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다인종 백인성(multiracial whiteness)”의 정치, 포스트 트럼프 시대의 극복 과제입니다
2021년 1월 18일  |  By:   |  정치, 칼럼  |  No Comment

워싱턴 포스트, Christina Beltán 뉴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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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반민권 행태로 인해 대통령의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동질적인 백인민족주의자 집단으로 낙인찍기 쉽지만, 1월 6일 의사당 공격 이후 FBI가 내놓은 수배 전단을 보면 흑인과 라틴계 얼굴들도 간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멕시코계와 라틴계 이민자들에 대한 원색적인 공격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2016년에 비해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확보한 라틴계 표가 더 많았다는 사실 역시 트럼프의 지지층이 얼마나 다양한가를 보여줍니다. 그렇습니다. 트럼프에게 표를 준 유권자들과 폭도들 가운데는 압도적으로 백인이 많지만, 2020년 대선 출구 조사에서 드러난 불편한 진실은 라틴계 유권자의 3분의 1에서 4분의 1 가량이 트럼프 재선에 표를 던졌다는 사실입니다.

라틴계 유권자의 대다수, 그리고 아프리카계 유권자의 절대 다수가 바이든-해리스에 표를 주었고, 민주당 승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유권자들의 가족과 친구 가운데는 거짓과 음모론을 포함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 아젠다를 열렬히 지지한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부정선거론을 믿는 “Stop the Steal(강탈을 막아라)” 운동에 앞선 앨리 알렉산더는 자신을 흑인이자 아랍계로 규정하는 트럼프 지지자입니다. 네오파시스트 단체 “프라우드 보이즈(Proud Boys)”의 우두머리 엔리케 타리오는 자신을 “아프로-쿠바계”로 규정하는 마이애미 출신의 라티노죠. 타리오는 1월 6일 시위 참여를 위해 워싱턴에 왔다가 작년 말 흑인 교회에 걸린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M)” 현수막을 불태운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타리오, 더 나아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라틴계 유권자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명백히 백인의 비율이 높지만 비백인 참여자들도 있는 폭도 집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하는 것일까요? 저는 이 현상을 “다인종 백인성(multiracial whiteness)”이라고 부릅니다. 백인이 아닌 사람들도 공격과 소외, 지배의 정치에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죠.

트럼프 시대 이전, 라틴계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고자 한 보수주의자들은 보수적 다문화주의 정치를 앞세웠습니다. 조지 W. 부시 같은 정치인들은 라틴계 유권자들의 언어와 역사를 잘 안다는 점을 앞세웠고,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강조했죠. 보수적 다문화주의는 라틴계를 미국 민주주의 모자이크의 독특하고 가치있는 일부로 그리면서, 종교와 애국심, 가족 전통과 같은 라틴계의 가치가 공화당의 이념과 일치한다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트럼프는 미국 내 라틴계의 역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며, 라틴계 특유의 정체성에서 어떤 가치를 찾는 시늉조차 하지 않습니다. 트럼프는 비백인 유권자들을 (비백인으로서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대신 “다인종 백인성”을 주었죠.

미국의 백인우월주의와 원주민 몰아내기, 흑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뿌리를 둔 다인종 백인성은 토지와 부, 권력과 특권의 불평등한 분배, 한 집단의 위치가 다른 집단을 아래에 두고 형성되는 위계에 초점을 둔 이념입니다. 여기서 “백인”의 색이란 단순히 인종적 정체성이 아니라 정치적인 색깔이며, 이는 곧 자유와 소속감이 타인에 대한 박해와 비인간화를 통해서 얻어질 수 있다고 보는 차별적인 세계관입니다.

다인종 백인성은 라틴계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다양성과 인정의 정치로부터의 자유를 약속합니다. 한 개인의 인종적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인종차별이라고 여기는 유권자들에게 다인종 백인성의 정치는 이들이 원하는 색맹적(colorblind) 개인주의를 강화시켜줍니다. 다인종 백인성의 정치에서는 누구든지 MAGA 운동에 참여할 수 있고, 고삐 풀린 분노와 음모론이 가져다주는 거친 자유를 누릴 수 있죠.

다인종 백인성은 인종에 관계없이 누구나에게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를 자유, 미등록 이민자를 검거해 추방하라고 요구할 자유, BLM 운동을 강도와 범죄자의 폭동으로 비하할 자유, 민주당 지지자들이 혈액을 마시는 소아성애자라고 비난할 자유를 부여합니다.

그들의 세상에서 배제와 폭력, 악마화의 정치는 모든 사람에게 허락되는 것입니다. 당신이 가족들과 스페인어를 쓰고 15세 생일을 축하하는 킨세녜라 파티를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프라우드 보이즈의 일원이 되고 싶다면 그것도 할 수 있죠. 트럼프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당신이 트럼프를 사랑하는 한, 트럼프도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미국의 인종 분열은 단순히 백인과 비백인 사이의 분열이 아닙니다. 다인종 백인성의 개념은 백인성의 정치를 여전히 버리지 못한 사람들과 그보다 나은 답을 찾는 사람들 간의 갈등을 드러내 오늘날의 정치 현실을 보다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같은 분열을 조지아주에서도 목격했습니다. 상당수의 백인 유권자들이 조지아의 다수에서 떨어져 나와 민주당의 라파엘 워녹과 존 오소프를 상원의원에 당선시킨 흑인 여성들의 리더십과 다인종 연대에 힘을 보탰죠. 이는 백인성 정치의 희망적인 변화와 분파 양상입니다. 포스트 트럼프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백인이 다수인 트럼프 지지층의 극단주의를 극복하는 동시에, 백인성 정치가 다인종성을 갖게 되는 현상을 막아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