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스타트업들이 구글의 ‘문샷’ 접근법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
2020년 7월 29일  |  By:   |  IT, 경영  |  No Comment

(아르스테크니카, Timothy B.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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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샷(moonshot) 접근법은 진전이 더디므로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올 때까지 스타트업들이 버티기 어렵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속도가 전망했던 수준보다 더딘 상황입니다. 구글(Google)의 웨이모(Waymo)는 2018년까지 완전한 무인택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이미 기한이 지났습니다. 지엠(GM)의 크루즈(Cruise)는 2019년 상용화를 시작하려던 목표를 포기했습니다. 테슬라(Tesla)는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하려는 일론 머스크의 목표 일정을 맞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패가 위의 큰 회사들에는 위기가 아닙니다. 자금이 충분하고 원하는 한 꾸준히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들과 경쟁하는 스타트업에는 상당한 난관입니다. 이들은 벤처캐피털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회사를 운영하는데, 자율주행 기술의 개발 시한이 길어지면서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필요한 자원을 고려하면 수십 개 기업이 난립하는 상황은 말이 안 됩니다. 언제든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 같았죠.”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Guidehouse Insight)의 애널리스트 샘 아부엘사미드의 평가입니다.

작년 드라이브닷에이아이(Drive.ai)는 파산을 눈앞에 두고 애플에 인수됐습니다.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인 스타스키(Starsky)는 지난 3월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많은 자금을 조달했던 자율주행 업체 죽스(Zoox)는 지난달 12억 달러(1조 4천억 원)에 아마존에 인수됐습니다. 죽스는 자금이 거의 바닥난 상황에서 2018년 평가된 기업가치인 32억 달러(3조 9천억 원)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에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른 업체들도 근근이 버티고 있습니다. 최근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오로라(Aurora), 보야지(Voyage), 메이모빌리티(May Mobility)의 고위층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각 회사는 시급한 재정적 위험은 없으며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완전한 무인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죠.

 

웨이모는 자율주행 스타트업의 미래?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웨이모는 줄곧 업계의 선두주자로 꼽혔습니다.  2018년 초에는 피닉스에서 기사 없는 택시 서비스를 연내에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죠.

오로라, 죽스를 포함한 많은 자율주행 스타트업은 웨이모가 만들어낼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뒤따르고 있었습니다. 죽스는 센서, 소프트웨어에 더해 자동차까지 만들어 웨이모보다 더 훌륭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오로라는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크리스 엄슨이 공동 창업자입니다. 오로라는 기존 자동차 브랜드에 적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스택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기존의 자동차 업계는 웨이모의 자율주행 서비스 출시에 대응하는 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죠.

실제로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허둥지둥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2018년 출시된 웨이모의 서비스는 안전감독 운전자들이 운전석에 타고 있었고, 대중에 공개되지도 않았으며, 수익성이 없었습니다. 18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피닉스 도심 지역 일부에서만 운행하고 있을 뿐이죠.

자동차 회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자율주행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습니다.

오로라는 2018년 1월 폭스바겐(Volkswagen)과 현대자동차를 전략적 파트너로 삼으면서 초반 모멘텀을 갖춰 나가는 듯했습니다. 당시 오로라는 폭스바겐과 제휴하여 무인 택시를 출시할 계획이라 발표했습니다. 또한, “자율주행 시스템이 무르익으면 폭스바겐 그룹 브랜드 전반에 적용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2019년 6월 오로라와의 계약을 종료했습니다. 오로라가 폭스바겐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였죠. 오로라와 결별한 폭스바겐은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아르고(Argo)와 손을 잡았습니다. 아르고의 최대 주주인 포드가 보유한 아르고 지분 절반을 사들인 것이죠. 폭스바겐과 오로라 모두 갈라선 이유를 시원하게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웨이모의 자율주행 서비스가 지지부진했던 것이 폭스바겐의 행보에 영향을 주었다고 추측됩니다.

웨이모의 자율주행 사업이 기존 자동차 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빠르게 대응을 해야 했습니다. 가장 좋은 대안은 이전에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그램을 지휘했던 오로라의 공동창업자 크리스 엄슨이었겠죠. 하지만 웨이모가 자동차 산업에 시급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핵심적인 전략 자산에 대한 영향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율주행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아르고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도 그 방법이겠죠.

한편 웨이모의 더딘 진행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다른 자율주행 업체들, 특히 죽스처럼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스타트업을 회의적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죽스는 지난 몇 년간 수억 달러를 조달한 이후, 올해 신규 투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결국, 기존에 평가받았던 기업 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아마존에 팔려나갔죠. 죽스의 실패 사례는 벤처캐피털이 자율주행 스타트업에 낙관적으로 끝없이 투자하는 시기가 끝났다는 경고입니다.

 

자율주행 트럭 사업

자율주행 업계는 웨이모를 통해 또 다른 교훈을 배웠습니다. 무인 택시 시장은 진입이 쉽지 않다는 점이죠. 택시는 대부분 혼잡한 도심 지역에서 운행하는데, 운전 환경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더욱이 택시 서비스는 까탈스러운 고객들이 많습니다. 대개 급한 상황에서 택시를 부르기 때문에 인간 운전사보다 느리고 조심스럽게 운행하는 자율주행 택시는 손님을 끌기 쉽지 않겠죠.

또한 무인 택시 서비스가 자본 집약적이라는 점도 진입에 어려움을 줍니다. 택시는 전체 도심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므로, 자동차 회사와 제휴하여 다수의 차량을 확보해야 하며, 전 지역을 아우르는 상세한 지도가 필요합니다. 풍부한 자본과 시장 선점의 이점을 가진 웨이모도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여전히 피닉스 도심 지역의 한 모퉁이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자율주행 업계의 중점적인 사업 분야가 택시에서 다른 시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몇몇 기업은 트럭 운행이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하기에 이상적인 시장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화물 운송은 택시 고객만큼 분초를 다투지 않기 때문에, 자율주행 트럭은 일찍 출발해서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본 집약적인 택시 서비스와 달리, 소수의 노선과 차량만 운영해도 수익을 낼 수 있죠. 미리 전국 고속도로의 가상지도를 정밀하게 그릴 필요도 없습니다.

웨이모는 2018년 캘리포니아주와 애리조나주에서 자율주행 트럭 시험 운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여전히 피닉스의 택시 서비스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자율주행 트럭 운송 분야에 많은 스타트업이 설립되었습니다.

지난 10월 오로라는 자율주행 기술을 택시가 아니라 트럭 운송에 처음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일에는 세부적인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댈러스에서 시험 운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처음에는 크라이슬러(Chrysler)의 미니밴 퍼시피카로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8등급 트럭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소규모 스타트업들은 작은 것부터 시작하여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습니다.

웨이모는 구글의 문샷 프로젝트인 ‘구글X’ 중 하나로 출발했습니다. ‘구글X’는 어렵고 도전적인 기술적 과제인 ‘문샷’을 먼저 해결하고 상용화는 나중에 고민합니다. 웨이모의 경우 어려운 범용 자율주행 시스템을 먼저 개발한 후에, 택시나 트럭 같은 분야에 활용하는 것이죠.

오로라, 크루즈, 아르고, 죽스의 자율주행 사업은 문샷 전략과 유사합니다. 크루즈와 죽스는 도로 환경이 매우 혼잡한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율주행차를 시험 운행했습니다. 오로라는 웨이모처럼 택시, 트럭 등 여러 운행수단에 적용되는 범용 자율주행 스택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이 전략의 문제점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비용이 얼마나 소요될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방향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기업들은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나서야 잘못된 방향이라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는 특히 벤처캐피털에서 자금을 조달한 회사에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다른 자율주행 스타트업들은 더 점진적인 방향을 택했습니다. 가장 적용하기 쉬운 분야를 찾고 서비스를 가장 빨리 시장에 출시하는 데 주력해 왔죠. 예를 들어, 보야지는 민간의 대규모 은퇴자 커뮤니티 빌리지에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으며, 메이 모빌리티는 지자체와 정해진 노선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옵티머스 라이드(Optimus Ride)는 대단지에서 주민들을 위한 자율주행 교통을 제공하려 합니다. 뉴로(Nuro)는 피자와 식료품을 배달하는 무인자동차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들의 자율주행차는 모두 시속 25마일(40km/h) 이하로 운행합니다. 이를 통해서 자율주행의 기술적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치명적인 사고의 위험도 낮출 수 있습니다. “만약 시속 50마일(80km/h)의 속도로 일반도로를 운행하는 자율주행차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자율주행으로 갓길까지 차를 이동시켜야 하지만, 25마일(40km/h) 이하로 정해진 노선을 달리는 우리 회사의 자율주행차는 그냥 멈추면 된다.” 보야지의 올리버 캐머런(Oliver Cameron) 대표의 말입니다.

아직 아무도 완전한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했습니다. (뉴로 로보틱스는 여전히 자율주행차를 뒤따르는 안전감독 차량을 배치합니다)  앞으로 몇 년 더 걸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40km/h로 자율주행하는 것은 시속 72~105km/h로 운행하기보다 훨씬 더 쉽겠죠.

그리고 정해진 구역 내에서 자율운행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전체 대도시에서 운행하는 시스템보다 훨씬 쉽습니다. 정해진 셔틀버스 노선을 운행하는 메이 로보틱스, 은퇴자 커뮤니티를 운행하는 보야지, 특정한 슈퍼마켓 주변의 주민들에게 배달하는 뉴로의 자율주행 서비스가 좋은 사례입니다. 아부엘사미드 애널리스트는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지 않고,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가려는 보야지의 접근법이 장기적으로 유용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정된 재원으로 일하는 스타트업

위에서 언급한 작은 스타트업들은 규모가 큰 기업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보야지는 지난 9월 3,100만 달러(372억 원), 메이 모빌리티는 작년 2월 2,200만 달러(264억 원)에 이어 12월 5,000만 달러(600억 원), 옵티머스 라이드는 작년 11월에 거의 5,000만 달러(600억 원)을 투자받았습니다.

분명 5,000만 달러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최근 오로라나 죽스가 조달한 액수에는 훨씬 못 미칩니다. 오로라는 지난해 5억 3천만 달러(6,400억 원), 웨이모는 2018년 5억 달러(6,000억 원)에 이어 작년 2억 달러(2,400억 원)을 모았습니다. 웨이모, 크루즈, 아르고는 말할 것도 없죠. 하지만 보야지, 메이, 옵티머스 라이스는 죽스가 아마존에 매각당하는 와중에도 꿋꿋이 살아남았습니다.

메이 모빌리티의 에드윈 올슨 대표는 회사의 사업모델 덕분에 현금 소모 속도를 늦출 수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코로나 유행 이전에 메이는 이미 몇몇 대도시의 정해진 노선에서 안전 감독관이 동승한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지방 정부들은 기술을 배우는 목적 외에도, 실제로 이 노선들을 운영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메이에게 이용료를 지불했습니다.

올슨 대표는 “우리 고객 중 상당수는 공공성을 위해 수요가 적은 노선 중 일부는 반드시 운영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노선에서는 메이의 자율주행 버스에 지불하는 돈이 기존의 버스 회사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보다 크게 비싸지 않습니다.

올슨 대표는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켜 안전감독 드라이버들의 개입이 점점 줄어드는 완전한 자율주행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소규모 스타트업들은 가능한 한 기존의 기술을 이용합니다. 큰 기업들인 오로라, 크루즈, 아르고는 모두 라이다 분야 스타트업을 인수했고, 웨이모는 자체 라이다를 개발했습니다. 반면에, 보야지와 메이를 비롯한 회사들은 다른 기업의 라이다를 사용해 왔습니다. 보야지의 올리버 캐머런 대표는 “시뮬레이션, 가상지도 제작, 센서에 관해서는 우리가 업계 최고가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막다른 골목? 미래의 발판?

물론, 작은 기업들이 그대로 막다른 골목에 갇힐 위험도 있습니다. 40km/h로 자율 주행하는 시스템이 더 빠른 속도에서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이 경우 보야지나 메이와 같은 기업은 틈새시장에서 서비스하는 소규모 업체로 전락할지도 모릅니다. 반면, 오로라, 웨이모, 크루즈, 죽스와 같은 큰 기업들이 범용 자율주행 자동차라는 훨씬 큰 시장을 차지하게 되겠죠.

반대로 작은 기업들이 승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 하나의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 다른 기업들과 경쟁하기 훨씬 쉬워집니다. 비록 낮은 속도로 정해진 좁은 지역에서만 서비스하더라도, 수익을 내는 자율주행 시장을 선점한 기업은 그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나아가 비슷한 시장에 진출하고, 점점 더 어려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기술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과 고객의 관심사가 무언지도 배울 수 있습니다. 결국, 더 신속하고 낮은 비용으로 시장에 진출하는 지름길을 찾아내겠죠. 차세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수적인 방대한 운행 데이터를 축적할 수도 있습니다. 즉, 고유한 유연성을 장점으로 보야지, 옵티머스 라이드, 뉴로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자금이 풍부한 덩치 큰 경쟁자들을 꺾을 수도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 스타트업들이 기존 투자금이 바닥나기 전에 상업용 서비스를 순조롭게 출시할 수 없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눈에 보이는 상용화 없이는 회의적인 투자자들을 붙잡을 수 없으니까요. 시간은 지금도 계속 흘러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