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반대론자와 포퓰리스트가 서로 끌리는 이유는?
2018년 8월 20일  |  By:   |  건강, 세계, 정치  |  No Comment

1998년 의학 저널 “란셋(Lancet)”에는 이후 계속해서 공공 토론의 장을 오염시킨 주장을 담은 논문이 실렸습니다. 백신이 자폐를 유발한다는 내용의 논문이었죠. 이후 해당 논문의 제 1저자 앤드루 웨이크필드는 의사 면허증을 잃었고 논문 게재는 철회되었습니다. 그러나 웨이크필드는 2016년에 이르러 미국에서 귀빈 대접을 받기 시작합니다. 대통령 선거 후보와의 만남에 이어, 워싱턴DC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 파티에도 초청을 받게 되죠. 도널드 트럼프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백신의 위험성에 대한 트윗을 30차례 이상 올립니다. 하지만 백신반대론자와 “비주류” 정치인들의 만남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유럽의 포퓰리스트 정치인들 역시 백신 회의론을 들먹이곤 합니다. 인구의 20%가 백신에 반대한다는 프랑스에서는 극우파 정치인 마린 르펜이 백신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의무 접종에 반대하고 나섰죠. 올해 선거를 치른 이탈리아에서도 백신은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포퓰리스트 정당 “오성운동(Five Star Movement, M5S)”은 의무 백신의 개수를 늘이고 의무 접종을 거부하는 부모들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정책에 반대했습니다. 유럽 전역에서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고, 홍역 발생은 늘어나는 중이죠.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백신 회의론자들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6월에는 백신 반대론자들이 “백신 위험 인식의 날”을 맞아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수 천 명 단위로 의무 접종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습니다.

왜 백신 반대가 이렇게 포퓰리스트들에게 어필하는 것일까요? 우선 둘 다 권위에 도전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르펜은 프랑스의 보건부 장관들이 백신 연구소로부터 대가를 받고 있다는 혐의를 제기하기도 했죠. 나중에 판결이 뒤집히긴 했지만 백신 때문에 아이에게 자폐증이 왔다고 주장한 어머니의 손을 들어줬던 이탈리아 법원의 예처럼, 정부 차원에서의 실수도 백신 회의론 확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은 사람일수록 백신을 믿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들은 유사과학 웹사이트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서 자신들의 믿음을 확인하죠. 포퓰리스트들이 백신 반대 운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백신 회의론은 분명히 포퓰리스트들로부터 동력을 얻고, 언어 또한 빌려갑니다. 작년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웨이크필드가 “가짜 뉴스(를 쓰는 매체)와는 말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 처럼요.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딱히 백신에 대해 한 일이 없습니다. 새로 임명한 질병관리본부의 수장은 백신을 찬성하는 인물이죠. 그러나 대통령이 백신 회의론자들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인정”일 것입니다. M5S와 보수 정당이 연정을 이룬 이탈리아에서는 공립학교에 접종 확인서를 제출하는 것이 더 이상 의무가 아닙니다. 반면 포퓰리스트들이 권력을 잡지 모한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미접종에 대한 징벌적 조치들이 새로 도입됩니다. 그렇지만 백신 회의론을 뿌리뽑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백신 덕분에 질병이 완전히 퇴치된 곳에서 그 질병들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었는지를 기억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음모론에 대한 백신을 찾는 일은 훨씬 어려울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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