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의 트럼프 납세 기록 탐사보도
2020년 9월 30일  |  By:   |  세계, 정치  |  No Comment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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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긴이: 대통령이 세금을 낸 기록은 원래 탐사보도의 대상이 될 일이 없습니다. 모든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아니 보통 후보로 지명되는 시점에는 세금을 낸 기록을 상세히 공개하는 것이 관행이었고, 그 관행은 예외없이 지켜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달랐습니다. 첫 번째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 재선 캠페인이 한창인 지금까지도 세금 기록을 언제 공개할 거냐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곧 공개한다”, “준비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사실상 소송까지 불사하며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덕분에 공익에도 부합한다고 여겨지는 관행을 유지하고자 언론이 열심히 트럼프의 납세 내역을 취재해 왔습니다.

지난 일요일, 뉴욕타임스가 그동안 취재한 내용을 총정리해 방대한 분량의 탐사보도 기사를 냈습니다. 사업가 트럼프, 유명 방송인 트럼프, 거대한 부를 물려받은 상속자 트럼프, 정치인 트럼프가 20년 넘게 제출한 세금 신고 관련 문서를 최대한 확보해 분석한 결과를 정리한 기사입니다. 트럼프 본인은 스스로 “유능한 사업가 출신”이라고 칭하지만, 적어도 트럼프 본인의 세금 기록에 따르면 트럼프가 손을 댄 사업 가운데 실패해 빚더미만 안긴 사업이 꽤 됩니다. 잇단 부채 탕감에 손실 여부를 둘러싸고 감사 법인과 국세청이 계속해서 심사, 조사를 진행한 기록도 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가 진 빚이나 개인 명의로 보증을 선 채무도 약 400만 달러가 있는데, 이 빚은 트럼프가 재선이 될 경우 트럼프 임기 중에 갚아야 할 빚이 됩니다. 대통령 트럼프는 개인 채무를 어떻게 처리할까요?

뉴욕타임스가 뽑은 제목은 “Long-concealed records show Trump’s chronic losses and years of tax avoidance”였습니다. 풀어보면 “오랫동안 숨겨온 트럼프의 세금 기록이 말해주는 것: 트럼프가 손댄 사업은 잇달아 실패했고, 트럼프는 세금을 안 내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기사가 트럼프의 세금 기록에 관한 탐사보도 1편이라며, 앞으로 계속해서 기사를 내보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 기사만 해도 내용이 방대합니다. 눈에 띄는 부분을 발췌, 요약해 시간 날 때마다 보충하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에 연방 소득세로 750달러를 냈습니다. 취임 첫 해인 2017년에 낸 연방 소득세도 마찬가지로 750달러였습니다. (750달러는 우리돈 약 88만 원)

트럼프는 앞선 15년 가운데 10년은 연방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버는 돈보다 훨씬 많이 손해를 봤다고 국세청에 신고해서 소득세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연말 정산을 통해 총 7290만 달러(약 850억 원)의 세금을 환급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막대한 손실을 신고해 감면받은 세금이 적지 않은데, 현재 국세청이 재심을 요구하고 있는 부분에서 트럼프가 아니라 국세청의 계산대로 세금을 정산해보면 트럼프가 내야 하는 체납 세금은 원금과 이자를 더해 1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성공한 사업가, 억만장자, 게다가 똑똑하고 유능하다고 스스로 자랑하곤 하는 트럼프지만, 세금 기록에 비친 트럼프의 모습은 그가 대중에 열심히 알린 이미지와 사뭇 다릅니다. 어쩌면 그래서 세금 낸 기록을 공개하기 꺼려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었죠. 국세청에 낸 기록 속의 트럼프는 손을 대는 사업마다 막대한 손실이 나는, 밑 빠진 독에 자꾸 물을 붓는 무능한 사업가입니다. 세금을 안 내려고 없는 손실을 억지로 만들어 신고한 건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러한 사업상의 손실이 인정돼 트럼프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습니다.

트럼프가 정말 억만장자인지 아닌지는 본인을 제외하면 사실 아무도 모를 겁니다. 기자들은 물론 검찰, 트럼프의 정치적 라이벌, 심지어 그냥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 규모와 내역을 밝히려는 이들이 워낙 많습니다. 세금 신고가 트럼프 대통령이 밝히지 않고 있는 그의 재산 내역을 일부 드러내줄 수는 있지만, 세금 신고도 본인이 직접 작성한 문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수백만 달러어치 자산은 세금 신고 내역에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또한, 뉴욕타임스가 확보한 문서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사이에 모종의 거래를 의심할 만한 정황도 없었습니다.

트럼프 측 변호사인 앨런 가튼(Alan Garten)은 뉴욕타임스가 취재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했을 때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며, 어떤 문서를 근거로 그렇게 주장했는지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해 문서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가튼은 트럼프 측이 여러 차례 밝힌 공식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자격으로 많은 세금을 납부했다. 대통령직에 도전하기로 발표한 2015년에도 마찬가지로 많은 세금을 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표현은 개인 자격으로 낸 세금(personal tax)이란 표현입니다. 여기에는 소득세뿐 아니라 다른 연방 세금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회보장연금이나 의료보험료, 또 집에서 고용한 가사 노동자에 대한 세금 등은 규정대로 다 낸 것으로 보이지만, 소득세(income tax)를 거의 내지 않은 건 변치 않는 사실로 보입니다.

종합해보면 트럼프는 실제로 큰 성공을 거둔 사업가라기보다 대단한 사업가로 자신을 포장하는 데 성공한 사람입니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방송 “어프렌티스(Apprentice, 견습생)”로 무려 5천억 원 가까운 돈을 벌었지만, 그 돈 대부분을 골프장을 짓는 등 드는 돈은 많은데 벌이는 시원찮은 사업에 투자해 날렸습니다. 2015년에 트럼프가 대통령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그저 “또 사업이나 좀 하려는데, 돈이 떨어져서 세간의 주목이나 받아보려나보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세금 기록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당시 트럼프 후보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들 그리 별 의미도 없는 문서에 집착들 하나요? 나에 대한 정보를 찾는다면 훨씬 유용한 문서가 이미 법에 따라 공개돼 있잖아요.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공개해야 하는 재산 내역 말이에요. 제가 얼마나 성공을 거둔 사업가고, 제가 손 댄 사업마다 얼마나 잘 됐는지 정리돼 있는 문서가 여기 있는데 뭘 더 바라는 거죠?”

공직자 재산 내역에는 수입(revenue)만 기록하면 됩니다. 이윤(profit)은 밝힐 필요가 없죠. 그런데 세금은 수입 기준이 아니라 이윤을 기준으로 냅니다. 예를 들어보죠.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재산 내역에 따르면 그는 4억 3490만 달러를 벌었다고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2018년 세금 기록에는 4740만 달러를 손해를 본 것으로 나옵니다. 세금은 이윤을 기준으로 매기므로, 세상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유능한 사업가 트럼프에게 정부가 거둬갈 세금이 한 푼도 없습니다. 오히려 손실을 보전해줘야 할 판이죠.

세금을 신고할 때 기업의 운영 비용 항목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이는 건 대표적인 꼼수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부동산 회사가 소유한 뉴저지에 있는 베드민스터 골프장의 운영비용은 2017년 아무런 설명도 없이 전년보다 5배나 많아졌습니다. 비용이 늘어나면 이윤이 줄어드니 내야 할 세금도 줄어들죠. 세금 자체에 대한 불만을 여러 차례 드러낸 적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을 덜 내면 그만큼 내가 똑똑해 보이지 않겠느냐”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다만 세금 덜 내려고 이윤을 줄여가면서까지 비용을 늘리는 행위는 정상적인 사업가라면 하지 않을,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죠.

트럼프는 그렇게 했습니다. 버는 돈 이상을 비용으로 쏟아부었습니다. 골프장과 호텔, 리조트 등 트럼프의 사업체들은 하나같이 손실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매출은 문제 없었지만, 대차대조표를 들여다보면 매년 돈을 잃고 있었죠.

국세청이 이렇게 뻔한 ‘꼼수’가 의심되는 신고를 그냥 두고 봤을 리 없죠. 트럼프가 소유한 회사들은 대부분 지속적인 세무 조사를 받았습니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