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의 혁신이 자동차 제조업에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것입니다.
2021년 4월 27일  |  By:   |  경영, 경제  |  No Comment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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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모빌리티 비즈니스가 거대한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도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자동차 제조기업들은 모두가 동의하는 모빌리티 산업의 지배자였습니다. 치열한 경쟁과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생산비용을 낮추었고, 수백만 명에 달하는 운전자가 저렴한 가격으로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GM과 도요타(Toyota)는 세계 최고의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기업이었습니다. 시내에서 자동차보다 더 나은 이동수단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최근 자동차와 모빌리티 산업의 판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해당 분야에서 기업 가치가 가장 높은 5개 기업 중 완성차 업체는 일본의 도요타와 독일의 폭스바겐(Volkswagen) 등 2개에 불과합니다. 선두는 다른 기업들의 시가 총액을 멀찌감치 따돌린 테슬라(Tesla)입니다. 테슬라는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이던 전기차를 자동차 시장의 주역으로 만들며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었습니다. 테슬라의 성공에 힘입어 단기간에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와 경쟁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의 맞수로 떠올랐습니다. 미국의 차량호출 기업인 우버(Uber)도 기존 완성차 업체를 제치고 기업가치 5위 내에 들었습니다. 현재 우버는 1,000억 달러가 넘는 기업 가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중국의 차량호출 업체 디디추싱(Didi Chuxing)도 비슷한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디디추싱은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 위해 지난 4월 10일 비밀리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테슬라의 도전에 굼뜨게 대응했던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도 떠밀리듯 전기차를 출시하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모빌리티 시장을 흔드는 혼란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 시장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습니다. 소비자들의 행태와 습관의 변화, 그리고 기술의 혁신이 자동차의 판매 방식, 이용 방식, 소유 방식을 바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폭스바겐의 CEO인 헤르베르트 디스(Herbert Diess)는 시장의 변화를 인정하며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자동차를 반드시 소유할 필요가 없습니다. 고객이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으면 됩니다.”

경쟁자들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디디추싱은 4월에 개최되는 상하이 모터쇼의 주역으로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개인이 차량을 소유하는 형태가 사라질 것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미래의 모빌리티 산업은 자동차를 제조해서 판매하는 단순한 방식뿐만 아니라, 사람의 “이동”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와 비즈니스가 핵심이 되는 구조로 바뀔 것입니다.

모빌리티 시장은 잠재력이 엄청납니다. 2019년 우버는 175개국의 소비자들이 매년 20조 킬로미터를 이동하며, 모빌리티 산업의 시장 규모가 5조 7천억 달러(6,4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시장 조사업체들도 여러 전망치를 내놓았습니다. 우버의 예상 규모보다는 작지만 모빌리티 산업이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라는 의견에는 누구도 의문을 가지지 않습니다. IHS Markit은 “새로운 이동” 산업이 2030년까지 4,000억 달러 규모(450조 원)로 성장하리라 전망했습니다. KPMG는 1조 달러(1,100조 원)로 예상했습니다. 엑센추어(Accenture)는 자동차 판매를 포함한 모빌리티 시장의 규모를 2050년까지 6조 6천억 달러(7,400조 원)로 전망했으며, “새로운 이동” 산업이 전체의 40%를 차지할 것이라 평가했습니다.

 

개인 소유의 자동차는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 생태계에서도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할 것입니다. 자가용 승용차는 여전히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입니다. 10마일(16km) 이동 당 자가용 승용차의 이동 거리는 미국이 8마일, 유럽이 7마일, 중국은 6마일입니다. 미국과 중국보다 대중교통 이용에 더 친숙한 유럽도 2017년 기준으로 버스와 기차를 이용한 이동 거리가 전체 6마일 중 1마일에 불과합니다. 우버는 미국 내 전체 이동 중 1.5%만을 담당합니다.

팬데믹으로 자동차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택시, 버스, 공유 차량의 이용이 크게 줄었습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인 LEK이 수행한 미국인들의 여행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자동차 여행은 1년간 9% 감소에 그쳤습니다. 반면, 대중교통, 차량호출 서비스는 55%~65% 급감했습니다. 오늘날 십 대들은 부모 세대보다 자동차 운전에 관심이 낮지만, 이들이 스무 살이 되면 태도가 바뀔 것입니다. 2010년~2018년 사이에 19세 이하 운전자가 80만 명 줄었지만, 20대 운전자는 180만 명이 증가했습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자동차 구매 욕구는 여전히 강력합니다. 올해 1분기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팬데믹 이전 정점에 가깝게 반등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도심을 벗어나면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히 높습니다. 교외, 작은 마을, 시골 지역의 자동차 운행이 미국 전체 자동차 운행 거리의 90%에 가깝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자가용 승용차가 유일한 이동수단입니다.

 

대신, 도심에서는 모빌리티 혁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자동차 소유 모델이 쇠퇴하고, 새로운 이동 수단이 등장했습니다. 신생 모빌리티 사업자들은 고객들에게 그물망 같은 다양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죠.

디디추싱, 우버는 고객 맞춤형 이동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차량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와 리프트는 최근 수년간 손실을 기록했지만,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이 기업들이 2022년에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집카(Zipcar)는 사람들이 시간, 심지어 분 단위로 자동차를 렌트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P2P 카셰어링 업체 투로(Turo)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카풀 서비스 업체인 블라블라카(BlaBlaCar)는 22개국에서 9,000만 명이 이용합니다. 자전거 공유업체들은 전기 스쿠터와 전용 차로를 두고 경쟁합니다. 팬데믹 이전, 맥킨지(McKinsey)는 전기 스쿠터가 2030년까지 5,000억 달러(560조 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리라 전망했습니다. 플라잉 택시 시장도 조만간 열릴지 모릅니다. 플라잉카 스타트업인 조비(Joby)는 수십억 달러의 기업 가치로 평가받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이동 서비스는 전문적인 복합 모빌리티 어플을 통해 연결되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지하철역까지는 전기 스쿠터를 타고 가서 지하철로 이동한 뒤 우버로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조합을 비교해 가격과 소요 시간이 가장 적합한 이동수단과 경로를 결정합니다. 플랫폼 역할을 하는 복합 모빌리티 어플이 개별 서비스 업체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구조입니다. 이미 몇몇 기업은 구독 서비스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일부 모빌리티 플랫폼 앱은 스타트업입니다. 핀란드의 윔(Whim)은 유럽 여러 국가에서 대중교통, 택시, 자전거, 자동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연동해 이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독일의 국영 철도회사인 도이치 반(Deutsch Bahn)은 승객들이 다양한 이동 옵션을 이용할 수 있는 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컨설팅 회사인 프로스트앤설리번(Frost&Sullivan)은 복합 모빌리티 플랫폼 앱이 10년 안에 350억 달러(39조 원)의 매출을 올리리라 예상했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바라는 것은 명확합니다. 이 시장에 진출하는 것입니다. 이미 많은 기업이 신생 업체에 투자하며 이를 보여주고 있죠. 2016년 GM은 리프트에 5억 달러(5,600조 원), 폭스바겐은 유럽의 차량호출 업체인 겟(Gett)에 3억 달러(3,300조 원)를 투자했습니다. 도요타는 우버, 디디추싱, 싱가포르의 차량공유 업체인 그랩(Grab)에 투자했습니다. 그랩은 400억 달러(45조 원) 규모의 스팩 합병 상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GM은 상당한 이익을 회수하면서 리프트의 지분을 매각했고, 폭스바겐과 도요타는 아직 투자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도전자들과 시장에서 경쟁하기도 합니다. 이미 많은 기업이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보다 매월 이용요금을 부과하는 형태에 익숙하다는 점도 유리한 측면입니다. 영국에서 90%의 차량은 어떤 형태로든 금융을 활용해 판매됩니다. 많은 구매자가 2년~4년에 걸쳐 매월 할부 금액을 지불합니다. 이 방식은 장기 렌트와 비슷합니다. 구독형 요금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볼보의 CEO인 하칸 사무엘손(Hakan Samuelsson)은 소유권에서 “이용권”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5년 전 GM은 자체 차랑공유 서비스인 메이븐(Maven)을 출시하며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모빌리티 업체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해 포드(Ford)는 공유버스 스타트업인 채리어트(Chariot)를 인수했고, 폭스바겐은 승차공유 서비스인 모이아(Moia)를 선보였습니다. 2019년에는 독일 기업인 BMW와 다임러(Daimler)가 손을 잡고 모빌리티 분야 합작법인인 프리나우(Free Now)를 출범했으며, 도요타는 차량공유, 여행계획 플랫폼인 킨토(Kinto)를 출시해 유럽의 여러 국가로 서비스를 확대했습니다.

중국의 지리(Geely) 자동차가 소유한 스웨덴 브랜드인 볼보(Volvo), 폭스바겐이 소유한 아우디(Audi), 도요타의 프리미엄 모델인 렉서스(Lexus) 등 고급 브랜드 업체들은 도심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볼보는 매달 600달러(67만 원), 아우디나 렉서스는 매달 1,000 달러(112만원)를 내면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차를 마음대로 골라 탈 수 있습니다. 지리자동차의 자회사인 Lynk&Co의 구독 비용은 매달 500유로(67만 원)입니다. Lynk&Co의 앨런 비세(Allan Visser) CEO는 이것을 “자동차 넷플릭스”라고 부릅니다.

고객들이 자동차를 일회성으로 구매하는 대신 회원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자동차 회사들이 딜러를 거치지 않고 고객과 직접 관계를 맺습니다. 테슬라는 애플이 애플 스토어에서 자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테슬라 매장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다른 업체들도 이러한 모델을 벤치마킹했습니다. Lynk&Co는 자체 온라인 매장에서 차를 판매합니다. 지난 2월 볼보도 이러한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팬데믹을 거치며 변화가 빨라졌습니다. 자동차 구매자들은 딜러 매장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에서 직접 차량을 구매합니다. 고객이 완성차 업체의 온라인 샵에서 직접 차량을 구매하는 시스템이 정착되면, 제조업체들이 고객과 직접 관계를 맺고 향후 다양한 서비스를 판매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물론, 모든 모빌리티 벤처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기업은 이미 경쟁에서 탈락했습니다. 포드는 채리어트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메이븐은 1년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몇 달 전 프리나우는 전기스쿠터 사업을 정리했고 지난 3월에는 주차장 예약, 결제 서비스인 파크나우(ParkNow)를 매각했습니다. LEK의 아시쉬 칸나(Ashish Khanna)는 차량호출 서비스가 이용자가 적은 교외 지역에서는 고전하리라 전망했습니다. 자전거 공유서비스 회사인 슈퍼페데스트리안(Superpedestrian)의 아사프 비더만(Assaf Biderman) 대표는 도심의 교통 시스템은 여전히 자전거보다 자동차에 편향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차 업체들은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각오로 향후 몇십 년 안에 자동차 판매가 줄어드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보여주었듯이 운전대에서 잠들 수 있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