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리프트 그리고 택시 면허와 규제
2019년 6월 1일  |  By:   |  경제, 세계, 칼럼  |  No Comment

승차 공유 서비스 / 승차 공유 플랫폼 / 차량 호출 서비스 / 택시 앱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우버(Uber)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야심 차게 기업공개(IPO)를 진행했지만, 750억 달러라는 예상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자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상장 이후에도 우버의 주가는 좀처럼 오르지 못했고, 기업공개를 맡은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가 한때 120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것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버와 후발주자인 리프트(Lyft)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850억 달러에 이르는데, 10년 전에는 세상에 없던 기업이 이만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건 분명 엄청난 사건입니다.

우버와 리프트의 혁신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A 지점에서 B 지점까지 가고 싶다는 손님과 그런 손님을 태워줄 의향이 있는 운전자를 스마트폰 플랫폼에서 쉽게 만나게 했다는 점이 하나고, 두 번째는 손님을 태워주는 비용이자 손님이 내야 하는 가격을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하도록 한 겁니다.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은 우버의 등장과 급격한 성장은 기존에 그 서비스를 제공하던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기업과 업계가 고사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해도 고사하는 업계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은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됐습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우버의 등장으로 생계가 막막해진 뉴욕시 택시 기사들의 삶을 밀착 취재해 르포 기사를 썼습니다. 기사에서 브라이언 로젠달 기자는 뉴욕시가 운영하는 택시 면허(medallions) 문제를 같이 다뤘습니다. 뉴욕시가 인가한 노란 택시(yellow cab)를 운전하려면 택시 면허가 있어야 하는데, 이 면허에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어서 한때 가격이 장당 100만 달러(12억 원)으로 치솟았습니다. 택시 기사들 가운데 이제 막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이 많은데, 이들이 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점을 악용해 높은 이자와 가혹한 상환 조건을 내걸고 대출을 부추긴 대부업체도 택시 면허 값이 치솟는 데 한몫 했습니다. 택시 면허를 사는 데 필요한 대출 시장을 들여다 보면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마지막 방아쇠였던 주택담보 대출에 낀 거품이 떠오릅니다. 대출받는 사람은 정확한 상환 규정을 알지도 못한 채, 또 대부업체들은 돈을 빌려가는 사람의 정확한 신원도 파악하지 않은 채 제대로 된 담보도 설정하지 않고 이뤄지는 마구잡이 대출이 많습니다. 돈을 빌린 사람의 수입 가운데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대부업체가 상환금으로 받아가는 것도 문제입니다.

주택담보 대출 시장과 택시 면허 대출 시장의 공통점은 또 있습니다. 거품이 꺼지면서 시장에 대혼란이 온 거죠. 100만 달러를 웃돌던 뉴욕시 택시 면허 가격은 15만 달러까지 폭락했습니다. 지난해 파산 신청한 개인의 자산을 처분하는 경매에 나온 택시 면허가 139개나 됐습니다. (파산이 아니라 택시 기사 스스로 목숨을 끊어 경매에 나온 면허도 있었습니다. 적잖은 빚을 내 택시 영업을 시작했는데 면허 값이 곤두박질 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택시 기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뉴욕처럼 시 정부가 택시 면허의 숫자를 제한해 발급하는 도시에서는 우버의 등장과 함께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택시 면허 값은 왜 폭락한 걸까요? 우버와 리프트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택시 고객을 배앗아간 것이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그러나 적어도 뉴욕만 놓고 보면 여전히 시가 승인한 노란 택시도 활발히 영업하고 있습니다. 우버나 리프트 때문에 택시 산업 자체가 망했다고 단정짓기 어렵습니다.

뉴욕시가 택시 면허를 발급하기 시작한 건 1937년의 일입니다. 택시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걸 막기 위해 공급을 제한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현재 뉴욕시가 발급한 면허는 약 13,000장입니다. 사실 대단히 정교한 계산을 거쳐 이 숫자가 나온 건 아닙니다. 뉴욕시는 면허를 더 넉넉히 발급할 수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다른 금융 자산과 마찬가지로 택시 면허를 사고 팔다 보니, 어떤 이는 택시 면허를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의 주식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비유는 핵심적인 차이를 간과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습니다. 택시 면허는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지 않습니다. 면허에 값이 매겨져 거래가 이뤄지는 이유는 단 하나, 공급을 인위적으로 제한해 희소성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뉴욕을 비롯해 어느 도시에서든 택시 면허 값이 오를 경우 가장 큰 원인은 공급 부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주식 시장에서 어떤 회사의 주식이 오르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이는 이론적으로 회사가 하는 사업이 잘 돼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매출이 올라 회사가 궁극적으로 더 많은 이윤을 내리라는 것을 시장이 알고 (주식 가격을 통해)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반면에 택시 면허가 비싼 값에 거래되는 건 택시를 이용하려는 승객이 더 많아지는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택시 요금도 함부로 올리거나 바꿀 수 없습니다. 택시 공급을 제한한 만큼 시 정부는 요금도 엄격히 규제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택시 요금 역시 들쭉날쭉하고, 때에 따라 천정부지로 치솟을 겁니다.

어떤 분야든 규제 당국이 부분적으로 개입하고, 나머지는 자유로운 시장에 맡겨둘 경우 그 분야가 원하는 대로 효율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가 페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 맥(Freddie Mac)을 통해 주택담보 대출을 제도적으로 지원한 것은 부동산 경기를 어느 정도 활성화하려는 의도였겠지만, 결과는 모두가 아는 부동산 거품과 거품의 붕괴에 따른 공황이었습니다.

정부가 아예 규제에서 손을 떼고 모든 걸 시장에 맡기면 된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정보 비대칭에서 비롯되는 투기와 가혹한 대출 등 규제 당국이 개입하지 않으면 시장은 더 큰 실패를 낳을 겁니다. 1990년대 말의 닷컴 버블 때는 상대적으로 정부가 거의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고삐 풀린 월스트리트는 큰 대가를 치렀습니다.

정부가 적당한 선까지 시장에 개입하는 건 필요한 일인데, 그 적당한 선을 파악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금융 전문 기자 펠릭스 살몬은 2011년 뉴욕 택시 면허가 100만 달러에 거래되는 것을 취재하고 나서 이는 경제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다고 택시 요금을 자유롭게 정하도록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손님이 택시에 탈 때마다 요금을 흥정하는 건 효율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살몬의 딜레마는 우버와 리프트라는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기술의 도움을 받아 풀렸습니다. 우버나 리프트를 탈 때는 기사와 요금을 직접 흥정하지 않습니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예상 요금이 나오고, 그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할지 말지는 손님의 선택입니다. 가격표가 붙은 다른 물건을 살 때와 비슷하죠.

뉴욕의 빌드 블라지오 시장을 비롯해 택시 면허가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승차 공유 서비스에도 같은 규제를 적용하자고 제안합니다. 우버나 리프트의 운전자 수를 제한하자는 거죠. 이미 뉴욕시 의회는 승차 공유 서비스 운전자 수를 제한하는 조례를 통과시켰고, 우버가 여기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입니다. 뉴욕시는 택시를 규제했던 것처럼 공급을 제한하는 식으로 우버와 리프트를 규제하면 될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택시 면허를 통해 공급을 제한한 정책은 실패였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뉴욕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택시 면허를 발급해 공급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정책은 비효율과 짬짜미, 각종 뒷거래와 부패를 낳았습니다. 예일대학교 법과대학의 규제 전문 저널에 실린 한 논문은 뉴욕시 택시 면허를 가리켜 “막강한 이해단체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권이 개인의 재산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해놓은 대표적인 비효율적 제도”라고 분석했습니다.

택시 면허 시장도 규제 당국이 부분적으로 개입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겨놓았다가 낭패를 본 사례에 포함해야 합니다. 택시 면허 시장은 소위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극단적인 비효율로 이어진 사례입니다. 승인받은 택시만 영업할 수 있도록 공급을 제한해 요금을 효과적으로 규제했다는 논리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 앞에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택시 산업은 정부가 개입해 공급을 제한하는 쪽이 아니라 택시 기사를 공적인 사회 안전망으로 보호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비싼 값을 치르고 택시 면허를 산 사람들 대부분은 많은 빚을 낸 경제적 약자입니다. 억지로 공급을 제한하려는 낡은 틀을 고수했던 시 정부도 택시 면허 값이 폭락해 택시 기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데 책임이 있습니다. 이들의 생계가 막막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는 대신에 승차 공유 서비스에 과거에 실패했던 낡은 틀을 다시 들이대려는 건 바로 뒤에서 입김을 넣는 이해단체밖에 만족시킬 수 없는 근시안적인 결정일 뿐입니다.

(워싱턴포스트, Roger Lowenstein)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