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로 인종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2018년 9월 28일  |  By:   |  과학  |  No Comment

2014년 랠프 테일러는 워싱턴주에 위치한 자신의 보험회사를 “취약자 기업(disadvantaged business enterprise)” 인증 프로그램에 신청했습니다. 이 DBE 프로그램은 미국국토교통부가 소수자와 여성이 소유한 기업을 돕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그는 자신이 소수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이 90% 유럽인, 6% 아메리카 원주민, 4%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인이라는 유전자 뿌리찾기 검사 결과를 제출했습니다.

테일러의 신청서는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그가 백인처럼 보인다고 판단했으며 그가 비백인 조상을 가지고 있다는 다른 증거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가 제출한 유전자 검사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의 목표에 비추어 볼때 “테일러씨가 사회적, 경제적으로 흑인으로 분류되어 불이익을 받았다는 설득력있는 증거가 거의 없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정부가 그의 신청서를 거부하자, 그는 백인처럼 보이는 이들이 이미 DBE 인증을 받았다고 말하며 정부를 고소했습니다. 이 소송은 지난주 시애틀 타임즈에 처음 실렸습니다.

테일러는 DBE 프로그램의 인종 판단 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흑인”은 “아프리카 흑인을 조상으로 가진 사람”으로 정의되어 있으며 테일러는 이 정의가 “극도로 모호”하며, “DNA 검사와 같은 객관적인 기준”이 결여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유전자 검사 결과 자신을 흑인으로 생각하게 되었으며, 테일러의 변호인은 DNA 를 “객관적”이고 “변경불가능한” 기준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DBE 프로그램의 소수자 선정 기준은 늘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2001년 한 잡지는 인종을 증명하는 것은 “DBE 프로그램에서 늘 문제가 되어 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DBE 프로그램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 변호사 제니퍼 소머빌은 DNA 증거를 바탕으로 DBE 프로그램의 문제를 주장하는 소송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라고 말합니다.

몇몇 법률 전문가들은 이런 종류의 소송에서 조상을 증명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가 증거로 제시된 것은 이번 사건이 최초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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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DBE 인증과 같은 문제에서, 자신의 인종을 정하는 법적인 기준은 바로 자신의 정의에 의한 것입니다. 민권법 7장의 고용차별에 관한 조항은 인종이 문제가 되는 또다른 사안이며, 모두 9,800만 달러의 보상을 받은 뉴욕시 소방청의 인종차별 사건에서 집단 소송을 맡았던 리차드 레비는 보상금을 받는 기준으로 스스로 인종을 결정하게 했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흑인이라고 말한 사람은 흑인인 겁니다.”

개인의 판단에 비해서는 유전자 검사가 더 객관적인 기준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전자 검사의 정확성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테일러가 제시한 2010년의 검사는 지금의 기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떨어진 검사입니다. 오늘날 업계에서 가장 앞서있는 AncestryDNA 나 23andMe 는 약 70만 개의 유전자 표지를 자신들이 가진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회사에 따라 결과는 다르며, 회사가 알고리듬을 개선할 때마다 결과는 또 달라집니다.

테일러가 2010년 받았던 검사는 AncestryByDNA 의 것으로 단 176개의 유전자 표지만을 확인한 것입니다. 이 회사는 AncestryDNA 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회사입니다. 구글에는 AncestryByDNA 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돈낭비”라 부르는 사람들의 불만 다수와 유명한 회사인 AncestryDNA 와 혼동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정부는 테일러에게 다른 회사의 유전자 검사를 정부 돈을 받는 안을 제시했지만 그 결과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설사 완벽한 유전자 검사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를 바탕으로 인종을 결정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인종을 나누는 특정한 기준을 숫자로 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흑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흑인의 유전자를 몇 퍼센트나 가져야 할까요? 4%면 충분할까요? 25%, 아니 50%는 있어야 할까요? 인종마다 유전자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종의 구분은 사회적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더 클 뿐 아니라 또한 시대에 따라서도 바뀌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개념을 유전자 검사 결과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조지타운 법대 셰릴 카신의 말입니다.

조지타운 법대의 셰랄리 먼쉬는 1920년대에 인종 기준에 관한 두 건의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당시 미국 법에 따르면 “자유로운 백인”과 “아프리카 원주민 또는 아프리카 원주민을 조상으로 둔 사람”만이 미국 시민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 이민자인 타카오 오자와는 자신의 피부가 흰 색이기 때문에 백인에 포함된다고 주장했습니다. 1922년 대법원은 여기서 백인은 코카시안 인종만을 의미한다고 결정했습니다. 당시의 인종 과학자들은 일본인은 코카시안에 속하지 않는다고 증언했습니다.

다음해인 1923년, 인도 이민자인 바갓 싱 틴드가 다시 비슷한 주장으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당시 인종 과학자들은 인도인이 코카시안 인종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따라서 그는 자신이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백인은 코카시안 인종으로도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 판결에서는 인종 과학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바갓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이제 유전자 기술의 발달이 다시 한 번 사람들에게 인종의 기준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비슷한 일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먼시의 말입니다. 하지만 명확한 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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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는 이 소송에서 자신의 유전자 검사를 인용하며, 자신이 미국 원주민에도 속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아버지쪽 친척 중에 많은 미국 원주민들이 있었고 그들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서류는 내지 않았습니다.) 그의 소송 관련 첨부 자료 중에는, 자신의 1/256 만큼이 미국 원주민임을 증명하는 원주민 증명서를 제출해 DEB 인증을 받은 다른 사업가와의 이메일이 있습니다. 이들은 이 이메일이 DBE 기준이 얼마나 제멋대로인지를 보여준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알버타 대학의 킴 톨베어는 위 증거가 북아메리카 원주민 사회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것이라 말합니다. 곧, 흑인과 백인을 가르는 인종의 기준과 달리, 원주민 사회에의 소속 여부는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바로 한 원주민 사회가 그 사람을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아주 먼 미국 원주민 조상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충분히 가까운 당신의 친척 중에 원주민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친척 중에 그런 사람이 없고, 어떤 원주민 사회도 당신이 그 사회의 일원이라 주장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끝입니다.”

원주민 단체는 부모를 찾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뿌리찾기 검사는 원주민을 확인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원주민 증명서를 받으러 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 결과가 어떠한 증거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요.” 톨베어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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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의 소송은 몇 달 안에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다루어질 예정입니다.

테일러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자신 또한 유전자가 객관적인 기준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50%를 기준으로 정하면, 49%인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DBE 프로그램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인종을 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워싱턴 주에서 DBE 인증을 주는 워싱턴 주 소수자및여성기업관리부서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인종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그리고 어떤 사람의 인종을 늘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인종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DBE 의 인종 기준은 지난 2005년에도 소송에 연루된 적이 있습니다. 웨스턴 스테이츠 페이빙 대 U.S 사건에서 법원은 실제로 차별을 경험한 이들에게만 DBE 프로그램을 지원하게 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 판결을 지키기 위해 워싱턴 주는 불평등에 관한 연구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2017년의 불평등 연구 결과는 여전히 소수자와 여성 기업가가 편견과 차별을 당하고 있으며,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인식과 네트웍에서의 배제를 받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창업과 성공은 여전히 백인 남성에게 유리한 것입니다.

(아틀란틱, Sarah Z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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