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바랄때 창의력은 사라집니다 – 조셉고든레빗의 TED 강연
2020년 3월 20일  |  By:   |  과학  |  No Comment

먼저, 이렇게 제게 집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방을 가득 채운 분들이 모두 제게 집중하는 이런 느낌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죠.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때 우리는 아주 강력한 감정을 느낍니다. 저는 배우이고, 그래서 이런 일에 어느 정도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웃음)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게 어떤 느낌인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마땅히 받아야할 관심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행운을 누렸지요. 그리고 이게 아주 강력한 감정이라는 점에서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저는 배우로서, 또다른 강력한 감정을 느끼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번째 감정이 일종의 정반대의 감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남들의 관심을 끌때가 아니라, 내가 관심을 쏟는데서 그 감정이 오기 때문입니다.

저는 연기를 할때 단 한 가지에만 관심을 쏟을 수 있게 집중합니다. 촬영장에서 준비가 끝나면 조감독은 “롤링”을 외치고, 뒤이어 “스피드”, “마커”, “셋” 소리가 들린뒤 감독의 “액션!” 지시를 듣습니다. 이 순서는 너무나 익숙해서 이제 저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여기에 반응합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내면의 무언가가 시작되는 것이죠. 오직 한 가지에만 관심을 쏟게 되는 겁니다. 나머지 모든 것, 저를 신경쓰게 하고 제 주의를 앗아가던 모든 것들이 그 순간 사라집니다. 그 순간 저는 그저 그 장소에 존재하는 사람이 됩니다. 바로 이 감정이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감정이며, 저는 이 감정을 창의력이라 느낍니다. 제가 연기자가 된 것을 감사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러니까 관심을 끄는 것과 관심을 쏟는 것의 두 가지 아주 강력한 감정이 있는 것이죠. 사실 지난 10년 동안 등장한 새로운 기술은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때 느끼는 강력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연기만이 아니라 글쓰기, 사진, 그림, 음악 등 모든 분야의 창조적인 이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화가 전달되는 채널이 다양해졌고 이는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곧, 많은 이들 에게 창조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죠. 여기에는 저도 포함됩니다. 저는 지금 이 세상의 창조적인 작업이 점점 더 한 가지 목적을 위한 어떤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 목적은 바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제 경험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바로, 제가 관심을 쏟을 때의 강력한 감정을 추구할때 저는 더 행복해 졌지만, 남들의 관심을 받을 때의 강력한 감정을 추구할때 제가 더 불행해졌다는 것입니다.

잠깐 제 어린시절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처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제 연기를 이용했던 때는 여덟살 때 갔던 여름캠프에서였습니다. 당시 저는 1년 정도를 돌아다니며 오디션을 보고 있었고, 몇몇 TV 쇼와 광고에 출연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그 캠프에서 이를 계속 자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좀 통했죠. 아이들은 제게 관심을 보였죠. 그때 저는 당시 인기를 끌던 “패밀리 타이즈(Family Ties)”에 나간 적이 있었지요. 이 사진의 아이가 저였어요.

하지만 곧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아마 제가 자기자랑이 너무 심했던 것 같아요. 다른 애들이 저를 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록키라는 여학생을 좋아했죠. 걔의 이름은 레이철이었는데, 사람들은 록키라고 불렀어요. 아주 예뻤고, 노래를 잘했죠. 저는 그녀에게 흠뻑 빠져서 그 옆에 서서 제 자랑을 시작했어요. 그녀가 저를 보고는 “관종(show-off)”이라 불렀습니다. 그런 말을 들어도 싸죠. 하지만 지금도 기분이 씁쓸하네요. 그 때 이후로, 저는 제 연기를 이용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일에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때로 사람들은 제게 말합니다. “근데 말이죠, 만약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싫다면 왜 배우가 된 건가요?”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이보세요, 연기는 그런게 아니에요. 연기는 예술입니다.” 그럼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죠. “알았어 알았어, 진정해, 친구.” (웃음)

그리고 트위터가 등장했습니다. 저도 다른 이들처럼 여기에 흠뻑 빠졌죠. 그러니까 완벽한 위선자가 된 겁니다. 무슨말인고 하니, 그때 저는 순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죠. 오 이 많은 사람들이 내 재치있는 트윗을 볼려고 나를 팔로우 한단 말이지? 사실 그때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배트맨’에 나왔기 때문에 나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내가 하는 말 때문에 나를 좋아하는 거지. 나는 말에도 재능이 있군” 이렇게 말이죠. (웃음)

하지만 바로 그 때 부터 이런 생각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창조적인 작업에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그렇구요. 저는 피하고 싶었지만,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이런 식이었죠. 앉아서 대본을 읽게 되면 “이 배역을 어떻게 소화해야할까” 혹은 “관객들은 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얻을까?”라고 생각하는 대신 “트위터에서 이 영화를 보고 사람들은 뭐라고 말할까?”라고 생각하게 된 겁니다. 또는 대본을 읽고 예술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간에 “트위터에서 RT를 아주 많이 받을 수 있는 참신하면서도 신랄한 표현에 어떤게 있을까? 사람들은 찔리는 말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트윗을 취소하기는 싫으니까 너무 공격적이면 안되겠지.”와 같은 생각을 계속 하고 앉아 있는거죠.

그렇다고 기술이 창의성의 적이라는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기술은 그저 도구일 뿐입니다. 인간의 창의성을 전례없는 수준으로 극대화하게 만들어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전세계 누구나 모든 종류의 창조적인 작업을 서로 도울 수 있는 히트레코드(HITRECORD)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소셜미디어나 스마트폰, 아니면 다른 기술이라도 그 자체로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는 것처럼 창의력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위한 수단이 된다면, 그렇다면 이 관심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소셜미디어 회사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 아마 몇몇 분들은 이 문제를 이미 잘 알고 계실겁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가 어떻게 돈을 버는가 하는 것 말이죠. 이들은 사진공유 서비스가 아닙니다. 그걸로 돈을 받지 않지요. 그럼 무엇을 파는 걸까요? 이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팝니다. 사용자의 관심을 광고주에게 파는 것이죠. 인스타그램 같은 곳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관심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질문은 이겁니다. 인스타그램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 하는것 말입니다.

바로 우리가 가져다 바친 것이죠. 누군가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면, 그들은 팔로워들의 일정한 관심을 받게 됩니다. 관심을 많이 받게 될수록 인스타그램이 팔 수 있는 관심의 양도 많아집니다. 즉, 인스타그램은 당신이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기를 바라는 셈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관심을 갈구하도록, 그리고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면 불안을 느끼도록 당신을 훈련시킵니다. 인스타그램은 사용자들이 관심을 받는 그 강력한 감정에 중독되도록 만듭니다. 우리는 늘 이런 농담을 하지요. “음 나는 스마트폰 중독같아.” 하지만 이건 농담이 아닙니다. 진짜 중독입니다. 수많은 과학적 논의들이 있어요. 관심이 있는 분들은 재런 레이니어, 트리스탄 해리스, 니르 이얄의 글들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사람들의 관심에 중독되는건 다른 중독과 똑같습니다. 아무리 많은 관심에도 절대 만족감을 느낄 수 없습니다. 이런 생각을 반복하게 되지요. “아 팔로워가 1,000명만 된다면 정말 좋겠다.” 그리고 “아 팔로워가 1만명만 된다면”, “팔로워가 1백만명만 된다면 기분이 정말 끝내줄거야.”

제 트위터 팔로워의 수는 420만명이에요. 하지만 기분은 전혀 끝내주지 않습니다. 인스타그램의 팔로워수는 말하지 않을께요. 그 수가 너무 적어서 부끄럽거든요. 제가 인스타그램에 가입한건 영화 “배트맨”이 나온 뒤라서 그렇습니다. (웃음)

다른 배우의 팔로워 수가 저보다 더 많은 걸 보면 제 기분은 아주 비참해지지요. 팔로워 수는 거의 모든 사람의 기분을 비참하게 만들겁니다. 이런 기분 때문에 사람들은 더 많은 글을 올리고, 사람들의 더 많은 관심을 바라며 이렇게 소셜 미디어 회사들은 돈을 법니다. 즉, 누구도 사람들이 주는 관심에 대해 “이정도면 충분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물론 저보다 훨신 유명한 배우들이 있고 그 사람들은 저보다 훨씬 많은 팔로워가 있지만, 저는 그 사람들도 저랑 똑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당신이 당신의 창의력을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위한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당신은 절대로 만족할만큼 창의적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또다른 강력한 감정이지요. 거대 기업이 당신을 조종하고 당신을 파는 것과 무관하게 당신의 관심을 당신 스스로를 위해 쓰는 방법입니다. 단 한가지에 저의 관심을 집중하는 바로 그 감정이고 제가 연기를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여기에도 과학적인 배경이 있었습니다. 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은 몰입(flow)이라는 현상을 연구합니다. 누군가가 한 가지 일에 모든 관심을 쏟아 부을때, 그리고 다른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할때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어떤 이들은 당신이 이런 경험을 자주 할수록 당신이 더 행복할 것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저는 심리학자나 뇌과학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의 말이,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려운 일이죠. 진정한 관심을 쏟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제게 큰 도움이 된 방법을 한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로 다른 연기자를 경쟁자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장면을 연기할 때 다른 연기자를 경쟁자로 볼 경우 “헉, 나보다 관심을 더 많이 받겠는걸, 사람들이 내 연기보다 저 연기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겠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내 집중력은 깨지게 됩니다. 그 장면에서 연기를 망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다른 경쟁자를 동료로 볼 경우, 저는 그저 그 사람의 연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훨씬 더 집중이 쉬워집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할 필요도 없지요. 나는 그의 행동에 반응하고, 그는 내 행동에 반응하며 우리는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게 됩니다. 이런 협력에 의한 몰입을 연기자들이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창조적인 작업이든 가능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아니면 그저 즐거움을 위해서도 이런 경험은 가능합니다. 나는 멀리 있는 사람들과도 협력할 수 있있습니다.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에는 제가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이들과 같이 한 일도 있습니다.

그건 인터넷 덕분이지요. 우리가 관심을 끌기위한 경쟁을 멈춘다면, 인터넷은 동료를 찾을 수 있는 환상적인 공간이 되는 겁니다. 누군가와 협력할때, 그게 촬영장이건, 인터넷이건, 우리는 공동의 목표에 관심을 쏟으며, 그래서 훨씬 더 쉽게 저는 몰입 상태가 됩니다. 어떤 커다란 무언가의 일부가 된 느낌을 받으며, 우리의 관심을 앗아가려는 다른 무언가로부터 서로가 서로의 보호막이 되어주며, 우리 모두 그저 그 곳에 함께 존재하게 되는 겁니다.

적어도 이 방법이 저한테는 잘 통했습니다. 때로는 말이지요. 그러니까 항상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때로는 저도 사람들의 관심을 바라는 중독적인 사이클에 완전히 빠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같은 순간에도, 솔직히 말하면 제 마음 속 일부는 “보세요, 내가 TED 강연을 하고 있다구요!”라고 느끼는 것이죠. (웃음)

하지만 그건 일부일 뿐입니다. 그리고 또다른 부분을 말씀드리자면, 이 강연을 준비하며 글을 쓰고 발표를 하는 이 모든 창조적 과정에서, 저는 제가 좋아하는 무언가에 진정한 관심을 기울이며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엄청난 기회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강연으로 얼마나 많은 관심을 받게 될지와 무관하게, 저는 아주 기분좋게 이 일을 했습니다. 여러분이 제가 그렇게 강연할 수 있게 해주신데도 감사드립니다. 정말이에요. 이제 여러분의 관심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TED, Joseph Gorden Levi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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