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지나치게 주목받은 주제와 미디어가 지나친 기사거리들
2018년 12월 31일  |  By:   |  세계, 정치, 칼럼  |  No Comment

워싱턴발 미디어 버블은 가장 효과적으로 전지구적 바이럴 기사들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보도 매체들 간의 지나친 경쟁으로 특정 사건이 과도하게 다루어지기도 하고, 중요한 이야기가 묻혀버리는 경우도 생겨나죠. 세계 다른 지역의 매체들은 (BBC월드 정도를 제외하고는) 미국 매체가 선정한 기사거리들을 그대로 받아쓰기 바쁩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미국 미디어로부터 끊임없는 관심을 받은 주제는 트럼프 정부의 혼란스러운 회전문식 인사 정책과 러시아와의 결탁에 대한 혐의였죠. 특검의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 관심이 지나친 것이었는지 단정하기 어렵겠지만, 그 외에도 분명 과도한 관심을 받은 소식과 마땅한 관심을 받지 못한 소식들이 존재합니다.

 

과도한 관심을 받은 주제들

미국 경제: 트럼프 대통령의 치어리딩에 맞추어 대부분의 보도 매체가 미국 주식시장의 붐과 낮은 실업률, 기록적인 일자리 생성에 대해 떠들었습니다. 대법관 두 사람을 임명한 것을 제외하고 트럼프 정부의 거의 유일한 성취였던 법인세 감소안 가결에 대해서는 “새로운 기적”의 기반이라고 보도했죠. 매체들은 경제 부문의 성과를 자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갖다 적으면서도 “10년 연속 성장세” 가운데 8년이 오바마 정부 때였다는 사실을 거의 다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에는 오랜 격언이 있죠. 경기가 호황이라는 헤드라인이 신문 1면을 장식하기 시작하면 그 때가 바로 주식을 팔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아니나다를까, 중간선거가 치러지고 한 달도 가지 않아 주식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2019년에는 미국 경제가 새로운 대공황의 위기에 처해있다는 미디어의 호들갑이 예상됩니다.

영국왕실의 결혼식: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결혼 이후, 전세계 미디어는 영국왕실의 결혼식에 지나친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둘째인 해리 왕자의 결혼식이 형 윌리엄 왕자의 결혼보다 더 큰 미디어 호들갑을 낳은 이유는 그가 선택한 신부 덕분이었습니다. 미국 배우 매건 마클은 국적 뿐 아니라 인종 때문에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영국은 스스로가 포스트 인종주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여기고 싶겠지만, 쏟아져 나온 기사들은 정반대의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해리 왕자 본인이 분노하며 성차별적, 인종차별적 보도들을 비난하는 성명을 냈을 정도죠. 하지만 영국왕실이 얼마나 시대에 뒤쳐져 있는지를 포함해서, 그 모든 일에 대해 우리가 자세히 알 필요가 있는 것일까요?

미국-멕시코 국경의 벽: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그 분이 2015년에 이 이야기를 꺼낸 이후, 국경 장벽은 미디어의 끊임없는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문제는 장벽에 대해 논하는 모두가 이것이 일종의 판타지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 점을 지적하는 매체는 거의 없죠. 이 장벽은 트럼프와 그 지지층을 이어주는 필수 요소이기 때문에 그 생명력을 끈질기게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2천마일에 달하는 국경은 너무나 길고 지대도 험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장벽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거의 모든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그럼에도 2018년 마지막 날까지 매체들은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사이의 무역 협정에서 나온 이익으로 장벽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그대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건설 비용이 얼마나 들지, 새로운 무역 협정이 가져올 이익이라는 것이 어떤 규모인지에 대한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죠.

태국 동굴 구조 사건: 헐리우드에서도 나오기 힘든 한 편의 각본이었습니다. 모든 흥행 요소를 갖춘 한 편의 드라마였죠. 그 모든 끔찍한 헤드라인들 사이에서, 1년에 한 번 정도는 꼭 읽고 싶은 기사였습니다. 하지만 과연 모든 매체의 1면을 도배할 정도의 소식이었을까요?

 

간과된 이야기들

기후변화: 2018년은 전례없는 수준의 산불과 가뭄, 허리케인과 홍수로 얼룩진 한 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침략”이라고 표현한, 난민들의 탈출이 이어진 한 해였죠. 그러나 워싱턴의 정치인들은 이 모든 것의 주요 원인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했습니다. 매체들은 중앙아메리카에서 미국 국경을 향해 오는 난민이 폭력과 가난을 피해 도망친다고 묘사했지, 이들의 삶을 파괴한 4년 간의 가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각 국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아예 꺼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트럼프 정부 조차도 기후 변화의 비용이 위험한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죠.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장벽”이라는 인기있는 주제에 밀려 미디어의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UN과 세계 각 국은 이런 미국을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중국의 우경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지난 40년 간 신중한 계획 하에 진행되어온 자유화의 물결을 되돌리고 마오쩌둥이 되려 한다는 사실에 언론이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국의 행보가 전 세계에 얼마나 위험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깊이있게 탐구한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시진핑 치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종 청소와 시민 사회 탄압을 보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개혁파처럼 보일 지경인데도요.

소년병과 인신매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언론인에 대해 백악관이 취했던 무신경한 태도에서 드러나듯, 트럼프 정부의 출범은 인권 문제의 진전에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어린이들을 살인 기계로 만들어버리는 현실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의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08년 소년병 방지법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콩고, 이란, 이라크를 포함한 11개국을 위법 국가로 규정하고, 이들 국가에는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계속해서 면제권을 부여하면서 7개 국가에 군사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반란과 마크롱의 추락: 지난 한 해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와 브렉시트 관련 소식이 유럽면을 장식했지만, 이탈리아 좌파 정부와 EU간의 불화, 그리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추락이 어쩌면 더 중요한 뉴스였을 겁니다. 하지만 미국 언론은 브렉시트 뉴스에만 집착했죠. 영국이나 이탈리아의 사례에서 보듯, EU를 떠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유럽의 우파가 계속해서 부상중인 상황에서 어떤 뉴스에 우선순위를 둘지를 결정하기란 꽤나 어려울 것입니다. (Foreign Pol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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