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치 매코널 對 2020년 미치 매코널
2020년 9월 20일  |  By:   |  세계, 정치  |  No Comment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BG) 대법관이 18일 췌장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즉시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를 임명하면 신속하게 인준 청문회를 열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 선거 투표일까지 46일 남았고, 일부 주에서는 이미 우편투표가 시작된 시점입니다.

한편, 4년 전 오바마 대통령이 (보수 성향)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공석이 된 대법관 자리에 메릭 갈랜드 순회법원 판사를 임명하자, 당시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법관을 임명하는 건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권한입니다. 마찬가지로 헌법은 상원에 대통령을 견제하고 대통령의 결정에 필요에 따라 제동을 걸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지금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곧 물러날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하는 건 옳지 않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석이 된 자리는 누가 되든 다음 대통령이 새 임기를 시작하면서 임명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이 갈랜드 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임명한 건 선거를 여덟 달 앞둔 3월의 일이었습니다. “레임덕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후보에 대해서는 인준 청문회도 열지 않겠다고 못을 박은 당시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누구였을까요?

같은 사람, 미치 매코널입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당시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공석이 된 대법관에 어떤 인물이 적합한지 미국 시민들이 직접 의견을 표출할 기회가 생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선거가 있으니까요. 대법관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이 인준하게 돼 있지만, 결국 대통령도, 상원도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 선출하고 구성하는 자리 아닙니까? 상원은 다음에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후보라면 적절한 시기에 청문회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온건한 중도 성향의 메릭 갈랜드 판사는 순회법원 판사로 임명될 때 상원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은 인물입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의회 내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하다는 점을 고려해 갈랜드 판사를 임명하면서 상원에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대법관 공석을 속히 메워 대법원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속이 훤히 보이는 말 바꾸기에 역사에 남을 위선자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매코널 원내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2017년 규정이 바뀌어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후보는 상원 인준 청문회를 거쳐 단순 다수인 51명의 동의만 받으면 대법관에 임명됩니다. 50대 50으로 표가 갈리면 상원의장을 겸직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3명, 민주당 47명이며, 이 가운데 중도 성향으로 분류돼 종종 교차 투표를 할 수 있는 공화당 의원으로는 리사 머코스키(아칸소), 수잔 콜린스(메인), 미트 롬니(유타) 의원이 꼽힙니다. 그러나 이 세 명이 인준에 반대하더라도 나머지 공화당 의원 50명이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관 후보를 승인하면 선거를 코앞에 두고 긴즈버그 대법관의 빈자리는 곧바로 채워지게 됩니다.

임기 중에 닐 고서치, 브렛 캐버너 두 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세 번째 대법관을 임명하게 된다면 그 또한 보수 성향일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그럼 미국 대법원은 보수 6, 진보 3 (혹은 보수 5, 중도 1, 진보 3) 구도가 됩니다.

미국 대법관은 임기가 따로 없는 종신직입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 구도에 공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선거 때문이기도 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000년 대선에서 대법원은 초박빙의 선거 결과가 나와 재검표 논란이 거듭된 플로리다주의 재검표를 중단하라고 판결하면서 사실상 조지 W. 부시 후보에게 논란의 여지가 큰 승리를 안겨줬죠. 이번 선거에서도 선거인단을 두고 치열한 싸움이 예상됩니다.

고인이 된 긴즈버그 대법관도 사실 이 문제가 불거질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에 대법관 자리를 공석으로 만들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해 건강을 유지하려 애써왔죠. 숨을 거두기 며칠 전 긴즈버그 대법관은 손녀 클라라 스페라에게 다음과 같은 마지막 유언을 전했다고 합니다.

지금 내게 남은 가장 강렬한 바람은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내 자리가 다른 사람으로 채워지지 않는 것이다.

NPR 참고기사(2016)

NPR 참고기사(2018)

복스 참고기사(2019)

복스 참고기사(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