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오늘 치러진다면 승자는?
2020년 5월 11일  |  By:   |  세계, 정치  |  No Comment

지난 달을 겪으며 올해 미국 대선에 대한 모든 것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국을 휩쓸고 지나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소독제를 몸 속에 주입하자고 하질 않나, 조 바이든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으니 그런 생각도 무리는 아닙니다.

매일같이 확확 바뀌는 주 차원의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 수 주 간 바이든이 상당한 표를 가져간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지난 2월 이후 그림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증거는 거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때에서 거의 바뀌지 않았습니다. 설문 응답자의 정치 성향까지 고려하여 가중치를 둔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것은 바이든의 우세 정도가 3월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는 겁니다.

물론 조 바이든이 수적 우세보다는 더 강한 후보일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지역과 유권자, 즉 중서부 지역의 백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힐러리 클린턴보다 좋은 수치를 뽑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백인과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줄어들고 있지만 이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양상 때문에 이들이 가진 표는 선거 결과에 상대적으로 낮은 영향력을 갖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경기 불황이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되긴 하겠지만, 이 역시 생각보다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현재 대선 레이스의 출발 시점에서 바이든은 현직 대통령에 앞서 있습니다.

다양한 인구 집단에서 각 후보자의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 이코노미스트 지는 여론조사 기관인 유거브(YouGov)의 미가공 데이터에 “다단계 회귀와 사후 계층화(multilevel regression and poststratification: MRP)”라는 통계학 기법을 사용하여 다양한 유권자 집단의 투표에 대해 아주 세밀한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우리는 대학 학위를 가진 백인 여성의 경우 민주당 지지일 가능성이 높고, 미시건 주 출신의 기독교인 백인 남성은 공화당에 표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타입의 유권자들이 각 주에 몇 명씩 사는지 알고 있으므로, 오늘 선거가 치러진다면 결과가 어떨지를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1960년에 조지 갤럽과 엘머 로퍼가 실시한 수 십년 어치의 여론조사 결과를 원시적 형태의 컴퓨터에 입력해 선거 전략 수립에 활용한 케네디 대통령 캠프의 통계 활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당시 이를 실행한 사이멀매틱스 코퍼레이션(Simulmatics Corporation)의 과학자들은 유권자를 480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예측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4월 유거브가 수집한 유권자 9천 명의 데이터를 가지고 9가지 인구 및 지리적 요소를 조합해 유권자를 총 380,000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우리가 만든 MRP 모델은 사람들이 얼마나 투표할 확률이 높은지, 만약에 투표를 한다면 누구에게 할지까지도 예측합니다. 이 방식은 각 주의 민주당원, 공화당원, 무당파의 균형이 이루어진 샘플을 확보하여, 전화 조사의 분산을 늘리는 여러 요소들을 조정한 모델입니다. 가장 중요한 장점은 공공 조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영역의 공백을 채운다는 점입니다. 2016년 선거 결과 예측에서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부분이죠.

현재 우리의 모델에 따르면, 오늘 선거가 열린다고 가정하는 경우 투표를 한다는 백인의 41%는 바이든을, 51%는 트럼프를 찍습니다. 10%p의 격차가 있죠. 2016년,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이 집단에서 15%p의 차이로 패배했습니다. 바이든은 대학 학위가 있는 백인,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양 집단 모두에서 이 격차를 각각 4%p, 6%p 좁혔습니다. 바이든은 현재 노동자 계급 백인이 가장 큰 집단을 이루는 주에서 클린턴에 비해 11%p 앞서는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 노동자 계급 백인의 수가 가장 작은 주에서는 클린턴에 비해 지지율이 약 6%p 떨어집니다.

이런 지지율 증가가 바이든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그만큼 높힌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클린턴은 위스콘신과 미시건, 펜실베니아에서 작은 차이로 졌지만, 바이든은 작은 차이로 이 세 개 주를 가져가는 것으로 나옵니다. 또한 중서부의 어떤 주보다도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높은 애리조나에서 바이든은 클린턴보다 큰 차이로 승리할 걸로 보입니다.

바이든이 비백인 유권자와 젊은 층에서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되는 그림입니다. 유거브의 데이터에 따르면 아프리카계 미국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바이든은 트럼프에 72%p 차이로 앞서고 있습니다. 굉장한 차이로 보이지만 사실 힐러리 클린턴은 이 집단에서 트럼프를 80%p 차로 꺾었죠. 히스패닉계 유권자들 역시 민주당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클린턴은 이 집단에서 트럼프를 38%p 차이로 리드했지만, 바이든과 트럼프의 격차는 28%p에 그칩니다. 다시 말해 트럼프가 흑인과 히스패닉계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난 대선 때보다는 인기가 조금 높아졌다는 뜻이죠.

대다수가 민주당인 청년층은 바이든을 클린턴만큼 지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30세 이하의 우권자의 다수는 대체로 투표를 하지 않죠. 2016년에는 이 연령대에서 투표율이 43%에 불과했습니다. 유거브의 데이터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투표율이 7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30세 이하의 투표율 예측치는 53%에 그칩니다. 젊은 유권자들은 또한 민주당이 어차피 가져가는 주에 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습니다. 바이든이 민주당 핵심 지지층에서 상대적으로 퍼포먼스가 약한데도 불구하고 더 좋은 결과를 어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만약 대통령이 직접 선거로 선출된다면 이들의 역할은 훨씬 더 중요해지겠죠.

11월 대선 결과를 지금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과거에 대통령 선거 결과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지표는 경제 상황이었습니다. 현재 1사분기에만 GDP가 4.8% 떨어진 상황이니, 경제 상황만 본다면 바이든에게 어마어마하게 유리한 상황이죠. 하지만 정치적 양극화 덕분에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더 이상 경제 상황을 놓고 대통령을 탓하지도, 칭송하지도 않습니다.

2016년 이래 가장 큰 상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인단에서의 상대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골 지역 주들이 대부분 공화당 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인구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표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이 점은 트럼프에 여전히 유리합니다. 우리의 MRP 모델에 따르면 대통령은 일반 투표에서 2-3% 가량의 표 차로 패배해도 선거인단 다수를 확보해 재임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표밭은 여전히 중서부 지역이며, 여기에 2016년에는 민주당 우세였지만 현재는 공화당 우세로 돌아선 미네소타와 뉴햄프셔가 추가된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는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아보입니다. 아직 선거가 6개월 남았지만 우리의 복잡한 산수에 따르면 바이든은 트럼프를 6%p 차이로 리드하고 있습니다. 선거가 오늘 치러진다면 아마 바이든이 이길 겁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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