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친기업적인 대통령, 내 투자 포트폴리오에 도움될까?
2020년 1월 20일  |  By:   |  경제, 정치  |  No Comment

민주당 경선이 시작됨에 따라 주식 전문가들은 대선 결과가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예측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호황을 가져올까요? 언뜻 생각하기에 블룸버그처럼 사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 친기업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호황을 불러올 것 같죠. 하지만 누군가가 특정 후보(현 대통령 포함)가 당신의 포트폴리오에 이익을 가져다 줄 거라고 조언하면, 그 사람의 조언은 듣지 않는 것이 정답입니다. 선거 전문가라고 해서 선거 결과를 더 잘 예측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만에 하나 그렇다고 해도 그걸로 주식시장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요.

최근 대통령들을 떠올려보면 가장 “친자유기업적” 대통령은 아마도 조지 .W 부시였을 겁니다. 그가 백악관을 떠난 2009년, 주식시장은 26% 하락한 상황이었죠. 그 후임이었던 버락 오바마는 평생 누구를 고용해본 적도 없거니와, CEO들에 대해 좋지 않은 말도 아끼지 않았던 인물이죠. 펀드매니저들은 오바마 대통령을 미워했고, 개중에는 대통령이 사회주의자라고 비난하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정작 “오바마 동무”의 재임 기간 동안 주가는 148%나 상승했는데도 말이죠.

부시와 오바마는 각자 재임 기간 동안 모기지 버블의 여파를 감당해야 했고, 두 사람의 정책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연방정부가 나서서 은행과 자동차 업계를 구제했고, 초저금리, 고자본비율 정책을 펼쳤죠. 부시의 수사와 성향이 오바마에 비해 훨씬 보수적이긴 했지만, 그런 사람마저도 버블 붕괴라는 사태 앞에서는 이념을 접고 연방정부의 자금으로 은행을 살릴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대선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이 깔끔하게 정책에 반영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어떤 대통령은 장기적인 경제 효과를 생각해 “반기업적”으로 보이는 정책을 펼치기도 하고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1990년 증세), 자유시장경제의 신봉자인 아들 부시 같은 대통령이 어쩔 수 없이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 사태를 맞이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리처드 닉슨처럼 우파로 정계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 큰 정부의 가치를 깨닫는 사람도 있죠.

역사적으로 후보자의 친기업적 성향와 주가 사이에 상관관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지난 100년을 돌아보면 민주당이 집권했던 48년 간 주가는 연 평균 14.4% 상승했고 공화당이 집권한 51년 동안은 10.1% 상승했죠.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대통령의 4년 임기는 경제 주기와 상관이 없습니다. 1974년 닉슨에게서 자리를 물려받은 포드 대통령은 그다지 이룬 것이 없지만, 불황의 바닥에서 임기를 시작하는 행운을 맞이했습니다. 그 결과 재임 기간 동안 주가가 40% 상승했죠. 캘빈 쿨리지는 그보다 더 운이 좋았습니다. 1929년 3월 임기를 마치면서 대공황을 간발의 차이로 피했으니까요.

둘째로 더 큰 이유는 주가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대통령의 권한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경제 불황과 티포트돔 스캔들로 타격을 입은 하딩 대통령 치하에서도 투자자들은 짧은 2년의 재임기간 동안 23%의 주가 상승을 누렸죠.

시장은 대통령의 정책이나 대통령의 캐릭터에 대한 심판의 장이 아닙니다. 제가 사는 동네인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서는 수많은 골수 민주당원들이 그 끔찍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주가가 46%나 오른 것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지만요. 시장은 자아도취적 트위터 광인, 방탕한 자와 무모한 자를 응징하는 신이 아닙니다. 도덕성의 바로미터가 아니라는 것이죠. 이라크 공습을 맞췄다고 상을 주는 신도 아닙니다. 전투기들이 기지로 돌아올 때 쯤이면 트레이더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지 오랩니다. 또한 시장은 정치적 내러티브는 물론 그 어떤 내러티브도 따라가지 않습니다. 3막에 이르러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고 죄인이 벌을 받는 연극 무대가 아니라는 거죠. 그런 식의 내러티브를 찾아내려고 애쓰는 것은 현명한 투자 방식과 거리가 멉니다.

주식은 단순히 미래의 수익에 대한 현재의 가치를 매긴 것입니다. 주가란 비교적 긴 기간에 걸쳐 크게 두 가지 변수, 수익과 금리에 영향을 받습니다. 1986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상장되었을 때 주식을 산 어떤 사람도 “로널드 레이건 때 투자를 해서 정말 다행이야”라고 말할 일은 없습니다.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이죠.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익은 지난 30여 년 간 지속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주가가 홈런을 친 건 그 때문이죠.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로, 서서히 떨어진 금리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선거를 오로지 돈의 시각에서 보자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누가 승리하는가보다는 수익과 금리가 어떻게 될 것인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투자에 대한 진실은 작은 규모에서 더 보기가 쉽습니다. 친구가 개발하는 앱에 투자를 해볼까 고민 중이라고 가정해보세요. “아이오와 코커스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하시겠습니까? 앱의 성공 여부는 선거 결과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대기업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회사가 제품을 잘 팔고 경쟁에서 계속 앞서간다면, 그리고 터무니없니 없는 가격에 그 주식을 사지만 않는다면 여러분의 포트폴리오는 무사할 겁니다.

물론 대통령이 어느 정도는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감세는 1년 정도의 부양 효과를 냈지만, 트럼프 관세라는 형태의 세금에 의해 상쇄되었죠. 누가 대통령이 되었어도 마찬가지였을 정책을 특정 대통령의 업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트럼프 전에도 오바마를 포함한 여러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이 법인세 인하를 지지했죠. 앞으로 규제받지 않는 자본주의와 글로벌 무역에 대한 지지는 그 어느 때보다 낮으리라 예상됩니다. 민주당, 공화당 모두 포퓰리즘으로 돌아섰고 어떤 쪽이 선거에서 승리하든지 그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겁니다

민주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민주당 자체가 왼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경선 선두주자이자 중도파인 바이든도 샌더스와 마찬가지로 의료 보험 강화와 최저임금 인상, 일부 대학 무상교육과 양도소득세 인상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중요한 차이점이지만, 앞으로 4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들마저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를 마주하게 될 겁니다.

늘 그렇듯 어떤 이유에서건 시장이 흔들리면, 대통령이 누구든 그 상황에 대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임금이 계속해서 상승하면 연방준비이사회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인플레이션을 훨씬 더 우려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금리에 압박이 가해지고, 주식시장은 엄청난 고점에서 출발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짤 때 여론조사 결과는 무시해도 좋습니다. 나라를 위해 좋은 사람을 뽑는다면 시장은 할 수 있는 한도에서 괜찮게 굴러갈 것입니다. 친기업적인 후보자에 꽂혀있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역사상 가장 친기업적이었고, 가장 준비되어 있었으며, 광산업계의 백만장자 출신으로 상무부 장관까지 지냈던 대통령이 있었죠. 그의 이름은 허버트 후버였습니다.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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