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에서 개체(individual)란 도대체 무엇을 말할까요? 정보이론이 답이 될 수 있습니다(1/2)
2020년 7월 24일  |  By:   |  과학  |  No Comment

(Jordana Cepelewicz, 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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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억년 전, 에디아카라기에는 매우 이질적인 생명체가 바다 밑바닥에 존재했습니다. 이들의 외형은 상상을 뛰어넘는 괴상한 형태였습니다. 누빔 무늬의 덩어리, 주름진 원판, 마디가 있는 관, 뒤집어진 종, 가운데는 두툼하고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막대, 길쭉한 원뿔 등의 형태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지구에 등장한 최초의 다세포생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들은 얼마뒤 멸종하였고 후손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사암과 규암에 남은 화석만이 이 환상적인 생명체를 추측하게 만들어줍니다.

이들의 특이한 형태는 고생물학자들로 하여금 가장 기초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이들은 어떻게 성장하며, 무엇을 먹었고, 어떻게 번식했을 까요? 심지어 이들이 어디까지가 하나의 개체(individual)였고 어디부터가 새로운 개체인지도 알지 못합니다. 이들은 과연 하나의 개체였을까요? 아니면 고깔해파리(Portuguese man-of-war)처럼 여러 개체가 모인 군체였을까요? 젤리 형태의 이들이 과연 주변 환경과 명확하게 분리될 수 있었을까요?

개체 하나를 구별하는 문제는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화석 증거를 분석하는 과학자들만이 가진 문제도 아닙니다. 다른 행성이나 위성에서 생명체를 찾는 우주생물학 학자들 또한 같은 질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날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에 대해서도 이 문제가 다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바이러스는 숙주 없이는 번식할 수 없으며, 박테리아 역시 유전자를 숙주와 공유하곤 합니다. 슬라임은 포자를 멀리 보내기 위해 서로 뭉쳐서 탑을 만듭니다. 일개미와 일벌은 사회적 군체인 “초유기체(superorganisms)”를 위해 자신은 번식하지 않습니다. 진균류, 조류(algae), 남세균(cyanobacteria)은 뭉쳐서 이끼를 형성합니다. 사실 우리 몸의 내장 안에는 수많은 박테리아들이 있으며 우리의 성장, 생리적 활동, 생존에 영향을 미칩니다.

엑시터 대학의 과학철학자이자 에지니스 생명과학연구소 소장인 존 듀프레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유기체들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때로 이들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 합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에게 개체를 구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생태학자들은 복잡한 공생관계를 이해하고 하나의 군락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해하기위해서는 개체를 정의해야 합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자연선택이 어떻개 개체의 번식 성공에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개체는 어떻게 선택되는지를 알기 위해 그 기준을 필요로 합니다.

하나의 생명체가 아닌 보다 추상적인 개체 개념이 필요한 생물학의 분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패턴의 행동이나 반응을 보이는 집단을 구분하는 문제가 그렇습니다. 분자생물학자들은 특정한 행동에 관여하는 유전자 군을 구분해야 합니다. 뇌과학자들은 뇌세포 들이 언제 하나의 자극을 나타내는 무리로 행동하는 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어떤 면에서 생물학은 개체 구분의 과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산타페 연구소의 계산과학자인 멜라니 미첼의 말입니다.

하지만 개체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은 여전히 모호한 질문입니다. “‘개체’는 ‘더미(pile)’와 비슷한 수준의 개념입니다.” 맥길대학의 박사후연구원인 맥스웰 람스테드의 말입니다. “모래 더미가 있다고 하면 우리는 그게 어떤 것인지 바로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미는 정확하게 정의된 개념은 아니지요. 모래알 열셋 부터는 더미이다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모래알이 점점 많아지다가 어느 정도가 되면 더미라 부르는 것입니다.”

이렇게 근본적인 개념이 아직 정의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이론생물학자 만프레드 라우비클러는 이렇게 말합니다. “생물학은 이론이 매우 부족한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생물학은 경험적 원칙에 기반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상황을 바꾸려는 몇몇 과학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추상적인 원칙과 측정 결과에 바탕해 개체의 개념을 정의함으로써 생물학을 새로운 단계로 이끌려는 이들입니다.

정태가 아닌 동태

일반적으로 생물학에서 개체의 정의는 관찰 및 측정 가능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세포는 세포막을 기준으로, 동물은 피부를, DNA는 경계 유전자를 기준으로 구분합니다. 이런 구분은 유기체의 특성을 중심으로 한 기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곧, 환경과 물리적으로 구분되며, DNA를 가지고 있고 번식이 가능하며, 따라서 자연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기준이 생명체를 바라보는 유일한 관점이 아닐 뿐 아니라 최선의 관점이라 말할 수도 없습니다. “나는 다윈이 만약 미생물학자였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진화론을 만들었을 것이라 항상 말해 왔습니다.“ 산타페 연구소 소장이며 진화이론가인 데이비드 크라카우어의 말입니다. “적자 생존에서 출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아주 다른 전제에서 출발했을 겁니다.”

크라카우어는 보다 자연스럽고 객관적인 생물학적 기본 단위를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곧, 외부 환경의 제약이나 한계와 무관하게 내적 시스템의 동역학에 기반해 그 개체의 독립성을 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조작적 기준을 찾는 것입니다.

산타페 연구소에서 집합적 현상을 연구하는 제시카 플랙 역시 자연 선택과 다른 생물학적 현상에서 개체의 개념이 임의적이라는 데 문제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산타페와 위스콘신을 오가며 동료들을 모아 “개체란 무엇인가에 대한 어떤 답을 정해놓지 않고 보다 개방적이며 근본적인 수준에서의 개체에 대한 조작적 정의”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전제 중 하나는 개체는 공간적 개념만이 아니라 시간적 개념을 포함해야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그 대상이 어떤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동적으로 변하는 대상 임을 의미합니다. “이는 개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입니다. 정태가 아니라 동태라는 것이죠.”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첼의 말입니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은 아닙니다. 1800년대 초반, 프랑스의 동물학자 조르주 퀴비에는 생명을 소용돌이에 비유하며 “빠르거나 느릴 수 있고, 복잡성이 다를 수 있지만 그 방향은 일정하며, 항상 비슷한 분자들을 가지고 움직이지만 각각의 새로운 분자가 계속 합류하고 또 방출되며, 그 생명체를 구성하는 물질 보다는 이들의 형태가 더 중요한 무언가”가 바로 생명이라 말했습니다. 이후 많은 철학자와 생물학자들이 유기체나 다른 생물학적 시스템이 고정된 대상이나 물질이 아니라 흘러가는 패턴이자 흐름들의 관계라는 “과정 중심의 관점”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전자 설이 등장하면서, 생물학은 물질의 학문이 되었습니다”라고 스와스모어 대학의 발달 생물학자인 스콧 길버트는 말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20세기 생물학은 물질의 생물학이었습니다. 21세기 생물학은 과정의 생물학입니다.”

과학자들 또한 이 생명의 과정을 보다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도구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생물학의 객관적 언어로 이를 나타내는 방법을 연구해 왔습니다.” 산타페 연구소에서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에릭 스미스의 말입니다. “통계와 분포를 다루는 기술을 이용해 이 과정을 나타낼 수 있으며 더 잘 표현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게되었습니다.”

다양한 수준의 개체성

크라카우어와 플랙은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니핫 아이 등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자신들이 가진 “동태” 개체 개념을 정보 이론을 이용해 표현할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개체를 “시간적 충실도를 보존하며” 가능한한 많은 정보를 계속 유지하려는 집합체로 정의했습니다.

지난 3월 바이오사이언스 이론(Theory in Biosciences)지에 실린 논문에서 그들은 세 가지 원칙을 이야기했습니다. 첫째, 개체는 세포내 기관에서 사회적 존재에 이르는 모든 생물학적 수준에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하나의 개체는 다른 개체에 포함될 수 있다는, 곧 그 내부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번째 원칙은 아마 가장 과감한 것이며 어쩌면 반직관적인 것으로, 개체성은 어떤 연속적인 값으로 나타나며, 따라서 한 개체가 어느 정도의 개체성을 가지는지를 양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개체이거나, 아니면 개체가 아니라는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은, 산타페 연구소의 물리 생물학자인 크리스 켐페스의 말입니다. 그는 물리학자의 입장에서 이 부분을 흥미롭게 생각합니다. 곧, 분류가 아니라 양적 척도를 도입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생명체인지, 이들이 하나의 개체인지와 같은 까다로운 정의의 문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문제는, ‘바이러스는 어느 정도 만큼 살아있는가?’로 바뀌는 셈입니다. 바이러스가 가진 개체성의 양이 얼마인가라는 말이죠.”

크라카우어와 플랙 등은 복잡하고 잡음이 많은 환경에서 개체의 개체성을 발견할 수 있는 “렌즈”를 정의했습니다. “시간에 따라 전파되는 정보의 양을 파악할 수 있는 현미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들은 정보의 흐름을 부분으로 나누고 이 개체의 미래 상태를 예측할 수 있는 환경의 영향과 내적 동역학의 조합에 따라 개체성을 계산하는 수학적 체계를 기술했습니다.

산타페 연구팀은 정보의 흐름이 가지는 기울기로부터 세 가지 유형의 개체성을 구별합니다. 첫번째는 유기적 개체성으로, 환경의 영향을 받지만 강력한 자기조직화가 가능한 개체입니다. 이들이 가진 정보는 대부분 내적 정보이며 자신의 선행 상태에 기초합니다. “이 렌즈를 통해 인간과 포유류, 조류 등을 볼 수 있습니다.” 크라카우어의 말입니다.

두번째 유형은 군집 형태로 내적 요소와 외적 요소가 보다 복잡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부류에 속하는 개체로는 개미 군집이나 거미줄이 있으며 환경이 “부분적인 비계(scaffolded)”역할을 하지만 스스로도 어떤 구조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세번째 유형은 거의 전적으로 환경에 의해 움직이는 것입니다. “비계를 제거할 경우, 그 개체는 유지되지 못합니다.” 이는 마치 토네이도와 비슷하여, 온도나 습도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형태를 유지하지 못합니다. 크라카우어는 지구에 최초로 등장한 생명체가 여기에 속했을 것이라 말합니다.

이들은 이 이론을 “개체성의 정보 이론”이라 부르며, 이를 통해 생명체의 기본 단위를 매우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배경에서 대상을, 환경에서 유기체를 분리할 수 있는” 알고리듬을 만들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일련의 시계열 데이터 안에서 개체의 출현을 말해주는 정보의 상관관계들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이론에서 개체는 세포, 조직, 유기체, 군집, 동반자, 정치적 단체, 온라인 그룹, 인공 지능, 도시 등 무엇이나 될 수 있으며, 심지어 아이디어나 이론 자체도 하나의 개체로 다룰 수 있다고 크라카우어는 말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명체라 부르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의, 모든 가능한 생명의 형태를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따라서 이 이론은 우리에게 익숙한 크기나 기능, 형태에 속하지 않는, 플랙의 말에 따르면 “무엇이 개체인가에 대한 우리의 상식과 맞지 않는”, 따라서 우리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무언가를 생명을 가진 개체라 말할지 모릅니다.

“우리의 감각은 매우 제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설사 그것이 상상 가능한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뇌가 처리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도쿄의 AI 회사인 아라야에 근무하며 인공지능 시스템에서 독립된 개체를 구별하는 수학적 방법을 개발 중인 마틴 비엘의 말입니다. “즉, 우리가 이 세상에서 수많은 숨은 개체들을 놓치고 있지 않다는, 그런 자신감은 사실 근거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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