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과 도덕성: 패트리샤 처칠랜드에게 던진 다섯 개의 질문
2019년 10월 22일  |  By:   |  과학  |  No Comment

패트리샤 처칠랜드는 신경생물학이 철학과 윤리적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다학제적 학문인 신경철학 분야의 주요 학자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새 책 “의식: 도덕 직관의 기원(Conscience: The Origins of Moral Intuition)”에서 뇌과학, 진화론, 생물학이 인간의 도덕적 의사결정과 사회적 행동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주장합니다.

그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뇌의 신경회로가 우리의 도덕적 결정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우리가 내리는 도덕적 의사결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애착(attachment) 감정을 타고났습니다. 또한 우리 뇌는 특정한 행동 후 결과를 관찰하고 행동을 보정하는 강화학습을 항상 적용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처칠랜드는 개인의 뇌신경 구조가 유전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한 연구는 개인의 정치적 성향 중 유전의 영향이 40에서 50 퍼센트에 달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물론 어떤 이들은 도덕성에 뇌과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회의적이며 또 처칠랜드의 신경철학이 기존의 철학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생각하지만, 처칠랜드는 그녀 또한 철학자이며, 자신의 작업이 전통적인 철학의 영역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장하는 것이라 주장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나는 처칠랜드에게 인간은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인식하게 되는지, 그리고 인간과 동물의 뇌는 어떤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지, 또 사이코패스의 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아래 인터뷰는 그 내용을 간추린 것입니다.

언다크: 당신은 다른 철학자들이 “뇌를 연구한다는 이유로 당신을 오랬동안 괴롭혔다”고 썼습니다. 당신이 뇌과학을 도덕에 대한 연구에 접목시켰을 때 당신은 어떤 저항을 받았나요? 그리고 저항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했나요?

처칠랜드: 처음 뇌과학 연구를 시작했을 때는 도덕성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나는 지식, 인식, 의사결정, 의식과 같은 것들의 본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요. 당시 철학자들은 철학은 언어 혹은 “개념적 분석”을 이용해 과학의 범위와 한계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철학자들이 내려놓은 한계 안에서 과학자들이 그들의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철학자들은 마음의 본성을 철학자들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과학자들은 – 안타깝게도! –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마음의 본질이나 의사결정의 본질, 혹은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에 대해 뇌과학이 무언가 쓸만한 정보를 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나의 남다른 접근방식, 곧 충분한 시간이 흐른 뒤에는 뇌과학이 이 모든 것에 대해 상당히 많은 정보를 내놓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저 틀렸을 뿐 아니라 어리석은 생각이며, 특히 철학이라는 학문에 해로운 것이라 여겼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늙은 이들 은퇴하게 되었고, 이 다학제적 연구의 가치를 이해하는 젊은 이들 등장하게 되었지요.

언다크: 그럼 어떻게 도덕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그리고 뇌과학에 이를 어떻게 접목하게 되었나요?

처칠랜드: 도덕적 판단에 뇌과학의 기반이 있을 것이라 말해주는 다양한 증거들이 있습니다.

우선 프란스 드 발과 셜리 스트럼 같은 동물학자들은 다른 영장류들 또한 매우 사회적이며, 공동 생활을 즐길뿐 아니라, 친족에 대한 공감을 가지고 있으며, 음식을 나누고 또 서로 협력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마치 늑대나 우리 인간처럼 말이지요. 게다가 안정된 집단을 이루고 도구와 불을 사용한 호모 에렉투스나 호모 네안데르탈과 같은 원시 인류들 또한 마찬가지 였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포유류의 사회적 행동에 진화에 의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으리라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둘째, 인류학자들은 아직도 존재하는 수렵채집 민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들이 자신들의 생활환경에 맞는, 안정적인 사회적 풍습과 도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한번도 철학 수업을 들은 적이 없는데도 말이지요.

셋째, 옥시토신과 같은 신경호르몬에 대한 연구는 인간이 서로 친밀감을 느끼는 과정에 이 호르몬이 개입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사회적 행동을 관장하는 다양한 화학물질들이 있지만 옥시토신은 사회적 규칙을 학습하는 것과 같은 다양한 행동에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언다크: 만약 사람들의 뇌가 기본적으로 모두 같은 신경 회로를 가지고 있다면 왜 사람들은 도덕적 의사결정에 있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일까요?

처칠랜드: 사람들이 매우 비슷한 신경회로를 가지고 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원숭이와 구분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학습과 우리가 가진 성정(temperament)의 차이 때문에 우리는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어떤 이는 외향적이고, 어떤 이는 내향적이며, 어떤 이는 불안을 쉽게 느끼고 어떤 이는 위험을 쉽게 무릅씁니다. 이런 성정의 차이가 우리의 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주며, 또 우리의 도덕적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런 성정의 차이 외에 각자의 경험 또한 영향을 미칩니다. 경험은 신경회로내 개별 뉴런 하나하나의 연결에 영향을 줍니다. 이 두 가지 이유가 도덕적 결정의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언다크: 인간으로 하여금 의식을 가지게 만드는 뇌와 비슷한 어떤 것을 동물 또한 단지 더 작은 수준으로 가지고 있는건가요?

처칠랜드: 그것은 매우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수년전 까지만 하더라도 철학자나 동물행동학자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지요. “아니에요, 동물은 전혀 그런 것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프란스 드 발은 고도로 사회적인 동물들의 행동을 관찰할 경우, 잘못을 한 뒤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을 분명히 관찰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동물들도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나면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이죠.

자신이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한 다음 주인에게 들킨 강아지는 사람과 거의 비슷한 행동을 합니다. 머리를 숙이고, 몸을 웅크리고, 꼬리를 말고, 살금살금 도망가는 것이죠. 이러한 행동은 자신이 용서를 구한다는 사실을 나타냅니다.

드 발은 오직 인간만이 가진 감정이란 없다고 믿습니다. 인간이 가진 감정은 포유류 뇌의 피질 속에 존재하는 구조의 일부이고 따라서 다른 동물들도 이러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언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더 그럴듯하게 표현할 수 있지만, 감정 그 자체는 동물이 가진 것과 동일합니다.

언다크: 사이코패스와 같은 사람들은 뇌가 가진 일반적인 특성을 가지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의 뇌를 관찰해 이 사실을 알 수 있나요?

처칠랜드: 사이코패스의 존재는 매우 안타까운 일인 동시에 매우 흥미로운 일이기도 합니다. 인구의 약 1%가 그런 결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죄책감이나 부끄러움, 후회를 가지지 않고, 부모와 자식 사이에 또는 연인과 친구 사이에 존재하는 것과 같은 장기적이고 강력한 애착을 형성하지 못합니다.

이를 위한 신경 회로가 결핍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전두엽과 보상시스템, 그리고 진화적으로 오래된 피질 내부의 감정 회로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사이코패스의 뇌를 찍은 MRI 사진에 어떤 구멍이나 특정 영역의 활동에 일관적인 차이가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MRI 에는 잡히지 않는, 개별 뉴런 수준의 미세한 구조에서 그런 문제가 일어날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사이코패스의 원인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미세한 수준까지 뇌과학이 발전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나는 충분한 시간만 있다면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다크, Hope Re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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