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4반세기 토론 총정리
2021년 3월 2일  |  By:   |  경제  |  No Comment

(복스, Dylan Matth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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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 반드시 일어나는 법칙 같은 걸까요? 이 질문은 지난 25년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의의 핵심이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건 공약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안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연방정부 기준 최저임금 시급 7.25달러를 15달러로 올리겠다고 약속했죠.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진영에서 내세우는 논리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사라져 오히려 노동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겁니다.

코로나19 지원금 명목으로 최저임금을 시급 15달러로 무리해서 올려버리면 이미 벼랑 끝에 몰린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들을 해고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 팀 스캇 상원의원 (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제학 개론에서 배운 논리를 적용해 봅시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형성되지 못하게 정부가 최저 가격을 설정하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됩니다. 이 논리를 노동시장에 적용해 보죠. (완전경쟁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 형성되는 균형가격보다 높은 값에 최저임금이 설정되면 노동자를 고용하는 데 돈이 더 드니 고용주가 노동자를 고용하려는 수요는 줄어들고, 일하려는 노동자는 늘어납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과잉 공급 상황은 노동시장에서는 곧 실업률의 증가를 뜻합니다. 일자리보다 일하려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니까요.

오랫동안 이런 분석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제는 어느덧 고전이 된 경제학자 앨런 크루거(Alan Krueger)와 데이비드 카드(David Card)의 1993년 논문이 나왔습니다. 크루거와 카드 교수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살펴봤습니다. 이들은 뉴저지주와 펜실배니아주의 경계에 있는 패스트푸드 식당의 임금과 고용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뉴저지주(실험군)가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펜실배니아주(대조군)보다 돈을 더 줘야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됐는데, 최저임금이 오른 뒤 뉴저지주의 고용이 실제로 줄었는지 살펴본 거죠. 결과부터 말하면, 고용은 줄지 않았습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실업률도 높아진다는 주장의 근거가 실제로 확인되지 않은 겁니다.

크루거와 카드 교수는 이 논문의 발견을 정리하고 데이터와 분석을 추가해 1995년에 책을 펴냈습니다. “Myth and Measurement(최저임금: 신화와 측정)”이란 제목이었죠.

이후 4반세기 동안 이어진 경제학 연구는 대체로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줄어든다는 기존의 통념이 잘못됐음을 입증하는 결과가 많았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단기적으로는 고용을 줄여도 이내 고용이 회복되고 중장기적으론 오히려 더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최근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거의 없거나, 있어도 미미하다는 것이 정설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 발표된 연구 가운데 최저임금과 고용의 관계를 가장 종합적으로 살펴본 연구는 매사추세츠대학교 앰허스트 경제학과의 아린드라짓 듀브 교수가 영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연구입니다. 듀브 교수가 2019년 11월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크지 않다는 최근 연구가 다시 한 번 확인됐습니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을 올렸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은 없고 있더라도 아주 작았습니다.

듀브 교수의 연구로 최저임금과 관련된 논란이 종결된 건 물론 아닙니다. 최저임금을 향한 회의적인 시각은 계속 남았죠. 크루거와 카드 교수의 논문 이후 최저임금에 관한 연구가 쏟아졌는데, 특히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둘러싸고는 학계가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최저임금을 시급 15달러로 올리려는 미국 정부의 계획이 가져올 효과를 두고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죠. 또한, 이론적으로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사라질 것 같은데 왜 그렇지 않은지 그 이유에 관해서도 정확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가장 많은 연구가 이뤄지는 세부 주제도 바로 그 부분입니다. 그밖에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법을 어떻게 짜고 규제할지나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의 교육 수준에 관한 연구도 많이 이뤄지고 있고, 인종에 있어선 흑인 노동자들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습니다.

1993년과 비교하면 이제는 어느 정도 확실히 알게 됐다고 말할 수 있는 점도 있습니다. 많은 경우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에게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은 제도입니다. 일자리가 줄어 실업자가 되는 사람도 있지만, 일자리를 잃지 않은 노동자들이 얻게 되는 혜택이 총량에선 훨씬 더 크다는 뜻입니다. 도시가 아닌 시골 지역에서 최저임금을 시급 15달러 이상으로 급격히 올릴 때도 마찬가지로 실보다 득이 많은 제도일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미국 연방 최저임금이 시급 15달러로 오르고 나면 우리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규명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훨씬 더 많이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간 확인된 증거들

시급 15달러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에 앞서 먼저 최저임금과 고용에 관해 그동안 있었던 논쟁을 다시 한 번 정리해봅시다.

앞서 소개한 듀브 교수의 연구를 의뢰한 곳은 놀랍게도 영국 보수당 정부였습니다. 보수당 내각은 2024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급 10.5파운드(약 16,000원)로 점진적으로 올리겠다는 방안을 내놨죠. 노동당은 반대로 시급을 당장 10파운드(약 15,300원)로 올리자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에선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 자체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는데, 영국에서는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데는 이미 양대 정당과 정치권이 동의하고 있었고, 인상 폭과 속도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던 겁니다.

듀브 교수는 우선 1998년 영국 정부가 최저임금을 처음 도입한 이래 일어난 일들을 정리했습니다. 미국은 영국보다 무려 60년 전에 최저임금 개념을 도입했지만, 연방 정부 차원의 최저임금 인상은 오랫동안 정체됐습니다. 그래서 듀브 교수는 시애틀, 시카고, 워싱턴 D.C. 오클랜드,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등 도시별로 최저임금을 올린 결과 나타난 변화를 정리했습니다. 또 헝가리와 독일 등 다른 나라의 사례도 조사했습니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듀브 교수는 전 세계 55건의 사례를 분석했습니다. 이 가운데 36건이 미국의 사례였고, 두 건은 미국과 영국을 함께 비교한 사례였습니다.

듀브 교수가 측정한 핵심적인 지수는 자체임금탄력성(OWE, own-wage elasticity)이었습니다. 자체임금탄력성이란 말 그대로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실제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이 얼마나 올랐는지 그 임금 인상 폭을 최저임금 인상 이후 고용률의 변화로 나눈 값입니다. OWE 값은 -1이 손익을 나누는 기준점이 됩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10% 올랐을 때 OWE가 -1이면 이들의 고용률이 10% 줄었다는 뜻입니다. OWE가 -1보다 크면 임금 인상으로 인한 혜택이 고용 감소를 상쇄하고 남는다는 뜻이고, 반대로 OWE가 -1보다 작으면 임금이 올라 노동자들이 누리는 혜택보다 고용 감소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는 뜻입니다.

살펴본 사례들 가운데 중윗값을 나타낸 사례의 탄력성은 -0.04였습니다. 최저임금 이상으로 고용률이 1% 낮아진다면, 그 대신 실제 임금은 25% 정도 오르니 노동자 입장에선 잃는 것보다 얻는 게 훨씬 더 큰 셈입니다. 특히 청소년을 비롯한 소규모 집단을 살펴보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납니다. 규모에 상관없이 따져보면 전반적인 OWE는 평균 -0.17로 고용이 줄어들더라도 임금이 올라 얻는 효과가 더 큽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하버드대학교의 로렌츠 카츠 교수를 비롯한 대다수 노동경제학자는 최저임금을 급격하지 않게 올리는 건 대체로 실보다 득이 많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카츠 교수는 2019년에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지금껏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정말 많이 만나봤는데, 미국 노동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수입품(non-traded goods) 분야의 노동자로 국한해 보면, 최저임금을 올렸을 때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이 오르는 효과는 크지만, 이들의 고용이 줄어드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최저임금 연구도 진화했다

듀브 교수의 연구는 논란이 끊이지 않던 최저임금 관련 연구를 집대성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1990년대 들어 최저임금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는데, 접근법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먼저 카드와 크루거 교수처럼 인접한 주의 경계에 있는 사업장에서 각기 달리 적용되는 최저임금의 효과를 비교한 방법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UC 어바인의 데이비드 노이마크 교수와 연방준비제도의 윌리엄 워스처 이사가 쓴 방법인데, 주 전체의 고용 지표를 추적해 최저임금이 오를 때 고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두 가지 연구 방법은 결과도 좀 달랐는데, 카드와 크루거 교수의 연구에선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노이마크 교수와 워스처 이사의 연구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고용이 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가지 모두 방법론 측면에서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카드와 크루거 교수의 연구는 단 하나의 사례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뉴저지주의 최저임금 인상과 그로 인한 뉴저지주, 인접한 펜실배니아주의 사례를 비교한 연구 결과를 미국 전역으로 확대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뉴저지주가 최저임금을 올리면 인접한 펜실배니아주도 최저임금을 인상하라는 압박을 받게 됩니다. 변인을 통제할 수 없는 현실 세계에서 일어난 일을 두고 대조군으로 삼기엔 인접한 주가 다소 하자가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노이마크 교수와 워스처 이사의 연구는 서로 완전히 다를 수 있는 주끼리 단선적으로 비교한 점이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와 애리조나주의 고용률에 최저임금이 미치는 영향은 서로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다른 요인과 주별 특징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저임금과 고용률의 변화를 아무리 정확히 측정한다고 해도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다고 단정 짓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여기에 노이마크와 워스처는 변인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전혀 관계없는 일인데도 고용률이 줄어든 것을 엉뚱하게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 돌린 연구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각기 다른 방법론에 따라 도출하게 되는 결론도 상당히 다릅니다. 노이마크와 워스처는 2007년 논문에서 “가장 믿을 만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올렸을 때 상당수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썼습니다. 반면 데일 벨만과 폴 울프슨 교수는 2015년 논문에서 “가장 믿을 만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미미하다”고 썼습니다.

2007년과 2015년 사이에 결정적인 변화가 있기는 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이 더 좋은 연구 방법을 찾아냈죠. 듀브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서로 최저임금 정책이 다른 접경 지역의 차이를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냅니다. 2010년부터 듀브, T. 윌리엄 레스터, 마이클 라이시 교수는 미국 전역의 주 접경 지역의 모든 카운티 데이터를 다 모았습니다. 카드와 크루거 교수의 연구가 참신했지만, 뉴저지와 펜실배니아주 경계에서 찾은 단 하나의 사례일 뿐 일반적인 결과라고 할 수 없지 않냐는 반론을 잠재울 수 있는지 실제 데이터를 다 끌어 모아본 겁니다.

미국 전역의 접경 지역 카운티 데이터를 봤더니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한쪽의 최저임금이 오르면 맞은편 주의 최저임금이 오르는 데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봤는데, 연구진이 모은 데이터에선 그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듀브 교수는 연구를 계속해 더 최근인 2019년 계간 경제학지(QJ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에 새 논문을 실었습니다. 도룩 센지즈, 아띨라 린드너, 벤 지페러 교수와 함께 쓴 이번 논문은 1979년부터 2016년까지 일어난 총 138차례의 최저임금 인상을 분석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같은 현상을 연구하고도 카드&크루거와 노이마크&워스처 사이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주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듀브 교수와 동료들은 바로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에 나타난 독특한 경기 변동에서 그 원인을 찾아냅니다. 이 시기에 앞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주(blue states)들은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주(red states)보다 뚜렷하게 경기 침체를 겪습니다. 이어 민주당이 장악한 주의회, 주지사들이 선도적으로 최저임금을 올렸죠. 이렇게 되고 나니, 마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성장을 가로막은 것처럼 보이게 된 겁니다. 실은 둘 사이는 인과관계로 볼 만한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독립적인 사건에 가깝습니다.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주의 경기가 더 침체해 고용이 늘지 않거나 줄었고, 그와는 별개로 최저임금이 오른 겁니다.

1995년 이후에는 변수를 여러 개 넣든 거의 변수를 넣지 않든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았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경제에 거품이 끼었다가 거품이 터지면서 침체가 와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든 ‘사건’의 영향을 배제해야 더 정확한 그림이 보인다. 이 사실을 최근까지 누구도 몰랐다. 그래서 이번 발견이 중요하다. – 아린드라짓 듀브 교수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

그러나 계속해서 최저임금 인상이 실제로 고용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옵니다. 대표적으로 2016년 텍사스 A&M의 조나단 미어와 UC 산타크루즈의 제레미 웨스트 교수가 발표한 논문이 있는데,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단기적으로는 고용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이후 몇 년간 고용 성장률을 둔화시킨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은 직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이해가 갑니다. 예를 들어 커피숍에서 일하던 직원들에게 줘야 하는 최저임금이 어느 날 갑자기 시급 9달러에서 12달러로 올랐다고 합시다. 커피숍 문을 갑자기 닫지 않는 한 하루아침에 일하던 직원을 내보내기는 어렵겠죠. 대신 커피숍 주인은 앞으로 (인건비가 쌌다면) 더 뽑았을 사람을 뽑지 않을 겁니다. 미어와 웨스트는 고용률이 아니라 고용 수준에 집중하다 보니 지금껏 의견이 분분했던 거라고 진단했습니다. 고용 수준은 (고용률에 비하면) 최저임금이 아니라도 그 바탕이 되는 거시경제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듀브 교수는 미어&웨스트 연구의 전제를 강력히 비판했고, 날 선 공방이 수차례 오갑니다. 앞서 2013년 듀브 교수는 다른 논문을 통해 미어&웨스트 교수가 보여주는 일자리 데이터에서 제조업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제조업 종사자들은 대개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올라도 거의 영향을 안 받는다는 겁니다. 또한, 듀브 교수는 미어&웨스트의 주장대로 (고용 수준이 아닌) 고용률을 살펴봐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사실상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미어&웨스트 교수는 몇 가지 적절한 통제 변수를 넣어 살펴보면, 최저임금이 올랐을 때 업계 전체가 당연히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답했습니다. 최근 도룩 센지즈 교수가 머신러닝을 이용해 미어와 웨스트 교수의 주장에 쓰인 데이터를 분석해봤더니, 실제로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소득 노동자들의 고용이 오히려 더 영향을 받았습니다.

UC 샌디에고의 제프리 클레멘스 교수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해온 경제학자입니다. 클레멘스 교수는 마이클 위더와 함께 쓴 논문에서 2007년 연방정부가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이어 불어닥친 대침체(Great Recession)가 고용 지표를 어떻게 악화시켰는지 분석했습니다. 클레멘스 교수의 논문은 듀브 교수가 살펴본 연구 사례에도 포함돼 있습니다.

클레멘스는 듀브 교수와 연구진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잘 보여준 몇몇 연구를 누락했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면 MIT의 존 호튼이 온라인 노동시장에 최저임금을 임의로 적용해본 연구가 그렇습니다. 여기서 온라인 노동시장이란 아마존 앰터크(Amazon’s Mechanical Turk)와 유사한 플랫폼으로 온라인상에서 설문조사와 같은 과제를 내주고 여기에 참여해 과제를 수행하면 대가로 돈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어떤 기업은 과제에 대한 보상에 최저임금을 적용했고, 다른 기업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최저임금을 적용한 기업에서 참여자를 덜 받으려 했고, 참여자들의 총 노동 시간도 적었습니다. 생산성이 낮은 노동자들이 생산성이 높은 노동자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결과라고도 볼 수 있으며, 실제 실험을 통해 최저임금이 고용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클레멘스는 덴마크의 청소년 고용률 조사 결과도 지적합니다. 덴마크에서는 노동조합이 협상을 통해 쟁취해낸 최저임금이 18세부터 적용됩니다. 그런데 덴마크에선 18세가 될 때 고용률이 17세일 때보다 1/3이나 낮아집니다. 이를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고용이 줄어드는 증거로 봐야 한다고 클레멘스는 주장합니다.

듀브 교수 연구팀은 사실 덴마크의 청소년 고용률 조사는 분석에 포함했었습니다. 그러나 최저임금과 고용의 관계를 살펴보는 데 그대로 적용하기엔 정책의 방향이 좀 다르다고 판단했습니다. 듀브 교수가 2019년에 한 설명은 이렇습니다.

고용주가 나이가 조금 더 많은 대신 임금을 많이 줘야 하는 노동자를 더 젊고 임금도 덜 줘도 되는, 사실상 거의 비슷한 인력으로 대체할 수 있다. 18세 이상보다 17세의 고용률이 더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전반적인 최저임금이 고용을 억제한다고 결론 내리는 건 논리적 비약이 될 수 있다.

온라인 노동시장이나 덴마크의 사례는 접경 지역의 식당이나 가게에만 초점을 맞춰온 것보다 더 참신하면서도 믿을 만한 연구 방법론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실험에는 이른바 외적 타당도(external validity)가 부족합니다. 온라인에서 과제를 주고 보상을 지급하는 온라인 노동시장을 미국 전체 노동시장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을까요? 덴마크도 마찬가지로 미국의 상황과 단선적으로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시급 15달러는 적정 수준인가?

결국, 논의는 현실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논쟁으로 이어집니다. 시급 15달러를 최저임금으로 정하는 것이 과연 적당할까요?

2014년, 워싱턴주 시애틀시 의회가 주요 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최저임금을 시급 15달러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이때부터 곧바로 워싱턴대학교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측정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대규모로 모아 분석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펴낸 중간 보고서를 보면, 최저임금을 시급 13달러로 올리자 (2017년에 15달러로 인상)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임금은 상승해 저임금 노동자들이 받는 평균 임금이 올랐습니다. 물론 이게 모든 저임금 노동자가 혜택을 받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적잖은 저임금 노동자들은 줄어든 일자리 탓에 시애틀 밖으로 나가야 했을 겁니다.

먼저 발표된 연구를 보면 훨씬 더 부정적인 효과가 또 있습니다. 이 연구는 시애틀과 시애틀 주변에 있는 회사들을 다 조사 대상에 포함하지 못하는 등 분석에 사용한 데이터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연구 결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영향은 상당히 부정적으로 나왔지만, 하버드대학교의 로렌스 카츠 교수를 비롯해 적잖은 노동경제학자는 이 연구가 데이터가 부실하고 방법론이 잘못됐기 때문에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카츠 교수는 “시애틀의 상황을 살펴본다면서 제대로 된 대조군도 설정하지 않은 실험이라 문제가 많다. 지금 시애틀의 노동 시장은 역대 가장 빠른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데이터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지만, 어쨌든 시애틀은 미국의 주요 도시 가운데 최초로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한 곳입니다. 그 효과에 대한 연구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 자체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워싱턴 D.C. 일리노이, 메릴랜드, 매사추세츠, 뉴저지, 뉴욕주가 모두 최저임금 시급 15달러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아칸소나 메인, 미주리주도 인상 폭은 작지만, 그래도 11달러 혹은 12달러를 목표로 꾸준히 최저임금을 올리고 있습니다.

듀브 교수는 최저임금을 중위 임금의 60% 수준으로 인상했을 때 고용에 나타나는 부정적인 효과가 가장 작았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 엘 센트로의 중위임금은 시급 15달러 50센트입니다. 내년 1월부터는 최저임금이 13달러로 오르는데,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이 중위 임금의 80%가 넘게 되고, 고용에 실질적인 부담을 줄 수도 있습니다.

듀브 교수는 급격한 인상을 경계하면서도 자신이 조사한 데이터에서는 중위 임금의 80% 이상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올린 카운티에서도 고용에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실제로 오르고, 그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면 추가로 연구가 진행돼야 합니다. 카츠 교수는 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저임금 15달러를 목표로 하는 도시와 주 정부도 실제로는 이를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있고, 현재 최저임금은 11~12달러 수준이다. 만약 당장 내일부터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린다고 하면 저임금 노동자들의 고용 상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게 아니라 앞으로 5~7년 동안 점진적으로 최저임금이 오른다면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

클레멘스와 미국 경제연구소(AEI)의 마이클 스트레인은 미리 정해둔 연구 방법을 통해 최저임금의 효과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특정 결과를 얻고자 분석 방법을 바꾸지 않겠다고 미리 약속한 건데, 지금까지 그들이 확인한 결과는 혼재돼 있습니다. 즉,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면 일자리가 많이 줄었고, 최저임금을 조금 올리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습니다. 두 경제학자 말고도 수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다루고 살펴볼 겁니다.

 

당분간 결론은 나지 않겠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은 오랫동안 이어진 최저임금을 둘러싼 경제학자들의 논쟁에 새로 불을 지폈습니다. 주장을 크게 두 갈래로 나눠보자면, 최저임금을 시급 15달러로 올려도 고용 지표에 큰 부담 없이 의미 있는 실험을 해볼 수 있을 거라는 듀브 교수와 침체한 경기 회복을 더 느리게 하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을 더 궁지로 몰아넣을 거라는 스트레인의 경고가 맞서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연방정부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정하려면 법안이 상원도 통과해야 하는데, 최저임금 인상은 필리버스터 대상입니다. 이는 곧 최저임금을 시급 15달러로 올리는 데 60명 이상의 상원의원이 찬성하지 않는다면, 법안이 좌초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공화당 상원의원 가운데는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는 의원이 많지 않습니다. 대신 상원 예결위원장인 버니 샌더스(무소속, 버몬트) 의원이 예산 조정 절차를 밟아 50명 이상만 찬성하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연방 정부가 최저임금을 시급 15달러로 올리는 것이 올해 법으로 통과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새로운 증거가 쌓이더라도 그 효과를 둘러싼 분석에 있어선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경제학자들의 정치적인 성향만 알면 그 사람이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할지 반대할지 예측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경제학자들이 자신의 견해에 따라 증거를 조작하거나 결론을 미리 내놓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듀브, 스트레인을 비롯해 이 분야를 연구하고 논쟁을 벌인 대부분 경제학자는 학문적 진실성을 잃지 않고 정직하게 연구해왔을 겁니다. 다만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데는 구조적인 차이도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비용이 늘어 부담스러운 기업이 있고,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는 노동조합을 비롯한 이해단체도 있습니다. 이들이 보거나 듣고 싶어 하는 결과가 명백히 다르리라는 건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미국 경제연구소의 마이클 스트레인은 “어쩔 수 없이 규범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이런 걸 좋아하는 경제학자는 없다”고 말합니다. 전반적으로 임금이 오른다면 고용이 좀 줄어드는 걸 용인해야 할까요? 그렇다면 최저임금 인상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이상적인 균형점이라는 게 있을까요? 일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어 고통받더라도 많은 노동자가 임금이 올라 좋다고 말할 때 ‘일부’와 ‘많은’을 명확히 정의해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나온 연구는 대부분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듀브 교수가 분석한 것처럼 자체임금탄력성이 -1보다 높아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은 경우가 더 많아 보입니다. 일자리를 잃는 것과 임금이 오르는 것을 수량화해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어쨌든 많은 경제학자는 최저임금이 올라 전반적인 임금이 오를 때 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이 누리는 혜택이 일자리가 줄어들어 겪는 피해를 상쇄하고 남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우리는 더 분명한 균형점을 찾는 토론을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카드와 크루거 교수가 첫 연구를 발표한 이래 우리가 깨달은 아주 중요한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즉 최저임금은 경제학 원론에서 배울 때처럼 늘 시장을 왜곡하는 기제가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줄 때가 많다는 겁니다. 어느 지점까지가 실보다 득이 큰지, 그래서 어디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할지는 이론만 들여다볼 게 아니라 실제로 정책을 시행한 뒤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보고 토론을 계속해야 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