세상이 바뀌는 동안 저희 역시 스스로 계속 물었습니다. 뉴스를 찾고 소개하는 이 작업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그저 관성에 의해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언가를 꾸준히 하다보면 그래도 무언가를 배우는 게 있지 않을까. 물론 배우는 것은 있습니다. 뉴스는, 특히 좋은 뉴스는 가장 날것의 현실을 보여주며, 또 미처 내가 알지 못했던 세상의 이면을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지요. 이 일의 핵심은 스스로의 성장 이상의, 어떤, 세상에 대한 아쉬움과 바람이 섞인 무엇입니다. 어디엔가 있을, 지적인 것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 자신의 이익과 무관하게 세상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그 공통점 덕분에 언제 어디에서 만나든 편안하게 서로를 대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사람들, 어떤 상황에서도 dignity를 잃지 않고 “we go high”의 정신으로 세상과 맞설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바란 것입니다.

랠프 파인즈가 주연한 영화 “퀴즈쇼”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콜롬비아 대학의 교수이자 명문가의 일원이었던 찰스 반 도렌(랠프 파인즈 분)이 퀴즈쇼의 조작에 관여하게 되고 결국 양심고백을 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 중간 쯤, 찰스 반 도렌이 퓰리처 상을 수상한 시인인 아버지 마크 반 도렌과 함께 시골의 넓은 정원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들은 가벼운 논쟁을 시작하고 곧 자신의 주장을 직접 말하는 대신 위인들의 명언이나 명시의 구절을 이용합니다. 고전과 사상, 철학과 예술을 가로지르는, 듣는 이를 설레게 하는 대화를 나눕니다. 제가 이 장면을 뇌리에 남긴 것은 이런 멋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 분위기가 한없이 부러웠기 때문입니다.

제가 뉴스페퍼민트의 미래로 늘 생각했던 것이 바로 이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커뮤니티입니다. 뉴스페퍼민트를 보는 사람이라는 것이 바로 지식에 대한 자신의 존중을 나타내며, 이것이 자신이 가진 하나의 정체성이 되는, 바로 그런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어떤 공간입니다. 그래서 이를 위해 게시판 기반의 커뮤니티를 생각한 지가 몇 년이 지났습니다. 게시판을 바탕으로 뉴스페퍼민트의 글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읽은 좋은 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고, 최근에 본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으며, 또 새로운 혹은 중요한 다른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를 존중하며 합리적 토론을 펼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능력의 부족으로 계속 준비만,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한 독자 분을 만났는데 이런 이야기를 드렸더니, 일단 슬랙으로 바로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지 하는 의견을 주셨고, 저는 곧바로 솔깃해 졌습니다. 핵심은 큰 노력을 들이지 않는 것이라는 말씀이었구요. 이 시대에는 그게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시도해 보려 합니다. 아래 구글 폼을 채워주시면 됩니다. 원래 짧은 몇 개의 질문을 준비했는데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질문이 자꾸 늘어나네요. 한두 분도 좋고, 열 분, 스무 분도 좋습니다. 아마 그럴리는 없겠지만 더 많다면, 음, 지금은 관리의 여유가 없어 초대에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겠네요.

https://forms.gle/bgbz9HBHTJuPP5NT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